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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재산분할로 인해 가족간에 '연'이 끊어지는 근본적인 원인
게시물ID : freeboard_2032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9
조회수 : 134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4/09/30 18:20:10

안녕하세요. 생존 신고겸 경험담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골치아픈 사건이었죠..

그 와중에 느낀점이 있어서..제가 경험한 '팁'을 공유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재미 없는 글이니 3줄 요약으로 갑니다. 음슴체가 아닌 반말로 쓴 점 죄송합니다.

 

1. 가족간의 '돈'에 있어 애매한 협의

2. 환경이 바뀌며 마음속에 생긴 이기심과 욕심

3. 해결하며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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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할 때,

감사하게도 아버지 께서는 형에게 3천, 나에게 3천이라는 돈을 지원해 주시겠다 하셨다. 

 

형은 왜? 형이 결혼할 당시 아버지께서 자금의 여유가 없으셔서 도와주지 못하셨기에.

 

그런 얘기를 처음 하던 날 밤. 아직 운전이 서툰 내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운전이 서투니. 새차를 사는것 보다는 너네 형이 타던 차를 얻는게 어떠냐? 니 형은 아버지가 준 3천으로 새차를 사고."

 

형과 동생을 떠나서, 개인대 개인으로 본다면 형의 입장에서는 손해다. 자신은 차를 1대 잃는 것이니. 반드시 새차를 사야했고. 3천을 받는다.

나는 3천을 받고, 형의 차를 받는다. (7년을 탄 13만키로짜리 투싼 차량.) 내 입장에선 개 이득.

그러자 형이 조금 불만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아신 아버지께서 물어보셨다. 형이나 되는놈이 그것도 못하느냐는 느낌으로.

 

"니 차값이 얼마고?"

 

"아..뭐..아마 700정도...될 겁니다."

 

"그러면 니 동생한테 2300을 주면 되겠구나."

 

나는 어플로 형의 차량을 검색해 보았다. 

음.. 중고값 1400정도 나오는데? 왜 700이라고 하지? 그걸 생각을 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을 해 주는것이 나은것임에도 불구하고. 왜냐면 나는 알고 있다. 

형의 차값의 절반이상을 어머니께서 사주신 사실을.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거다.

 

'내가 1400을 떼고 1600을 받으면. 그건 형이 더 가지는거 아냐? 불공평해.'

 

[그렇게 그날 형은 아버지께 3천만원을 받아갔다.]

 

[나는 내 이기적인 이득을 챙겼다.]

 

 

***

 

 

결혼을 하고 원룸을 벗어나 아파트로 이사가려 하기 전, 아버지 께서는 우선적으로 1800만원을 주셨다. 

당시 아버지 계좌 한도가 하루에 600씩 세번이 한계라. 

나머지 500은 큰 돈이 아니니 당장은 중기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여유가 되실때 주시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버팀목 대출을 7천만원 내는 것으로 결정했고. 아버지께서 우연히 그 내용을 들으셨다. 그리고 내게 전화가 오셨다.

 

"OO야. 아버지가 지금 공사돈을 못받아서 당장에 직원들 줄 월급이 부족한데..1200만원을 은행에 빌리면 이자가 너무 세잖아. 니가 아버지 한테 빌려주고 대출을 더 받으면 어떻노? 대신 은행 이자는 아버지가 줄께."

 

"네~ 그러시죠~"

 

버팀목 대출을 9천으로 변경했다. 

당시 이율이 2.0%였으니 아버지께서 1200을 일반 대출을 하는것 보다 훨씬 이득이었다. 하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점점 기울어 가는것을. 

당시 제도가 바뀌어서 년식이 오래 된 덤프는 공공기관의 공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공사에 참여 가능한 덤프는 한대에서 1억이 넘어가는 신차들..

아버지의 자금력으로 그런 신차를 뽑을 수 없었다. 

이제는 큰 공사에 참여 못하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비공식적으로 작게 벌어지는 공사에만 투입되는 상황...

 

그렇기에 아내에게 말했다.

