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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정리하면서 본 학자금대출.... 정말 생각 없이 살았네요...
게시물ID : gomin_1557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m5qY
추천 : 1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2/01 14:22:00
(익명 안 쓰려했는데.. 좀 스스로가 한심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익명으로..............)
 
 
 
전 대학원생입니다. 이공계열 전공이구요.
 
전 어릴때부터 제가 지금 선택한 전공말고 다른 일을 할거라고 생각해본적도 없습니다.
 
음, 그러니까
 
엄청 진짜 대박 막연하게,
 
'난 A를 전공할거야 :)' (전공을 A라고 하겠습니다.)
'뭐, 그래도 어차피, 결국엔 A를 하게 되겠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A를 하겠다, 공부로 벌어먹고 살겠다, A는 내가 죽을때까지 하게 될 공부다, 라고 마음 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고 그냥 숨쉬듯이, 음식을 먹듯이 자연스러운 생각이 A를 공부한다는 거였어요. 
 
(진짜 자립심이 눈곱만치도, 쥐똥소똥 하다못해 바퀴벌레똥만큼도 없었죠..)
 
그래도 집에 돈이 없으니 학원/과외는 하나도 못했죠, (또..)그래도 공부를 못하진 않았어요. (아니 못한걸지도...? 우물 안 개구리니까요) 중학교때는 반에서 항상 40명 중 5등 안이었고 고등학교 가서도 못한게 38명중 13등이었고...(못한거ㅠㅠㅠㅠㅠ이제 보니 오지게 우물 안 개구리네요..ㅠㅠ)
 
학원/과외는 꿈도 안 꿨으니 학교서 해주는 보충수업 잘 듣고, 논술반 이런거 생기면 꼭 들어가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이랬어요.
 
근데 또 악착같은 면이 있지는 않았어요. 드라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돈 없는 친구들은 공부를 엄청 잘하잖아요, 그게 신분상승(??)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처럼 공부를 다들 잘 하잖아요. 그리고 악착같이 하기도 했고. 근데 전 그렇지는 않았어요.
 
 
 
악착? 차라리 무기력의 표본이라고 하는게 훨씬 더 잘 어울리겠죠. 눈썰미는 엄청 좋아요, 하지만 금방 관심을 꺼버리죠. 그래서 신기한거, 재밌는거에 흥미를 잠깐 확, 보여요. 하지만 금방 관심이 없어져요. 무기력보단 무관심일까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을 생각할 때면 항상 엄청 막연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슨 절대 부적인 것처럼.
그래서, 제가 A를 못 할 거란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마치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A를 하게 될거라는 건 저한테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아니 그것보단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노력? 적었죠.
 
 
정말 신기한건 그런데도 공부도 그럭저럭, 논술도 그럭저럭, 해서 대학교는 수시도 붙었어요. A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 몇 군데만 원서를 썼고, 전부 합격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논술 시험도, 구술시험도 그냥 즐기듯이 봤어요. 전 그런게 그냥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가서 조마조마보단, 새로운  걸 한다는 두근거림? 그런 마음으로 시험을 봤고 그냥 끝나고 나서도 재미있었어요.
 
 
그래도 이게 결정적이진 않을거에요.
'하고싶어 하면 어떻게든 하게 될거야.'라는 마음이 새겨진데에는. 중학교때도 그런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A를 하고 싶어했으니까 그다지 대학 입시와는 관계가 없을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흔히들 말하는 '한 방'이 없는 사람이죠.
악착같이 해서 A를 얻어내겠다? 이런게 없는 사람이에요, 아직도.
 
 
 
대학 첫 학기 등록금은 먼~친척, 연락이 끊긴 친척분이 대주셨어요.
그간 연락을 끊고 지낸게 미안해서 해주신거더라구요.
 
(이때라도 생각을 했어야했어요 ㅠㅠ)
 
공부도 적당히 했고, 꾸준히가 아니라 벼락치기로 적당히 해도 성적은 잘나왔거든요.(조금 자기자랑.....? 급한 마음으로 하는 공부는 시험때까지 완벽하게 남아 있어서 벼락치기에 최적화된 뇌라고...생각합니다...ㅎㅎ)
하지만 벼락치기는 말 그대로 암기였고, 익히기 위해 논리구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공부는 아니죠. 보다보니 이건 자기 자랑이 아니죠?ㅎㅎ 멍청한 짓이죠 진짜,
 
(대학교 다닐 때부터는 좀 꼬이네요..)
 
 
대학교 다닐때, 물론 지금도,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요.
 
 
돈은 없는데 공부는 해야겠지(공부도 제대로 안 하면서...), 공부는 하고 싶지, 돈을 벌긴 해야지, 알바 하긴 무섭지(아마 대인기피?공포?뭐 요런거?), 근데 돈은 없지,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
 
 
 
고등학교 때 어떤 사건이 있던 이후에 아마도 사람과 친해지는거? 교류 하는거 자체에 마음이 사라졌던거 같아요.
마치 스스로를 공기처럼 여겨서 일이던, 사건이던 차라리 그냥 흘러가라, 내 맘 다치지 않게 흘러가라~라는 느낌이에요.
 
