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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갈등과 문제는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게시물ID : love_497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수댁고양이
추천 : 0
조회수 : 33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0/30 19: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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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진지하게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사랑으로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문제 원인 대부분을 ‘애정 결핍’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외과, 정신과,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면 받으셔야 합니다.)

사랑만 있어도 괜찮아지는 범위는 꽤 넓습니다. ‘문제’ ‘갈등’이라고 말하는 모든 상황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거나, 불안한 상황, 우울하고 공허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언쟁, 쇼핑 중독, 충동구매, 집착 등도 있겠습니다.

앞서 말한 상태는 ‘타인과 엮이거나’ ‘스스로 문제라고 인지’해야 문제가 됩니다. 혼자 생활하면서 당사자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불안한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철학자나 현자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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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최근 집사에게 ‘정신병’이 생기면서입니다.

집사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더니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에 빠졌습니다. 하루 종일 매직 키보드 후기를 살피고 가격과 사용성을 놓고 고민합니다. 50만 원이 넘는 가격이니 쉽게 지를 순 없습니다. 아이패드가 아니라 키보드가 50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집사는 잡지사에 다닙니다. 인터뷰나 취재 때문에 외부 작업이 많은 걸 감안하면 매직 키보드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노트북처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맥북이 이미 있다는 겁니다. 매직 키보드를 고민하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맥북과 아이패드를 모두 들고 다니는데 최소 2.5kg이 넘습니다. 텀블러까지 합하면 3kg 이상입니다. 저도 3kg 군장은 부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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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매직 키보드를 사게 하거나,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회사에 두고 다니게 할 수 있습니다. 매직 키보드 대신 저렴하고 가벼운 키보드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노트북처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집사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요점은 방법이 다양하다는 겁니다.

전 집사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뒀습니다. (응원했다는 표현도 맞습니다.) 매직 키보드 영상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길래 더 열심히 보라며 <잇섭> 채널을 추천해 줬습니다. 또 실물로도 보고 싶다기에 명동 애플스토어에 같이 가 30분 동안 매직 키보드를 두드리게 뒀습니다. 집사는 그 뒤로도 계속 영상을 찾아봤고, 저는 <당근 마켓>에서 중국산 제품을 사서 시험해 보라고 했습니다.

집사는 다음날 점심시간을 활용해 중고거래를 했고, 뿌듯한 듯 인증샷을 보냈습니다. 이틀이 흘렀고, 집사는 매직 키보드 때문에 어깨에 담이 걸렸다며 방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집사는 이제 괜찮다고 합니다. 매직 키보드가 더는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냥 맥북 들고 다니고 아이패드는 가끔 쓰겠다고 합니다. 집사가 매직 키보드에 빠지기 전과 후 달라진 건 중고거래를 하면서 5만 원을 쓴 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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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매직 키보드를 써봤기에 괜찮아진 걸까요?

만약 애정결핍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합리적인’ 답변을 제시했을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최선책을, 그다음 차선책을 택합니다. 만약 차선책에도 문제가 생겼다면 3 안을 택하면 그만입니다. 제 접근 방식은 그렇습니다.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근본 해결책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해결될 수도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간 읽은 책들은 사랑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키보드를 사주는 게 사랑이 아닙니다. 가방을 가볍게 해주는 게 사랑이 아닙니다. 공감해 주는 게 사랑이 아닙니다.

아니, 공감하는 건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제가 눈을 마주치며 고민을 듣고, 집사가 한 말을 돌려주며 맞장구까지 쳤더라도 ‘정신병’이 해결됐을까요? (도움은 됐을 겁니다.)

분명 아닐 겁니다. 집사가 그런 걸 원했다면 운 좋게 해피엔딩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박입니다. (전 도박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제 아버지는 어머니께 가끔 꽃을 사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걸 왜 사 오냐"라며 “용돈 카드를 끊어야 한다”고 윽박지르시곤 하셨습니다. 현상만 보면 어머니가 너무해 보입니다. 하지만 30년을 넘게 살면서 어머니가 뭐에 관심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좋은 일 하고도 욕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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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랑 집사는 다른 인격체입니다. 좋아하는 것도 생활패턴, 결정 방식도 다릅니다. 집사가 저 같은 사람이었다면 제 선택은 ‘최선책’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우리가 관찰하고, 하고 싶어 하는 걸 지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사를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모를 겁니다. (알 것 같은 기분은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괜찮습니다. 집사의 ‘정신병’을 치료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누군가를 마냥 응원하는 건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게 답일지라도 말입니다.

만약 제가 무언가를 해줬다면 집사는 지금도 매직 키보드를 그리며 방황하고 있었을 겁니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싶으시면 다음 글을 읽으셔야 합니다.

다음에는 사람들이 삐뚤어지는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angsucat/223248490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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