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때 등에 가방 하나 매고 옷이 든 캐리어 하나 끌면서 경기도 일산으로 올라옴. (본가는 경남의 어느 시골...)
먼길 떠나는 나에게 부모님이 주신 용돈은 50만원.
일단 전화상으로 연락된 직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모텔을 하나 잡아 타향에서의 첫 날 밤을 보냄.
다음날? 여튼 올라온지 몇일 지나지 않아 직장 선배의 지인이 운영하는 고시원으로 숙소를 잡고 본격적으로 일을 다니기 시작...
당시 월급이 140~160만원대...
첫 월급 그대로 들고 부모님 드렸던 기억이 나고...
한 달 용돈은 30만원선... 나머지는 모두 저축...
아침은 거의 굶다시피.. 점심은 직장에서.. 저녁은 거의 라면 같은거.. 때때로 회식이 있으면 배부른 저녁.
친구들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고...(친구들이 거의 다 부산, 경남에 있어서...), 옷을 사는 일도 별로 없었고..(그냥 있는 옷 깨끗이 입고 다니면 된다는 생각,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시골에서 방금 올라온 티가 났으리라...) 다른 사람의 눈치같은건 보지 않았음.(그냥 대충 입어도 인물이 좋아서... 라고 자뻑을 하며...)
지나고 나서 보면 직장 선배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던... 나를 잘 챙겨줬고 그래서인지 나도 열심히 뛰어다님..
그러다 얼마지나지 않아 수원으로 거쳐를 옮김.
월급이 조금 더 오른듯..(이십몇년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하지만...)
이제는 고시원을 떠나 반지하 월세방을 얻었고... 직장 동기. 형들과 종종 회식도 했지만
마찬가지 그 외 딱히 돈을 쓰지는 않아서, 가끔씩 옷 한 벌씩 사는 정도...
월 소비되는 금액이 월세 포함 5~60만원 정도... 나머지는 또 저축...
그러는 와중에 친형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생인 나에게 현금이 있는지 어렵게 물어봐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400만원을 보냈던 기억이... 당시 형은 백수 같은... 진짜 착한 형.. 오해 금지..
아무튼 그렇게 또 1년정도 살면서 그 동안 모은 돈과 은행 마이너스 통장 1000만원으로 집주인과 다시 계약하여 월세방을 반월세로... 내 기억으로는 3000만원에 월세 25만원 줬던 것으로 기억남...
다시 1~2년쯤 뒤 직장은 그대로. 집을 옮김.. 1층으로.. 반지하에서 탈출했다는 것 만으로 너무나 기뻤음...
그렇게 또 2년 정도 살아감. 월급은 조금씩 올랐고... 쓰는 지출은 변동없이...
그러는 동안 어떠한 게기로 직장 끝나면 저녁에 대학원을 다니게 됨. 물론 학비는 내가 다 해결하면서.
(대학교 다닐 때도 부모님은 학비대기 힘들어 하셨음. 국립대 하는게 효도라 했음. 학비가 싸니까... 생활비는 웬만하면 내가 알바해서 해결함.)
또, 그러다보니 차가 필요해져서 중고차를 하나 삼. 갤로퍼 숏바디...
결론적으로 대학원 석사과정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것은 없지만, 웬지 이력에 다른 사람들보다 한 줄 더 적을게 있다는게 든든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김. 어쩌면 알게 모르게 그것으로 인해 도움을 많이 받았을지도 모름. 또, 차가 있으니 여기저기 필요할 때 부담없이 뛰어다님. 뭔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충만해짐.
그러다 또 직장땜에 거쳐를 용인으로 옮김. 처인구... 여기는 시골... 고향 동네 같은 완전 시골.. 지금도 시골이지만 그 때는 더 시골....
사실 아직 결혼전이고 딱히 얽매일게 없다보니 좋은 조건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임. 차도 있고.
집은 시골 동네 빌라 4층.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음. 저 멀리 산너머까지 보이는 풍경..
