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자촌 어딘가에서
이제 세상에 나온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울음을 제외하고는 고요하리 만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축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애도를 하듯
그렇게 아이는 태어났다
어쩌면 그날의 울음소리는
어렴풋이 자신의 미래를 흘겨본
절망의 울음소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짜여진 것처럼 어미는 집을 나가버렸고
아비는 어느 날처럼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죽어버렸다
사실 앞가림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였지만
그 동네의 아이들은 다 그렇게 자라왔다
아이와 어른 그 애매한 경계에서 인생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너무도 빨리 어른이 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을 테니까
사람들은 누군가를 마주쳐도 떨떠름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보다 조금 더 불행을 등진 어쩌면 그래서 위로가 된다거나
자기보다 조금 더 행복한 그래서 시기를 하거나
그러한 것들로 서로에게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없었다
끔찍하고도 그래서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마주하며 살았다
참 공평히도 불행했고
외모만 다를 뿐 인생을 꼭 같이 찍어낸 것처럼
고만고만한 모두가 같은 인생이었다
아이가 이제는 정말 어른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인가 마을엔 전염병이 돌았다
모두가 죽어가고 홀로 남을 때까지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이런 공허하고 회색빛 가득한 마을엔 관심도 없었을 테니까
살고는 있지만 매일을 죽어가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버려진 동물원 같은 이곳을 누군들 찾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런 곳을 나가지 못했을까
죽음을 믿고 기다렸지만 죽지 않았다
멍하니 한참을 누워 있다가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불을 지폈다
특별히 슬프거나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삶은 늘 그래왔으니까
문득 얼굴들을 하나하나 뜯어본다
별다른 추억들이 떠오르는 건 없다
그저 서로 한 번씩 훔치고 싸우고 별 볼일 없는 것들로
뒤엉킨 채 그냥 살아왔다
하찮은 것들로 엮여 있었지만
그 하찮은 것들을 탐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들이었다
하찮고 보잘것 없는 것들로 인생을 채워왔다
뒤를 돌아 길을 나선다
이젠 아는 사람이 없다
사실 이름도 없었다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어릴 적 한 번씩 육시랄 놈인지 뭔 새끼인지
자기를 보며 아비와 어미가 한 번씩 중얼거리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린다
한참을 걷다가 처음 보는 길에 들어서 주변을 둘러본다
당연히 울타리 따위는 없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 가둔채 살았으니까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성이다가
한쪽 발을 내디뎌본다
떨리는 아이의 모습이
발 언저리 물웅덩이에 비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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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버려진 삶을 사는 개인의 여정을 써보려 하는데
처음 쓰는 장르라서 어렵군요!!
사실 제가 쓰는 글들이 분위기가 다 거기서 거기라 새롭지도 않고
일단 글을 못쓰는게 제일 크지만 ㅎ.ㅎ
이 다음편 부터는 글의 분위기는 좀 많이 달라질거 같습니다
주인공이 맨날 우울감에 빠진채 힌든소리만 하면
보는 분들도 피곤하실거 같고 좀 해학적인 부분을 많이 넣어보려구요
그리고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삼돠
그리고 쓴소리 좀 많이 해주십쇼!!
잘 써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혼자 고민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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