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게 하얀 쪽배같은 달이 검은 하늘을 흐르듯이 지나고 있어. 오늘은 참 별도 밝기도 하다. 촘촘히 박힌 별들이 하늘 가득해서 쏟아질 것만같은 느낌이야. 아무런 이유없이 문득 네가 무척이나 보고싶은 그런 밤이다, 오늘은.
흐르지않는 멈춰진 시간속에서 홀로 서있어. 내게 힘이 되어줄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을 안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미처 날 돌아볼 겨를이 없는듯 해. 그래서 나는 이 시간위에 홀로 서 있어. 나는 아직도 오늘이 겨울날 어느 그 날로만 느껴지고 있어. 차가운 공기와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바람이 여전히 내 옆을 지키고 있고 무기력한 나는 모두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여기에 서있지.
난 사실 내가 지금 지고 있는 짐도 무척 벅차. 보이지않는 짐들이 어깨위로 가득 올라와있고 어쩌면 평생을 지고 움직여야 할지도 모를 짐들이 벅차. 실은 말이야. 나 무척이나 나쁜 생각을 했어. 눈을 감아버리면 이 짐들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날카롭게 벼려진 칼을 한손에 쥐고 고민했어. 피하고 싶었어. 모든걸 내려놓고 검은 벽 저 뒤로 숨어있고 싶었어. 아무도 찾지 못할 그 곳에서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그 곳에서.
결국에는 그 마음조차 접어버리고 말았지만.
사는게 참 재미가 없다. 네가 사라지고 난 후에 내가 만난 세상은 참 재미가 없다. 오래된 취미들을 다시금 해보고 파릇파릇하다는 걸그룹 동영상도 봐보고 전편을 다 모았던 무한도전도 다시 봐보고 그래도 사는게 참 재미가 없다.
밤마다 네 사진을 보다 잠이들고 아침이면 네 사진을 떠오르는 핸드폰 알람으로 잠을 깨. 우울하고 지친 하루를 보낸 날이면 네가 보낸 문자들을 읽어봐. 그렇게 힘든 하루를 구멍난 양말을 기우듯이 기워가.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넌 내가 보고싶기는 할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걸까? 나는 왜 모진 네가 아직도 보고 싶을까?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들에 무엇하나 제대로 답하지못하고 깊은 상처가 안에서 곪듯이 곪아가. 고름이 살이 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봐. 처음 작게만 느껴졌던 상처는 어느새 의식하지않아도 느껴질만큼 커졌고 작은 건드림에도 몸서리가 쳐질정도로 큰 아픔을 주고있어. 아직도 내게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고싶은 사람아. 잘 지내지? 묻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 같은데 물을 수가 없어. 말한들 아무도 들어줄 사람없는 이 곳에 나는 서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