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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2034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땡삼이형
추천 : 2
조회수 : 12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4/10/28 22: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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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깊은 밤 공원 벤치. 긴 생머리에 흰티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는 수정같은 눈망울로 날 지그시 바라보며 생긋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집에가고 싶지 않다고.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여기서 눈치 없이 행동한다면 남자가 아니란 걸 알기에 숙련된 손길로 숙박앱을 부리나케 켜고 근처 모텔을 검색해본다. 적당한 위치와 컨디션을 가진 모텔을 단숨에 예약하고 깍지낀 그녀의 손을 강하게 한번 움켜쥐고는 이내 그곳으로 그녈 이끌었다.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카운터 남자 직원은 303호 키와 위생용품 패키지를 건네며 내 얼굴과 그녀의 얼굴을 힐끔 번갈아 보고는 다시 만화책에 시선을 고정한다. 급하지만 급하지 않은 척 여유있는 발걸음을 유지한 채 엘레베이터 3층을 누른 후 내 어깨에 기대 팔짱을 낀 그녀의 정수리에 가만히 코를 대보았다. 땀 냄새와 은은한 꽃향기가 어우러져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현관문에 키를 넣어 돌리자 문이 열렸고 찌든 담배 냄새와 함께 단출한 방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녀와 난 조용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술이 과했던 모양인지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쯤 감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부터 마신 술이 빚어낸 양볼은 잘 익은 자두같았고 입술은 바깥에서 비추는 하얀 간판불 때문인지 마치 에나멜처럼 반짝거렸다. 그녀의 머리칼을 슬며시 정리해주고는 이내 나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대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객실 내 비치된 전화기다. 하필 이 시간에 전화가 왔다는 사실이 짜증나기도 하고 조금은 의아했지만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하던 일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쯤 전화벨은 더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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