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어떤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졌다. 지나가던 한 의인은 그 할머니를 도와주었고, 병원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 의인이 도와준 할머니는 사실 큰 부자였고, 그 의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상속해주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쁜 동화다. 선한일을 하면 보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할머니가 의인이 자신을 밀어서 다쳤다고 그 의인을 소송을 걸었고, 의인은 패소했다. 재판부에서 할머니에게 치료비와 보상금을 지불하라 판결이 난다. 재판후 의인은 다시 누구를 도와주지 못할것이란 인터뷰를 했다. 이 사건은 중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옆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모른척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교통사고가 나서 쓰러진 사람을 피해서 운전하고, 길을 걷다 쓰러진 사람을 행인들이 슬금슬금 피해가는 영상이 생겼고, 인터넷에서 ‘흔한 대륙의 CCTV’ 밈이 유행한다.
누가 위험에 빠져있다면 돕고, 안타까워하는것이 인지상정이고,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만 살아남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위기에 빠진 이를 도와준다는것은 이제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배상을 해야할 수 있고,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비슷한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떠 돌기 시작했다. 성폭행으로 부터 도망치는 어떤 여자를 도왔는데, 범인을 제압하고 나니 여자는 사라졌고, 도와주려했던 사람은 오히려 폭행범으로 몰려 재판에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사실을 잘 믿지 않는다. 아니 믿기 싫은건지도 모르겠다. 여성혐오를 만들고, 남녀 편가르기를 해서 정치에 이용하는 비열한 정치 공작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할 수 없고, 익명뒤에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정훈 대령의 사건은 좀 다르다. 관련자들이 다 특정되었고,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막연한 분위기가 아니라 현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충분하게 사건의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다. 나는 중국의 그 재판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정훈 대령의 항명사건을 빠르게 설명하면 이렇다. 대한민국에 수해가 났다. 그리고 대민지원을 하던 군인한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망사고를 조사하던 조사관은 사고의 잘못중 하나가 안전을 무시한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였다라고 판단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방장관에게 결제받은지 하루만에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조사단장은 다른 외압에 굴하지 않고 ‘법률에 따라 신속하게’ 경찰로 이첩시켰고,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이야기는 아직 수사중이고, ‘각자의 주장이 다름으로라고 섵부르게 판단하기 이르다’라는 이야기는 통상적인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모든 국방부 브리핑과 국정조사를 관심있게 보고 있으면,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직한 수사관이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일에 오직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 모든것을 걸고 싸우고 있다. 이 재판이 진다면, 법률에 따라 행동한 그가 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올바르게 자신의 책무를 다하겠는가? 누가 양심에 따라 정의로운 일을 할려 하겠나? 그냥 위에서 시키는대로, 자신에게 득이 되는대로 행동하지 않겠는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 생기면, 상대가 어떠하던 그냥 무시하는 ‘흔한 대륙의 CCTV’가 이제 대한민국에 생기게 되는것이다.
이 재판의 결과는 대한민국의 국가의 브랜드와 가치를 결정짓는 문제로 들어섰다. 만약 박정훈 대령이 재판에서 진다면, 만약 처벌을 받는다면, 장담컨데, 그리고 너무나 두렵게도 대한민국은 무엇으로도 돌릴 수 없는 거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것이다. 그리고 이 재판을 이긴다면, 그리하여 잘못된 지시를 한 자가 처벌을 받는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나은 국가적 위상을 가지게 될것임은 틀림없다.
출처 | 내 머리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