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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한 것도, 살아남은 것도 아닌
게시물ID : freeboard_2036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5
조회수 : 8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1/27 23:28:10
인생.
적응하지도, 살아남지도 않은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온 몸으로 견디며,
그저 견디기만 하며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온 삶.

나에게 주어진 평화는
내 소득도 결과도 아니고
내 노력에 의한 결과도 아닌
그저 세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7년이 걸렸다.

한 세대가 바뀌는 데에 7년.
어쩌면 19년 혹은 20년 정도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게 맞겠다.
한 세대가 변하는 데에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년이 지나자
놀랍게도 이젠
일하는 여성을 배우자감으로 환대하고
더 이상 소개팅에 '반찬 잘하냐'느니, '술 먹고 친구들 데려와도 술상 차려올 수 있느냐.' 따위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너무 잘나도 결혼 못 한다,

여자가 법대 다니면 싸가지가 없다느니,
여자가 수사관 하면 기가 쎄서 시집을 못 간다느니
하는 말도 (나 19살 때) 이제는 옛 말이 되었다.

아직도 80~91년생까지는, 법대가 의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서 동시에,
적개심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나는 결혼할 여자가 집안일만 했으면 좋겠다.' , '가정을 지켰으면 좋겠다.', '도시락을 잘 싸주는 여자' 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남자들은 없어져서 좋았다.

한 6년 전만 해도,
자기와 만날 땐 항시 치마를 입고 올 것.
이 조건인 남자도 있었다.

집에서 애 봤으면 하는 남자들이
다들 감성팔이를 하지만,
결국 나에겐
내 출세를 막고
내 성공을 막는 방해꾼들이어서

연애하고 싶지 않아졌다.
내 시간을 지키고 싶어졌다.

연애만 했다.
결혼은... 결혼하면 일 그만두길 원해서,
일부러 대학생만 사귄 것도 있었다. 결혼 얘기 골치아프게 하지 않고, 연애만 하고 싶어서.

내 돈과 내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갔다가 회복하셔서 일상 생활로 복귀하신 이후로
내 인생에 중요한 것들을 다시금 점검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더 이상의 투정을
받아줄 자리가 남아있지 않아.

엄마도 하루 아침에 그렇게 의식불명이 되었다가 깨어나셨는데,
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걸 해야 불시에 죽어도 억울하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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