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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민정이
게시물ID : freeboard_20304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논개.
추천 : 4
조회수 : 9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4/08/19 15:24:37

십오 층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임대 아파트라도

풍경은 퍽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보면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면 꼭 같은 사람들 같아 보이니까

나도 평범하게 어쩌면 저 속에 섞여들 수 있을까

뒤도는 바람에 교복 치마가 나풀거린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시답지 않은 말들을 건네본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사회가 뭔지 관계란 뭔지

난 왜 여기에 앉아있는 건지

이 시간에 교복 입은 내가 말을 거는 게 두려운지

모두가 슬금슬금 피한다

저 아이들 눈엔

내가 나의 부모와 같이 두려운 걸까

문득 두 눈덩이를 쓸어 만진다

아프지만 토해낼 곳이 없다

날라리 양아치 몸 파는 년

모든 게 나를 향했지만

그 모두가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도 부정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때

그래도 날 불러주잖아

오늘도 아파트 난간에 기대어본다

오늘따라 난간이 흔들거린다

비로소 내가 기댈 곳이 없음을 알아챈다

언제부터일까 내 인생이 이토록 위태위태하게

흔들거린 건

저 아래 한 아이가 웅크려

숨죽인 채 울고 있는 게 보인다

사실 모두가 같았던 게 아닐까

괜찮아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는다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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