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발 속 한남대로 : “탄핵”을 외치는 두 개의 울림
소한(小寒)이다. 일요일이고, 눈까지 내린다.
그런데도 한남대로는 차가 아닌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쪽은 “윤석열 탄핵”을, 다른 한쪽은 “탄핵 무효”를 외치며 맞선다.
윤석열에 미친 짓거리에 분노한 시민들은 제3한강교 위로 불어닥치는 강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중학생 한 명은 “남태령에 못 간 게 너무 미안해서 나왔다”라고 한다.
모두 억울하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2. 윤석열, 이미 끝났다고? “진짜” 승리는 대선
그렇다면 이 싸움의 진짜 승리는 뭘까? 길거리에 누가 더 많이 나오는가, 분노를 누가 더 세게 표현하는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
윤석열은 끝났다. 대부분 언론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풀이하고 싶다.
그리고 싸움도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짜 승리’를 위해선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을 체포하고, 김건희 특검을 하고, ‘내란 정당’ 국민의힘을 몰아세워도
대선에서 지면 끝이다. 그렇다고 지금 싸움을 접고 곧바로 선거운동을 하자는 건 아니다.
치열하게 싸우되, ‘진짜 승리’를 위한 준비 또한 멈춰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시민은 ‘극한직업’이다.)
3. 보수의 시나리오 : “이재명 vs 범보수” 구도
선거의 기본은 구도다.
저들은 틀림없이 이 싸움을 “이재명 대 범보수” 구도로 만들 것이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려고 대장동·대북 송금·형수 욕설 같은 이슈를 또 꺼낼 게, ‘빤’하다. 그러면서 우리 진영 인사 몇몇을 포섭해 “제2의 안철수·윤석열”로 만들려 할 것이다.
홍준표·오세훈·나경원 등을 경쟁시키고,
한동훈·이준석·안철수는 외곽에서 연대하는 모양새로 보수층 이탈을 막을 것이다.
동시에 진보로 포장한 엘리트주의자들이 “이재명 리스크”를 들먹이며,
이재명과 민주당을 끊임없이 흔들 공산이 크다. 결국 이재명 혼자와 십여 명으로 구성된 ‘범보수 연합’의 싸움 구도를 만들려는 셈이다.
4. “누가 이재명을 대신할 수 있나?” : 엘리트주의자?
두 번째 관건은 인물이다.
이재명을 대신할 카드가 있나?
김동연·김경수·김부겸·우원식 등 거론되는 모두 경쟁력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시대에 부상한 엘리트주의자들이다.
그들의 시대는 끝났고, 미안하지만, 인기도 없다.
경향신문 여론조사 기준, 이재명의 민주당 내 지지율은 32%로 압도적이다.
반면 김동연·김부겸·우원식을 다 합쳐도 25%에 그친다.
짧은 대선 기간에 이들이 역전해 당내 경선을 이길 방법은 ‘야합’밖에 없다. ‘상대성’으로 봐도 게임은 뻔하다.
아직 공식적인 인물 간 상대성 여론조사는 없지만,
전체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의 승리’란 분석이 우세하다.
5. 마지막 변수 : 탄핵 판결과 ‘바람’
마지막은 ‘바람’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 시기는 4월 18일 이전으로 예상된다.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2025년 4월 18일에 만료되므로,
현 재판부(8~9인 체제)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어 빠른 판단을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91일이 걸렸다.
최근 신임 재판관 2명이 취임했고, 나머지 1명도 취임할 가능성이 크니, 더 늦어질 이유도 없다.
대선은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따라서 최대 6월 중순, 최소 4월 중순(노무현 때 사례 적용) 안에 치러질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윤석열 체포, 내란범 수사 중간발표, 김건희 특검, 그리고 탄핵 인용 등등 바람은 계속 불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람은 순풍일 것이다.
6. 경계 : 민주당 흔들기와 범보수 결집
하지만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게 있다. 내부 흔들기와 범보수 결집이다. 2017년 탄핵 정국 대선 마지막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42.4%, 범보수는 42.1%였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문재인 41.1%, 범보수는 52.2%였다. 만약 보수가 제대로 뭉쳤다면 탄핵 후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졌다.
그래서 저들은 더욱 “이재명 vs 범보수” 구도를 강화하고,
진보의 탈을 쓴 엘리트주의자들과 함께 홀로 남은 이재명을 치졸하게 공격할 것이다.
벌써 “이재명 리스크”를 언급하며 흔드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제2의 윤석열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선 뭐든지 하는 부류인 셈이다.
7. 결론 :
윤석열에 대한 분노에 머무르지 말자! 대선에서 이겨야 진짜 승리다!
저들은 “이재명 vs 범보수”의 프레임에다,
‘이재명 리스크’와 내부 흔들기를 극대화할 것이다.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진짜 승리’인 대선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바람은 우리 편이지만, 보수 결집과 내부 분열로 돛대를 끊을 수도 있다.
눈발이 더 거세진다.
오늘 한남동 대첩에 참여한 모든 분이 무사하길 바란다.
직접 참여하진 못해도, 곳곳에서 응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글이 길어 미안하다. 여기까지 읽은 분이 있을까 싶지만(웃음), 어쨌든 고맙다.
*사진은 현장에서 날 샌, 친구 ‘이석주’가 올린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