 

"이 돈은. 못 받는 돈이야. 이제 잊고 살아. 알겠지?"

 

아내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우리 결혼에 아내의 집은 도움을 주지 않았으니 큰 소리를 낼 입장은 아니었다.

 

"그런게 어딨어? 아버지도 이상한게 그럴거면 형한테 600, 당신한테 600 빌리면 되잖아."

 

"내 전세대출 이자가 싸니까 그렇겠지. ㅎㅎ 그런 돈을 뭐하러 나눠서 빌려? 그리고 그 돈이 원래 우리 돈이였어? 원래 아버지 돈이야. 자식들 한테 빚만 떠넘기는 부모들도 많은데 이정도면 양호하지 않아!?"


"그래도 당신 형은 그대로 다 받았잖아. 거기다가 대기업도 다니고. 와이프도 간호사라 돈 잘 버는데. 

왜 당신만 그러는건데? 나는 한국어도 못해서 일도 못하잖아.."

 

"형은 형이고 나는 나지.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살자. 당신이 돈 못번다고 후회같은거 안해. 

내 마누라는 나를 위해 조국을 버리고 이곳에 온거잖아? 우리 형수는 절대 그렇게 못해ㅋㅋ"

 

"아무튼 확실히 할건. 당신 형은 3천을 받았고. 당신은 600 받은거야."

 

이때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받은 차의 중고값은 1400정도. 

그렇다면 형은 3천을 받은게 아니라 1600을 받은 것이다. 내 머리속에 형이 손해 본 1400은 어머니께서 주신 차 값으로 퉁을 쳤기 때문에.

 

2019년도의 일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버지의 사업은 끝이났고. 이제는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쨌든 나는 600을 받았으니까.

 

 

***

 

 

그로부터 5년이 지나 2024년. 나는 새 아파트로 입주를 앞 두고 있다. 현재 집에서 에어컨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형수님이 사 주신거다. 

 

2022년에 집이 너무 더워 아이가 잠을 못자자 와이프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에어컨을 하나 장만하자고. LX 전자에 다니는 형에게 혹시 직원들은 좀 싸게 살 방법이 없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런 와중 급작스레 에어컨 배송이 왔다. 형에게 연락했다.

 

"이게 뭐야?"

 

"어^^ 이거? 원래 모델만 알아볼랬는데 니네 형수가 너네 결혼할 때 해준게 없다고 큰 맘먹고 쏜거야."

 

"아니 우리가 산다니까..."

 

득이 되니까 에어컨을 감사하게 넙죽 받았었다.

 

 

***

 

 

우리가 새로 입주할 아파트는 천장에 시스템 에어컨을 달았다. 

결국 이사 가기전에 지금가진 에어컨을 중고로 팔고 다른 가전을 새로 장만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형이 연락왔다.

 

"동생아. 너 이사가는 집에 에어컨 있다며? 그럼 집에 있는 에어컨은 어머니 드리는게 어떠냐? 그거 원래 형이 사준거잖아?"

 

"뭐 좋은 생각이긴 한데..그래. 그러자."

 

아내는 기분나빠 했다.

 

"아니 그래. 사준건 고마워. 근데 사주면 온전히 우리 소유 아니야? 거기서 자기가 왜 어머니를 주라 마라 말을해? 아직도 자기꺼야??"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ㅎㅎ 뭐 남한테 주는것도 아니잖아?"

 

"이건 말을 똑바로 해야 돼. 이건 에어컨을 사준게 아니라 '대여' 해준거야."

 

그런데 막상 천O에서 O산까지 에어컨을 보내는게 문제였다. 

LX에 문의하니 배송비만 80만원을 달라고 했다. 거기에 설치비 따로.. 이건 좀 얘기가 다르다.. 

우리가 에어컨을 '대여'한 것 치고는 비용이 과하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애초에 구입하는데 들어간 형이 쓴돈은 머리속에 없었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형이 에어컨을 사 준 '사실'을 알고선 좋아하셨다. 

