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 층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임대 아파트라도
풍경은 퍽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보면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면 꼭 같은 사람들 같아 보이니까
나도 평범하게 어쩌면 저 속에 섞여들 수 있을까
뒤도는 바람에 교복 치마가 나풀거린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시답지 않은 말들을 건네본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사회가 뭔지 관계란 뭔지
난 왜 여기에 앉아있는 건지
이 시간에 교복 입은 내가 말을 거는 게 두려운지
모두가 슬금슬금 피한다
저 아이들 눈엔
내가 나의 부모와 같이 두려운 걸까
문득 두 눈덩이를 쓸어 만진다
아프지만 토해낼 곳이 없다
날라리 양아치 몸 파는 년
모든 게 나를 향했지만
그 모두가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도 부정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때
그래도 날 불러주잖아
오늘도 아파트 난간에 기대어본다
오늘따라 난간이 흔들거린다
비로소 내가 기댈 곳이 없음을 알아챈다
언제부터일까 내 인생이 이토록 위태위태하게
흔들거린 건
저 아래 한 아이가 웅크려
숨죽인 채 울고 있는 게 보인다
사실 모두가 같았던 게 아닐까
괜찮아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는다
닿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