주말없이 6개월을 풀로 일한 적도 있음.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몇 날 몇 일을 일한 적도 있음. 주말 야근 수당을 그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받기도 함. 수당 포함 월급 평균으로 250 정도. 이때가 30대 초반... 주말에 쉬어봤자 뭐 나오나? 어짜피 시간 지나면 다시 제자린데.. 라는 생각으로...
근데 시골로 가다보니 더 돈 쓸일이 없음. 월세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돈 빼고 용돈 30만원으로 한 달 살이 가능함.
때때로 수원에 있을 때 친구들과, 고향 친구들, 용인으로 옮겨 새롭게 알게된 직장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하며 놀기는 했지만,
내가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자주 만나지는 않았고, 돌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래도 만날때마다 즐거웠음.
아무튼 그렇게 또 몇 년 살다보니 어느듯 소개로 만난 사람과 결혼을 준비함. 35살.
당시 결혼을 준비한답시고 결혼자금 계산을 위해 전재산을 계산해보니 현금(전세포함) 8500만원과 차 한 대가 전부.(이때는 싼타페)
27살에 옷 가방끌고 통장에 50만원 들고 올라와서 35살까지 약 8년 동안 대학원 마치고 차 끌고 다니면서 나름 열심히 모은거임.
그걸로 다행이 아파트 전세를 하나 얻어서 결혼을 함. 집사람도 참 착한 사람??임. 뭘보고 나랑 결혼했는지... 참...ㅋ
말했다시피 집에서는 한 푼 도와줄 형편이 못 됨.
오히려 온 몸으로 인생을 바쳐 자식들을 키워낸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뿐..
아... 그리고, 대학교 졸업하기 직전(4학년 때)부터 주식을 조금씩 했었는데, 나름 선방을 계속 해 왔던 터라 결혼하기 전 거의 전 재산을 올인함. 아직 혼자일때 한 번 해보자. 결혼하면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싶은 마인드도 있었음. 근데, 그게 하향곡선 그릴 때는 좀 아찔했었음. 다행이 본전을 찾고 위로 올라올 때 즉시. 팔아치움.. 전재산 앞에서는 새가슴.. 그러고 그 돈으로 결혼함.ㅋ 당시 투자했던 종목들이 해운주들이었음.ㅋ
아무튼(또), 그렇게 결혼해서 둘이 벌다보니 혼자보다는 수입이 훨씬 많아짐. 물론 지출은 더 많아짐.ㅠ 그래도 아이가 생기기 전에 둘이 있을 때 모아둬야 한다는 생각에 와이프의 짜증을 뒤로 하고 연 3500만원 적금을 과감히 들이부음. 한 사람 월급 + 다른 사람 월급의 1/4 정도 고스란히 들이부음.
결혼하기 직전에는 한 사람 월급의 1/2만 쓰고 나머지는 다 저축하려고 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월 용돈 30만원으로 살던 시대는 영영 끝임을 실감함. 그 다음해는 오히려 적금이 2500만원으로 줄어들고... 아이가 생기면서 지출은 더 늘어나고... 와이프의 짜증과 함께 나도 짜증이 섞이고 부부싸움도 생기고... 등등등의 일로 순간 저축이 올 스톱 되어버림. 물론 그렇다고 서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지고 등의 상상은 하지 않아도 됨. 이 때 모았던 6000만원이 결혼 생활 중 가장 크게 모은 돈...
아무튼 나도 거의 포기 상태로 살게됨. 나는 일단 저축 목표를 정해놓고 생활비를 아껴쓰자는 마인드였으나 와이프는 일단 살아보고 저축을 하자는 마인드? 임. 그렇게 거의 포기한 상태로 살다보니... 그렇게 살아도 돈이 어느 조금씩은 모임. 물론 큰 돈은 아니지만... 워낙에 결혼 초반부터 내가 돈돈거리면서 저축을 빡세게 해서 인지 와이프도 어느 정도 나에게 물들어? 마냥 헤프게 쓰지는 않아서 인지 몰라도 쓸대로 쓰는대도 조금씩은 모이는게 신기했음.(물로 내 성에는 절대 차지 않았지만) 이 때 월급은 둘 다 200대 중반 ~ 300대 초반 왔다리 갔다리.
둘째(첫째와 두 살 터울)가 태어나는 해 아파트 청약을 넣어 당첨됨.