이 에어컨이 어머니께 가게되면 그것은 내가 드린것이 아닌 형이 '사준' 에어컨이 어머니께 간 것이 된다. 

부모님 성격상 그런 형의 마일리지가 적립이 된다. 고로 내돈을 써서 에어컨을 드려도 내게는 남는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형의 감정적 이득에 깐깐했다.]

 

나 혼자 살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가 생겼다. 

저 감정적 이득은 부모님의 가슴에 남아. 언젠가 때가 되면 재산분할에서 지분을 발 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관 없으나 이젠 나도 아이가 있다. 내 돈은 언젠가 내 아이의 지분이 된다..

 

형에게 연락했다.

 

"형. 에어컨 배송비가 너무 비싸. 80이래."

 

"...........그래? 뭐 다른 용달 같은거 쓰면 어때?"

 

"용달도 알아봤는데..큰 차이는 없을거라 던데.."

 

"원래 가는 방향인 용달에 끼워넣기는 안되나?"

 

"내가 그런걸 어떻게 찾냐...;;"

 

"흠............"

 

서로 눈치게임.

 

"아무튼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야. 나는 사실 에어컨은 중고로 여기서 팔려고 생각했었거든."

 

"야..근데 형이 사준건데..."

 

"그러니까 말이야. 형이 고맙게도 사준거야. 우리는 고맙게 받았고. 이제 우리 소유가 되었지. 니가 사줬다는게 성립이 되려면 말이야. 뭐꼬? 줬다 뺐나!?"

 

[내가 이걸 어머니께 주게되면 형이 나한테 사줬다는건 성립하지 않지!?]

 

"음...그러면 이렇게 하자.. 에어컨은 니가 어머니께 보내고. 대신 형이 냉장고를 하나 새로 사줄께."

 

"오~ 콜."

 

[또 내 이득을 챙겼다.]

.

.

.

.

얼마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작은 아들이 이사를 가는데. 뭐라도 하나 해줘야 겠는데? 너네 TV하나 새로 살래?"

 

"저희는 지금 TV 되게 만족하게 쓰고있는데요?"

 

"근데 봐라. 엄마 집에 TV 오래되서 이제 리모컨을 두번 눌러야 켜진다."

 

"그럼 어머니 돈으로 좋은거 하나 새로 사세요 ㅋㅋ"

 

"그것보단 니네가 새걸 사고, 지금 집에있는 TV를 엄마한테 줘."

 

"아니 괜찮아요;;"

 

어머니는 형에게 연락을 했고. 역시나 LX 직원은 싸게 TV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알고보니 직원이라고 해서 싸게 살순 없었지만..결국 어머니께서 TV. 형이 냉장고를 사주는 것으로 의기투합 하셨다.

 

수원에 TV와 냉장고를 보러 매장에 가기전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 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한테 TV 해주면서도 니네 형한테 엄마는 미안하다. 니네형 이사할때는 해준게 없는데.."

 

"............."

 

"너는 형한테 고마워 해야 해. 에어컨도 사줘. 냉장고도 사줘. 솔직히 니가 형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그 순간 왜 그랬을까? 머리속에 아버지께 3천을 받은 형과 600을 받은 내가 떠올랐다. 아니 정확히는 1600을 받은 형과 600을 받은 나.

또한 형이 얻게되는 '감정적 지분'...

 

"어머니. 다 좋은데 몇가지 따져볼 부분은 있습니다. 일단 어머니 말씀하신 부분이요. 

에어컨을 사준 부분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아요. 형은 저한테 에어컨을 '대여' 한 입장이고. 자신이 사준 에어컨을 어머니께 드리는 겁니다. 

저는 대신 '대여비용' 대신 배송비와 설치비를 지불 할 예정이구요. 그럼 형이 사주는 냉장고가 남게 됩니다. 

감사한다면 냉장고에 대해 감사 할 부분이지요."

 

"무슨 사내 자식이 형제간에 그런걸 따지냐? 이거 말하는거보니 엄청 옹졸한 놈일세?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네 형은 너한테 냉장고 해주기로 한 기억이 없다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통화한 내용이 다 있는...."