 
친구들과 몇 번 싸우니까, 그리고 언니한테 몇 번 욕을 먹으니까 알겠더라구요.
 
감정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한거에요.
 
영어 단어 외울 때 연상해서 외우면 잘 외워진다잖아요, 그런거에요. 어떤 감정, 특히나 나쁜 감정을 겪게 되면 그 감정과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잊어버리려고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친해지는 것 자체를 경계해요.
그 상황과 감정이 다 기억이 되고, 다시 떠올리면 바로 화나고 울 수 있을만큼 그만큼 감정을 기억하는게 너무 강해요.(뭐지!? 대출 얘기하려다 어디까지 가는거지...........????????) 노래 가사만 듣고도 울 수 있고, 멜로디만 듣고도 울 수 있고
감정의 역치가 너무 낮다고도 생각하구요
 
 
 
 
다시 돌아가서, 2학년의 첫학기는 대출로 등록을 하고 2학기 때 휴학을 해요.
 
 
알바를 위해 휴학을 했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이 없는거에요. 그러니까 알바를 구하는거 자체가, 지원하는게 무서운거에요. 이력서 쓰면 내가 너무 변변찮고 별 볼 일 없고, 그런게 눈에 보이니까요. 전부다 경력직을 원하는데 경력이라곤 쥐똥도 없는 21살짜리를 누가 쓸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러다 선배의 소개로 알바를 하게 되요.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흔히들 말하는 '철벽'을 쳐요. 최근에야 알았지만 철벽을 치고, 스스로 별로 깨닫지도 못하면서 속으로는 상대방이랑 친해지고 싶고, 친해!!!!!!라고 생각하는거죠.
그러니까 한두번 보고도 난 그사람과 친하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그런거죠. 근데 그 방법이 잘못된걸거에요. 잘못 된거거나, 그 방법을 아직도 모르거나.
 
(또 다른데로 샌 것 같죠?ㅎㅎ)
 
 
그렇게 다시 복학을 해요. 아, 이 때도 대출을 받아 등록을 했네요, 성적우수 장학금으로 일부를 내긴 했지만 대출은 받았어요.
 
 
복학한 학기부터 지옥이 시작되요.
 
 
1. 혼자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졌어요, 2.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비교를 시작했어요, 3. 마음을 터 놓을 사람이 없는거죠.
그러니까 자해를 시작했어요.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공부만 하면서 살겠다는 사람이 같은 전공의 1인과 너무 차이가 나는거에요. 그래서 무력감이 강해지면서 자해를 시작했어요.
계속 손이나 손목을 긁었어요. 손으로!
전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자해를 한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걸 느끼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긁는걸로 자해를.. 피가 날 때까지 긁어요. 고통이 느껴져야 내가 지금 숨도 쉴 수 있고 살아있구나, 라고 느끼는거에요. 스트레스가 심하면 스스로 그냥 숨을 안 쉬게 되더라구요.
숨 쉬는 걸 잊는거 같아요. 그래서 나도 숨을 쉴 수 있어!!!지금은 살아있어!!라고 느끼려고 긁는거에요.
 
 
아마 이때부터 전공 A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을거에요.
 
A가 재밌는건 아직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건 너무너무너무 힘드니까 차라리 공부를 잘하자, 라는 마음이 되버린거죠.
재미도 있지만 돈을 벌어야하는 우선을 못하니까 공부를 잘해서 우수 장학금을 받자, 이렇게 된거죠.
 
 
전 벼락치기를 정말 잘 하니까,(ㅋㅋㅋ) 장학금도 매학기 꼬박 받았어요. 성적이 좋아서 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보단 가계곤란도 있으니까(한국장학재단에서 구분하는 소득1분위, 그게 저입니당)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전 과 1등을 해도 가계곤란으로 장학금을 받아요.
all A+을 받을 때도 그랬죠.
 
  하지만 솔직히 스스로는 잘 알아요. 이런 성적을 받았어도 이 공부가, 내용이 전부 내 머릿속에 있지 않아, 라는 걸요. 벼락치기니까 남을리가,,!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계속 받더라구요. 그래서 자해는 매학기 행사처럼.....................
 
 
 
자립심 정말 없어요..
 
 
제 성적은 제 머리에 남은 것보다 화려하니까 지도교수님께서 절 괜찮게 여기세요. 그래서 대학원을 가요.(사람을 만나고 대하는게 너무 어렵고 무서우니까..)
근데 대학원은 등록금을 내주지 않네요, 학부때 들은 말로는 대학원은 내 돈 내고 다니는데가 아니랬는데, 돈내고 다녀요.
 
그래도 월급을 모으지만,
 
공부를 오래, 많이 할거야!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기숙사, 스트레스 때문에 먹어댄거, 이러다 보니 남는게 많진 않더라구요.
학부때보다, 대학원 등록금 때문에 생긴 대출이 훨씬 많네요.
 
 
지금은 적금도 들고,(돈을 모으자!보단 적금 통장 만들어보자!란 생각이 더 강해서 만든 적금계좌였어요) 돈을 묶어두고 있으니까
돈이 모이긴 해요.
 
