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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3-3)
게시물ID : lovestory_95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16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0/03 10: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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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드리는 꿈


    13. 위기(3)



 연맹에서는 종로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차하면 지도부를 피신시켜야 했다.

 다행히(?) 경성청년단 간부들은 이틀 후 새벽, 종로서 앞길에 내팽개쳐졌다. 더 오래 고문을 해봤자 나올 게 없다는 것이 경무국의 판단이었다. 모두 피범벅이 된 나무토막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장태식은 살아 있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종로서 앞을 배돌던 청년단원들이 울면서 그들을 손수레로 싣고 왔다. 

 모두들 왜놈들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무술인 임창식이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어혈을 푸는 데는 똥소주가 최고요.”

 젊은 몸들인지라 급속히 기력을 되찾아갔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똥소주를 마셨다. 어떻게든 빨리 힘을 차려야 했다. 그래야 거사에 힘을 보탤 수가 있었다. 거사일이 멀지 않았다.

 포츠담 선언이 있은 다음날, 이동 중인 임정도 선언이 대한민국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특이한 것은 소련이 선언주체국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소련은 아직 왜국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왜국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소련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국으로서는 매달릴 데는 소련밖에 없었다. 임정과 건국연맹은 소련이 이번 선언의 주체국에서 빠진 것은 불시에 참전을 하려는 전략이라고 봤다. 포츠담 선언도 소련이 참전해서 한반도를 분할해서 신탁통치하는 데에 명분을 주기 위한 연막전술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소련군이 블라디보스톡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도 마동주를 통해 입수했다.

 8월 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 명의의 대왜 선전포고가 전파를 탔다. 왜국은 코웃음칠 경황도 없었다. 포츠담 선언 후에도 본토가 계속해서 무차별적인 공습을 받고 있었다. 외상 도고 시게노리와 외무성 고관들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포츠담 선언을 전면 수용하자 하고,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를 비롯한 군부에서는 일억옥쇄를 계속 주장하며 싸우고 있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왜 선전포고는 백안시됐다. 그 점은 미국과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중국의 국영방송을 통해서.

 8월 5일, 마동주는 호출을 받고 소련 영사관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골돌린이 직접 문을 잠갔다. 뭔가 중요하고도 은밀한 일이 있다는 걸 직감한 그는 바짝 긴장했다. 골돌린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당 재건은 어떻소?”

 “현재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이상했다. 형식적이긴 하나 조공은 완전히 재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물어보기 위해서 호출을 한 것은 분명 아닐 터였다. 골돌린은 더욱 목소리를 낮추면서 문 쪽을 일별했다.

 “민상희, 박도근, 김만길을 억류하시오!”

 “......”

 그는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까딱했으면 큰소리로 반문할 뻔했던 것이다.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골돌린은 예리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해야 됩니까?”

 아무렇지 않게 그가 물었다. ‘왜?’라는 물음은 첩보원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었다. 명령을 받으면 실행할 뿐이었다. 

 "며칠 내로 완수하시오.”

 담배를 물면서 골돌린은 그에게 눈길을 고정시켰다.

 “동지는 왜 그들을 억류해야 하는 지 의문이 생기지 않소?”

 “저는 아무런 생각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당과 인민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이번에도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골돌린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도력에 문제가 있소. 동지와 접촉한지 몇 달이 됐는데도 아직 겨우 당을 재건했을 뿐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가 없소. 그것은 아직도 부르주아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대중 속에 이렇다 할 기반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소. 그들 모두가 자신의 집 노비들을 해방시켜 주고 농토를 소작인들에게 나눠주기는 했으나 그것은 양심적인 부르주아라도 할 수 있는 일이오. 그들은 너무 감상적이오. 혁명은 감상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특히 김만길은 극좌 모험주의에 빠져 있소. 너무 무모하오. 일일이 그들의 과오를 지적할 시간이 없소. 그들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 다른 그룹과 끊임없이 다툴 거요. 그렇다고 헤게모니를 잡을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오. 그들이 지도부에 있는 한 조선의 사회주의 혁명은 요원할 것이오. 이것이 당중앙의 고뇌에 찬 결정이오. 동지의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다른 일과는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오. 그들과 같은 그룹에서 함께 활동했으니까. 하지만 혁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소. 접수하시오.”

 그들 셋이 빠지면 조선공산당은 전멸이나 다름없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선공산당은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의문이 생겼을 것이오. 그 문제는 동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적임자가 있소. 그는 단시일에 조선에 사회주의를 건설할 역량을 갖춘 출중한 사람이오. 그때까지 억류하라는 이야기요. 그리고 동지에게도 그동안의 수고에 상응하는 만족할 만한 직책이 돌아갈 것이오.”

 그는 그래도 웃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웃음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다른 적임자라니?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혼자서 셋을 어떻게 억류한단 말인가? 그건 곧 제거하라는 이야기였다. 설령 억류를 한다고 해도 어디에 억류를 하며 어떻게 지킨단 말인가. 그러니까 그들을 찾아내게 한 것은 애초에 당재건이 목적이 아니라 제거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들이 없어야 소련이 내정해 둔 새로운 인물을 부각시키는 일이 쉬울 것이었다. 그러면서 재건한 조직도 고스란히 넘겨 받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려는 것이었다. 영사의 말은 신탁통치를 기정사실로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직책까지 약속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세 사람을 제거해 버려야 소련의 입맛대로 북부를 요리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었다. 빨리 그들을 조치하라는 것은 소련이 조선으로 진격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였다.

 골돌린을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마동주는 영사관을 나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참에 소련과의 관계를 끊어버릴까? 그것도 안 될 일이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강성종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 거야?”

 “김동지, 흥분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어찌했으면 좋을지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마동주는 오히려 차분해져 있었다. 잠시 생각한 강성종이 입을 열었다.

 “다른 수가 없는 것 같군요. 계획에 다소의 차질이 있겠지만 상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세 분 선생님들이 잠행을 하시는 수밖에요.”

 “그렇겠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은신처는 청계천이 좋지 않겠습니까? 상황이 끝나면 최단시간에 전면에 복귀하실 수도 있고 말입니다.”

 “예. 거기가 제일 좋겠지요.”

 비밀은 철저하게 유지돼야 했다. 소문이 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다.

 “이번에 얻은 것도 있습니다. 분명히 소련이 왜놈들과 일전을 벌일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렇지요. 제발 날짜가 우리 거사일 이후면 좋을 텐데.”

 둘의 생각은 일치했다. 마동주는 셋을 만나러 갔다.

 거사일 이전에 소련군이 국내로 진격할 가능성 때문에 건국연맹 지도부는 그날 밤에도 회의를 했다.

 “거사일엔 소련군이 이미 진주한 지역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런 지역에서는 모두 자리만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소련군과 싸우는 건 절대로 안 됩니다. 협상을 잘해서 소련군이 철수하면 그때 부왜파놈들과 반인간 행위자에 해당되는 왜놈들을 처단하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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