 

"그래서 형만한 아우는 없다는거다. 너네 형은 그렇게 마음을 써서 동생한테 해주는데 어째 동생이라는 놈은.."

 

"어머니. 저는 사람간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나 감정에 되게 민감합니다. 이런게 사실 살아가면서 크게 돌아오게 되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신 말씀도 제 마음에 안들어요. 그럼 형은 어머니한테 저와의 '약속' 때문에 냉장고를 해주는게 아니고 

형이 된 입장에서 '양보'의 의미로 어머니 머리속에 기억이 될거 아닙니까?"

 

"뭔소리야 너는."

 

"형한테 진정 '선의'나 '양보'로 받은건 아니란 거에요. 냉장고의 경우 제가 서로 약속한 통화내역이 있다니까요?"

 

[왜 나는 이딴걸 따지고 있는가?]

 

"됐다. 이 욕심많은 놈은 굴러들어오는 복을 걷어차네. 그럴거면 됐다. 에어컨은 니가 알아서 처분하고. TV랑 냉장고는 없던 일로 하자."

 

"허-!!"

 

"왜 아쉽냐?"

 

"아뇨. 저도 그게 낫겠습니다. 그런데 마무리는 확실히 하시죠. 저더러 욕심많다고 하시는데. 

형은 아버지께 3천을 받았지만 저는 600받았습니다. 그러고도 아무런 불만 없이 지금까지 지냈어요. 

어머니 눈에는 제가 욕심이 많아 보이시나본데. 실제 저는 형보다는 더 손해보며 살았다구요. 그건 아시고 계세요."

 

"아~ 그래서 형보다 니가 덜 받았다? 그게 불만인거야? 그래서 형한테 적대감을 갖는거야?"

 

"아니이~!! 그게 아니라. 형이 저보다 얼마를 더 받건 그건 저랑 관계가 없어요. 

결국 부모님 돈이지 제 돈이 아니고! 돈은 원래 주는사람 마음이니까요. 저더러 욕심이 많다고 하시니 저는 그정도는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겁니다!"

 

"내가 전에 한번 아버지한테 물어봤다. 당신 OO한테 빚진거 있냐고. 근데 아버지는 없다고 하시던데!?"

 

"네!?!?!?"

 

"우리는 너네 형제 똑.같.이! 차별없이 줬어. 형 결혼할때 엄마가 3천. 너 한테 3천. 너네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이래서 니가 욕심이 많다는거야 알겠어?"

 

"아니 #$!$! ㅎㅎ 어머니 잠깐만요. ㅋㅋ 저 어머니 한테 천만원 받았는데요?? 기억 안나세요?? 그리고 아버지도!? 기억이 안나신다고요!?!?"

 

"너야말로 무슨소리냐ㅡㅡ"

 

[배신감과 후회에 치가 떨려온다.] 

 

어머니께 당시의 당신 계좌이체 내역을 캡쳐해서 보냈다.

 

"보세요. 어머니 저한테 천만원 주셨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내 엄마가 아닌 '남' 처럼 느껴진다..]

 

"아뇨;; 뭘 어쩌라고가 나와요;; 어머니께서 방금 3천 다 주셨담서요. 그건 아니란거죠;;"

 

"그래..생각해보니 너 마저 줄꺼라고 2천만원 통장에 넣어둔건 있네. 이번에 이사가면 주면 되잖아. 결국 니가 덜 받은건 아니란거야."

 

"어머니. 그건 일단 저한테 다 주시고 나서 하실 말씀이죠;; 저는 아직은 받은 입장이 아니니 저 더러 똑같이 받았는데 

욕심부린다는 말씀은 잘못 된거 아닙니까. 아버지 말씀도 확인 시켜 드릴께요."

 

"됐다. 너랑 더 이런얘기 하고싶지 않다 이젠...제 복을 굴러차니 어쩌겠누. TV는 취소다. 에어컨도 안받을 테니 니가 중고로 팔아먹든 버리든 알아서 해라."

