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베스트 셀러인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 여성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77)가 "위안부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며 "(일본 정부가)그 전에 급히 손을 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오노는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 10월호 기고문을 통해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8월 초 과거 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여성들을 위안부로 동원한 '스마랑 사건'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지적한 것을 문제 삼으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시오노는 "우리 일본인에게 미국과 유럽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며 네덜란드 여자도 위안부로 삼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면서 정부에 진상파악 등을 위한 빠른 대처를 주문했다. 시오노는 또한 '고노담화' 작성에 관여한 자민당 정치인과 아사히신문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실시도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특집에서 태평양전쟁 때 한반도에서 징용 노무자와 위안부를 '사냥'했다고 증언했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000년 작고) 관련 기사를 최근 취소했다.
시오노는 아사히의 기사 취소를 계기로 "외국, 특히 미국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분위기 흐름을 바꿀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는 국정 담당자, 언론을 비롯한 일본인 전체가 '고름을 완전히 짜낼 용기'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관계자 전원을 국회에 불러 청문회 내용을 TV로 방영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주장에 가세했다.
시오노가 언급한 스마랑 사건은 1944년 2월부터 약 2개월간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 근교 억류소에서 20명 이상의 네덜란드 여성들을 위안소로 연행해 강제 매춘을 시킨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종전 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범 군사재판에서 사형 1명을 포함해 일본군 장교 7명과 군속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