 
근데 오늘 대출 이자 납부 계좌를 바꾸려고 한국장학재단에 들어가서 보니까
대출 금액이 눈에 잘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머리에 각인 되더라구요. 이전까진 그런거 없었는데. 그저 받은 돈, 월급 모아서 갚으면 되겠지, 라는 막연함이었는데.
 
처음에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 복학하고나서부턴 공부말고 다른 걸 못하겠으니까, 하게 된, 시작한 대학원이 제게 빚을 엄청 주었네요.
그만한 성과를 만든 것도 아니고. 참 멍청하게 살았어요.
대출받은 가치가 없으니까 정말 한심스럽네요.
 
 
이거 제 얘긴데, 너무 남 얘기처럼 하죠..?ㅎㅎ
돈은 정말 더 벌거나, 더 잘 모으거나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좀 계획적으로 돈을 써야겠다라고도 느꼈고.
아, 가장 큰 건, 막연함을 떨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항상 내적고민이 큰데... 케바케, 닝바닝..이라는 것처럼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 자체가 안 맞을 수 있는건데, 즐기면서 살기만 하면 되는 걸수도 있는데...라는 반항심이 생기기도 해요 ㅎㅎ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는 거죠 ㅎㅎ)
 
저는 요새, 이래요.
 
 
제가 매일 쓰려고 노력하는 일기장, 느낌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공책에는 병원 정보가 하나 있어요.
 
 
땅을 파듯 내 속으로 파고 들어 자괴감을 심하게 느끼고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 가야될 정신과 정보에요.
 
한 3주전? 한달 전? 갑자기 심해졌거든요.
원래 감각이 예민한 편이고 생각도 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엄청 많은 편이라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 자괴의 늪으로 빠질때가 있었는데 이 땐 정말 심했어요.
 
다시 생각하는게 싫을 정도로.
그때 생각한 것, 느낀 것 다 기록해두고, 다음에 같은 상황에 처하면 다르게 해보자, 라고 적어둔 일기장에 써둔거에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는건
사람들과 닿는거 자체가 극도로 싫어졌어요. 뭐 물론, 그전에도 지하철, 버스에서 닿을라치면 옆으로 붙고, 팔짱 끼듯 팔을 당겨서 안 닿게 하고 그랬는데 그건 가끔이었고 안 그럴때도 있었어요. 주로 남자 대상이었고(체격 차이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잘 닿고 여자들은 잘 안 닿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항상,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싫어요.
대중교통이라는 어쩔 수 없는 수단이지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내 가방을 치는 것도 다 느껴지고, 버스에서 어깨 넓은 양반이 앉거나, 다리 벌리고 앉는 사람들이랑 나란히 앉으면 차라리 자리를 옮기기도 해요.
     그리고 손잡이..... 우연히 다른 사람 손이 제 손에 닿으면 그 부분 엄청 긁어요, 못 긁을 상황이면 버스 내려서 가까운 화장실 가서 엄청 닦아요. 이젠 성별을 가리지도 않아요. ㅎㅎㅎ 그래서 이제 버스를 이십분씩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고 차라리 반대방향으로 두정거장 가서 창문쪽에 앉을 수 있게 가기도 해요.
 
 
  그리고 공기............  담배 핀 사람이 옆에 앉으면 코를 막아요. 목도리로 막거나 손으로 막아서 썩을 것 같은 공기를 맡으려 하지 않아요. 공기보단 냄새죠?ㅎㅎ 담배만 가리지 않아요, 향수도 그렇고, 오랜만에 꺼낸 티가 나는 나프탈렌 냄새가 가득나는 겉옷을 입은 사람도, 그 사람이 있던 공간에서 배어 온 그 특유의 냄새, 술 냄새. 제일 싫은 건, 제가 앉아있는 자리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콧김을 흥흥흥흥 뱉으며 숨을 쉴 때에요.(진짜 흥흥흥흥 쉬진 않고 ㅋㅋ 그 사람입장에선 그냥 숨 쉬는건데 저한텐 너무 불편한....ㅎㅎ)
 
  특히 담배나 술을 하고 온 사람이라면 백퍼센트 자리를 피하거나, 코를 막거나, 숨을 참아요.
 
  이런 것도 자괴에서 빠져나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냥 박제 되어서 ... 저도 그냥 있어요 ㅎㅎ 버스나 지하철에선 눈을 감으면 되고 목도리로 코랑 입 가리고 있으면 되고 창가에 앉아서 몸을 최대한 쪼그라들게 앉으면 되니까, 아님 늦지 않을 시각보다 한참 일찍 나가거나 늦게 나가서 사람이 없을 때 타도 되고 ㅎㅎㅎ
 
 
 
 
아휴...............
 
아,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신 차리고 돈 값을 하거나, 돈 들인만큼 뽕을 좀 뽑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려구요 ㅎㅎㅎ
대출 금액 확인해서 온 멘붕을 최근에 겪은 정서적/심리적 멘붕과 같이 써봤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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