 

얼른 아버지의 송금내역 1800만원과 다시 돌려드린 1200만원을 보냈다.

 

"그건 너랑 아버지 문제지 나하곤 관계 없잖아? 그러게 왜 똑똑하게 다 챙기지 못했냐? 그래놓고 형이랑 비교해?"

 

"와아....이건....저도 너무 머리가 핑돌아서...(꼭지가 돌아서) 더 얘기 안하는게 낫겠습니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아무리 나라도.. 물을 엎지르진 않는 나이까진 왔다..]

 

아버지에게 도대체 어떻게 그걸 잊으실 수 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그래서는 무엇도 이 꼬인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

 

 

다음날 형이 새벽에 카톡을 한 내용을 보았다. 

아아..어머니 께서는 이걸 형에게 말해버렸구나...

 

[파국이다..!!]

 

한끗 실수하면 가족간에 '연'이 끊어질 수 있음을 직감한 나였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내면 깊숙이 가진 형에대한 감정은 무엇인가..왜 나는 형을 끌어들인것인가..?

 

[섭섭함.]

 

그래. 나는 섭섭했던거다. 

우리 부모님은 풍족하지 않다. 덤프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생활이 들쭉날쭉 했다. 

그 바닥은 공사비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매번 시위를 하는 이유...

 

어머니는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개미처럼 일하셨다. 

남들 다 황혼을 여행다니며 강변을 거닐고 차를 마실 때도 어머니는 공장에서 눈치보며 일하셨다.

 

그런 분들에게 감히..당연하게 3천만원씩 받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빚쟁이 마냥 3천만원을 그대로 받아갔다. 

그 모습에 너무 죄송스러워 나는 주저했던거다. 

 

나 마저도 다 받아가 버리면 부모님은 어떻게 생활 할 것인가.. 

형이 나 만큼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섭섭했었다.

 

형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부모가 주는 돈을 받는게 '죄'가 아니다. 

잘 나가는 집안 자식들은 더 큰돈도 당연하게 받아 인생을 살아간다. 자기는 그냥 부모님이 주시는 돈을 받았을 뿐. 

 

그걸 내가 비판할 자격이 없다. 

내가 적게 받은건 내 판단이지, 형 때문에 적게 받은게 아니다. 내가 형에게 가진 감정은 너무나 어이없는 감정이다.

 

형의 카톡을 보았다.

 

"동생아. 니 뜻이 그런게 아닌건 알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 분명히 해야하는건 맞으니 

형 입장을 좀 얘기해줄께. 형은 아버지께 3천을 받았지만. 사실 나는 새차가 갖고싶진 않았어. 

근데 너한테 차를 주면서 부득이 새차를 사야했지. 실제로 3천을 받았지만. 새차 산다고 오히려 형은 손해가 났어."

 

[아니..뭔 소리야;; 투싼에서 하이브리드 그렌져로 갈아탄건 형의 선택이잖아;; 손해나기 싫었다면 3천만원 안에서 차를 샀어야지..;;]

 

"동생아. 그리고 형 중고차값이 당시에는 700이라고 말했었지만..사실 1400정도 였어. 형은 또 그만큼 너한테 양보를 한거지.."

 

[그게 온전히 니 돈으로 산 차는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1500정도 보탠건데...]

 

"너 대만에서 결혼할 때 아버지, 어머니, 나 해서 너네 처갓집에 돈도 줬었지.."

 

[야이~!! 그거 90만원 이잖아!!! 그걸 치사하게 말하냐? 900이라도 줬으면 모를까!! 치졸하게!?]

 

아아...이 치졸함에서 형의 섭섭한 감정이 느껴진다. 아마도 나의 따지고 든 행동에 방어적으로 나오는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지켜야 할건. 돈이 아닌 '연' 이였다.

이 '연'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 가진것 없는 부모가 그나마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재산 아닌가..

 

[이게 사라진다면 내 부모가 고된 삶을 버텨온 의미가 없다.]

 

더이상 형의 장황한 말을 듣기보다 내 결점과 잘못을 말하며 상황을 푼다.

