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많이 힘들었고 모든 게 무의미했고
하루에 대부분을 누워 잠과 술에 취한 채
종일 죽는 상상을 하며
그렇지만 또 차마 일어나진 못한 채
지금처럼 비겁하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누군가를 만났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엔
여전히 아픔이 있었고
역시나 나도 여전히
그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일어날 수 있었다
난 보잘것없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던 사실을
비로소 누군가를 통해 인정을 받았으니까
집에 돌아가 마지막을 준비했다
참 보잘것없었다
마지막이라기에도 마지막 식사라 하기에도
마치 내가 살아온 인생처럼
볼품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울다가 그저 계속 울다가
보잘것없는 끈 사이로
보잘것없는 나를 집어넣었다
세상이 흔들린다
항상 그래왔듯이
세상에 매달려있다
난 어쩌면 살고 싶었던 걸까
이름 모를 누군가에 의해
난 살아났다
오르막길을 걷다
창에 비친 목을 매달고 있는 나를 보며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기 전 인터넷에 누군가 들을 향해 썼던
글들을 읽어 주던 누군가 들은 날 어떻게 바라봤을까
여전히 가끔씩
홀로 다시 놓는 생각들을 하고는 한다
다만 나를 그래도 잠시라도 좋아해 줬던
진심이던 진심이 아니었던
이름 모를 그대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한 번씩 거슬려 다시 놓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출처 |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7hjieun&logNo=2235591774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