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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투신 후 살았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5515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dj
추천 : 14
조회수 : 2619회
댓글수 : 177개
등록시간 : 2015/11/19 21:26:19
 
안녕하세요, 21살 여자입니다.
전 14일 밤 성수대교에서 투신했고, 살아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있네요..ㅎㅎ
저의 부끄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건, 혹시라도 저처럼 자살을 생각했거나 삶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에요..^^
 
전 삼수생이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삼 반수생이요
제작년에 경기도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붙었고, 등록을 했지만 전 만족을 할 수 없었어요
가난하고. 처절하고 다툼을 일삼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며 전 꼭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싶었어요.
어리석게도 그 방법이 좋은 대학을 가는것 뿐이라고 믿고있었죠..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얻어서.. 결혼같은거 안하고 혼자 잘 살아야지. 혹시 결혼을 하더라도 내 자식은 부족함없이 키워야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공부는 결과가 좋을 리 가 없죠..ㅎㅎ
항상 억울했어요. 모의고사는 그렇게 잘나오는데 왜 정작 수능은 점수가 이럴까. 한번 더 해봐야지. 한번 더 해봐야지.
그리고 저번 주 , 수능이 끝나고.. 전 아무생각도 없었어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아요. 그냥 핸드폰으로 한강다리를 검색했어요..ㅋㅋ
토요일날 무한도전을 보고. 청소를 하고. 제 물건을 다 버리고. 그렇게 집을 나왔어요.
압구정에 도착해서 나중에 꼭 살거라 다짐했던 현대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어요. 그리고... 네..^^
물 속에 혼자 떠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물도 새까맣고 하늘도 새까맣고..주위엔 아무도 없고.. 한시간 가량을 그렇게 떠있었어요.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무런 반응도 없는 곳에 혼자 그렇게 소리치다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풀가로 헤엄쳤어요. 사실상 수영도 아니고.. 미친듯이 버둥거렸어요. 물살 때문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않는데 미친듯이
버둥거려서 풀가로 갔어요. 나뭇가지를 잡고, 돌을 잡고 기어서 위로 올라갔아요. 자전거길이 있더라구요. 거기에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중에 경찰 두 분이 와서 전 병원으로 갔고, 지금은 엉덩이 팔뚝 허벅지에 큰 멍이 든거 빼고는 괜찮네요..ㅎㅎ
 
제가 하고 싶은말은요......... 여러분 힘들어도 살아요. 제발 살아요.
나요..  죽고싶다고 생각했는데 다리위에서 발 한짝 떼자마자 후회했어요. 아, 이러지말걸.
그래서 지금 살아있는게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여러가지 경험도 해보고..사람도 만나면서 배우려구요.
제 좁은 생각을 넓혀가려구요. 학교도 그냥 다니던곳 다니기로 약속했어요. 엄마랑..
저, 압구정동 안살아도 되구요.. 돈 많이 안벌어도 돼요. 그냥 저 행복해지려구요. 그리고 그 과정을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려구요.
헛된 꿈..허영 가득한 꿈 버리고 온전히 제 자신을 위한 삶을 살거에요.
여러분들도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다같이 행복해지고싶어요....ㅎㅎ!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리 위에 있던 핸드폰, 가방, 안경, 신발이 몽땅 없어졌더라고요.. 뭐, 가져가신 분 원망은 안해요 ㅎㅎ
가방속의 돈이야 상관없고 무엇보다 엄마한테 쓴 편지가 있었는데 엄마가 그걸 못읽게돼서 너무 감사해요.
그니까 제 물건 가져가신 분께도 감사할게요^^
출처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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