 

"그래..솔직히 나도 1400은 인정. 부끄럽지만 당시에 나도 그런 생각은 있었어. 

니가 700으로 계산한건 나한테 나쁠게 없으니까 모른척 했지.. 그 부분에 대해서 미안해."

 

형은 또 말했다.

 

"그리고..냉장고 부분은 형이 기억이 잘 안나서, 너랑 통화를 했던 기억은 있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너한테 사주는건 그냥 축하하는 형의 마음이지 그런 약속 같은건 없어."

 

[나한텐 통화 내용이 있는데!?]

 

나는 반박하고 싶은 한마디도 쓰지 못했다. 

지금 '연'을 지키는 방법은 나랑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그 뜻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냉장고 관련으로 형의 사고방식은 분명 내 '기준'에서는 말이 안된다. 

하지만 축하하는 '형의 마음' 은 진심일 것이다. 내 기준에 맞지 않다 하여 진심을 부정한다면 그건 더이상 이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은...솔직히 당사자들 간에 어떤게 있었는지 형은 몰라. 그 부분은 니가 분명하게 행동했어야 할 부분같아."

 

형에게 말했다.

 

"에어컨 같은 경우..부끄럽게도 우리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교환' 이라고 생각했던거 같아. 사실 내가 산 에어컨도 아닌데 말이야. 사줘서 고마웠던 마음은 잊고. 이제 '내꺼'다 라는 생각이었어. 사실 니가 단순히 형이라는 이유로 나한테 사줄 의무같은건 없는데. 우리 다 집에 애기들 키우는 가장이잖아.."

 

"............"

 

"내 이득에는 느슨했고, 남에 이득에는 깐깐했던거 같아. 그냥 부끄럽네. 솔직히 부모님께 얼마나 받았는가를 따지는건 우리 받은 입장의 사람들이 왈가불가 할 일은 아닌거 같아. 두분 다 공평하게 우리한테 주려고 하셨고. 거기서 이미 끝인거지. 그 결과가 다른건 단순히 내가 부모님 사정 판단해서 안받은거 뿐이지. 주는걸 그냥 받은 형한테 다른 감정을 가지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

 

"냉장고랑 TV는 취소하자. 에어컨은 어머니께 그대로 보낼께. 오늘 당장은 어머니께 사죄를 못드릴거 같고. 나중에 서로 정리가 좀 되면 그때 할테니까. 형도 너무 마음안썼으면 좋겠어. 미안해."

 

"임마. 냉장고는 그냥 받아. 형이 주는거야."

 

"아니. 우리 와이프 성격에 이런 사정을 다 알았으면 절대 안받는 사람이야. 배려라고 생각하고 안 줬으면 좋겠어."

 

"그래. 알았어."

.

.

.

아버지께 전화했다.

 

"아버지..혹시 어제 무슨일 있었는지 내용을 아시나요?"

 

"어. 너거 엄마한테 들었다."

 

"좋지못한 소식을 듣게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너한테 3000을 다 줬던걸로 안다. 너한테 받은 돈은 당시 아버지 생각에, 

너네 형한테는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1200을 다시 받은걸로 알아."

 

[아닌데요;; 당시 공사비 못받으셔서 자금 운용이 안되서 받아 가신건데요;;]

 

이걸 말한다고 한들,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엔 오히려 반발심만 일으킨다. 

어쨌든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걸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기다 아니다 논박은 싸움밖에 나지 않으니..

 

내가 말했다.

 

"지금까지 금전에 있어서 아버지 생각이 틀리신적이 없다는걸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저도 확인을 해 보니 당시 내역이 1800만원을 주셨던 부분과, 몇일 뒤에 제가 1200을 송금해드린 자료밖에 없어요."

 

"그럼 그전에 1200을 줬겠지."

 

"아버지께서 주신 날짜가 9월 입니다. 제가 18년도 내역까지 다 뜯어봤지만 그전에는 없었어요."

