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일제히 휘는 길에서
나는 혹은 이 인간은 허수아비처럼
바람을 나누어 마신 사이라 생각했다
먼 곳에서 길은 그 한 모금으로 내 어디가 낙엽인지 알았다
이윽고 갈색 잎 가스러지는 꿈에
잠시 감았다 뜬 눈빛으로 저편을 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