 

"그래? 그러면 내가 내일 은행에가서 확인을 해 보자. 그런데 OO야. 재산을 가지고 형이랑 이런 얘기가 오간다는게 아버지는 좀 그렇다. 니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느끼셨으면 죄송합니다. 오해가 있는거 같아요. 저는 형이랑 누가 더 많이 받았는가로 따지는게 아닙니다. 저는 결혼당시 아버지 어머니 생활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걸 알았고, 그래서 제 나름대로 필요한 비용만 받았던 거거든요. 그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제가 고작 덜 받았다는 걸로 억울하고 섭섭하다면, 당신들의 돈을 자식들에게 베풀고도 저한테 원망을 듣는 부모심정은 어떨까요? 절대 그런거 없다는걸 알아주세요. 제가 원하는건 딱 하나. 돈을 더 받고자 하는게 아니라, 제가 당시 부모님들을 제 나름 생각했다는 제 '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니 얘기는 일단 알겠다. 내일 아버지가 은행에서 확인을 해 볼께."

 

 

***

 

 

다음날 어머니께 사죄 문자를 보냈다. 금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지고 든 부분이,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낄지 생각하지 못한. 사려없음에 대한 사과. 그 부분에 죄 없는 형을 언급한 것. 

가족들의 진심어린 '축하'. 그 진심에 감사하지 못하고, 사사로운 이해득실을 우선한 것. 

TV와 냉장고는 취소하되, 에어컨은 꼭 받아 주실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사과를 받아 주셨다.

 

또 다행스러운건 아버지 께서도 은행 내역을 확인하시고 내가 600을 받은 사실을 인정 하셨다.

 

"아버지가 지금 당장 돈이 없다..OO야 미안하다..시간이 너무 지나서 아버지도 잊고 있었네. 나도 늙었나보다."

 

"아니에요. 남들은 아버지가 빚만 남기고 떠난경우도 많은데. 아버지는 도움을 주셨지 않습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그래도 언젠가 돈이 생긴다면 꼭 아버지가 계산을 확실히 해줄께. 니 몫의 2300만원.."

 

"아버지. 2300 아닙니다. 당시 형은 차 값이 700이라고 했는데. 제가 알기로는 1400입니다. 그럼 저는 1600이 맞아요. 이미 600은 받았으니 1000만원 입니다."

"너는 뭘 그런걸 또 따지냐."

 

"도와주신 600 감사히 받았구요. 당연히 아버지 돈이지만 그 천만원은 제가 아버지를 생각하는..사랑으로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그래..그건 아버지가 꼭 기억하마."

 

 

***

 

 

이틀간의 폭풍같은 재산분쟁(?)을 정리하며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나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얻어질 내 '이득'에 이미 공정함을 상실했던것 같다. 

이미 나부터 공정함을 따질 자격이 없음에도 그것을 외면한게 시작이다. 첫 단추 실패.

 

그리고 부모로부터 받는 돈에 있어 당연하다 생각을 했던것 같다. 

공정하게 따진다면 부모라고 해서 그럴 의무는 없다. 키워준걸로 이미 의무는 끝이다. 감사함만을 기억하는게. 자식의 도리.

 

나는 이런일이 없을 줄 알았고. 똑바르게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욕심이 없다 생각했다.

그런 나도 자식이 생기면 어느새 평정을 잃어간다. 나도 변한다...나와 같이 형제도 변한다.

내 부모도 늙어간다. 당신들의 예전 '총기'들이 영원하진 않다.

 

[마음이 아닌 그때의 사정에 따라 사람은 변해가는거다.]

 

그렇기에 돈에 있어서 사사로운 잔정으로 흐지부지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주는 돈을 마다하면 안된다.

 

일단은 내 지갑에 다 받아놓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면 된다.

그 도움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기록'으로 남는다.

 

나름 도움을 주겠다고 주는 돈을 받지않은 '결과'는 '기록'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기억에서 잊혀지며 언젠가는 '잊혀진 배신감'으로 내 가슴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재산으로 인해 '연'이 끊어지는건 그런 우유부단함이 부른 배신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배신감의 원인은 우리가 모두 변치 않을 거라는 '자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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