공공임대. 10년 LH에 임대(반전세) 후 분양을 받는 조건. 전세를 최대한 많이 넣고(1억 4~5천) 월세를 최대한 낮춤(20만원대 중후반) 나머지 돈은 예금.
그리고 이 때 호텔을 분양받음. 약 8500만원 투자. 이 때 부부 싸움 하느라 힘들었음. 자세한 이야기 생략. 지금은 꼬박꼬박 수익금이 들어오고 있어서 와이프도 포기함.
그 때쯤부터 모든 돈 관리는 와이프에게 넘김. 호텔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자의적으로 넘김. 아파트도 와이프 이름으로 계약함.
시간 지나 지금 생각해보면 둘이 참 열심히 살기는 했음. 양가 부모님 도움없이 오롯이 둘이서 애기 둘 돌보면서 열심히 일 다니고... 직장 땡하면 바로 얼집가서 애기 둘 대려오고, 집안일 정리 다 하고, 회식으로 늦게 들어오면 집 사람 애기들이랑 자고 있으면 혼자서 집 정리 다하고 설겆이 하고 잘 때 되면 새벽 2시, 다시 6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민원으로 조기 분양을 실시하게 되어 아파트를 4억에 분양 받음.(시세는 5억쯤.)
이 때가 40대 초중반.(웬지 정확한 나이를 말하기 싫어서... 죄송...ㅠ)
근데, 모은 돈은 2억5천대. 그래서 은행 1억5천 대출 받음.
뭐 은행 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집이 생김. 뿌듯.(뿌듯 두 글자보다 훨~~~~씬 더....)
그리고 4억에 분양 받은 것이 갑자기 올라 단 몇 년 만에 8억을 넘김.
한 편으로는 기분 좋기는 했지만, 등에 깔고 앉은거라 별로 실감 안나고 은행 대출 열심히 갚아감.
현재, 40대 후반... 아직 둘 다 월 수입은 300대 초중반.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를 계획하며 8억 넘기던 아파트 최근 다시 내려 7억에 매도 계약하고
아이들 학교 가깝고 교통 좋은 곳으로 또 다시 은행 대출 받아 9억 중반대 아파트 매수 계약함.
금리 오르고 인구 절벽이라 부동산 어찌 될지 모른다지만,
그냥 내가 살 집이라 그런거 생각 안하고,
부부 내외 몸 안다치고, 지금처럼 꾸준히 벌이를 하면 은행대출 충분히 갚겠다는 생각에... 또 그렇게 살아온지라 겁없이 대출받기로 했음.
두 딸이 너무 착하고 이쁘고 공부도 곧잘해서 오늘 밤에도 식사 자리가 웃음으로 넘쳐나는 모습이 내 눈에 너무 흐뭇함.
경제적인 것 위주로 최대한 간단히 살아온 이야기 정리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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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
시간 날 때마다 오유 글들을 읽으면서 느낀점들이 있음.
2030들이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다고 느낌.
꼰대니 뭐니 욕들어 먹을 생각하고 적으려고 함.
저 20대 때부터 좋은 옷 안 입어도 깨끗하게 입고 다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남들 신경 쓰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아온 성격 그대로 쓰겠음.
인터넷 블로그 인스타 유투브에 보이는 그 조작된 환상적인 삶을 제발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음.
그리고 부지런히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음.
또 이런 일로 힘들어지고, 저런 일로 괴로워하는 몇 몇 사례들을 요즘 세대 전부의 모습으로 비추는 뉴스에 공감하지 않았으면 좋겠음.
이런말 하면 당신은 아파트 분양 잘 받아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거 같음..
그런데, 단호히 말하건데, 나 지금 당장 아무것도 없이 거리에 내 쫒겨도 정말 겁날게 없음.
부모님께 물려 받은 가장 큰 재산... 건강한 몸과 직접 몸소 가르쳐주신 성실함이 있기에.
세상 정보 흘러 넘치는 인터넷 속에 일자리들도 넘쳐남.
가끔씩 그런 상상을 함. 내일 직장에서 쫒겨나면 뭐하나???
나도 이제 50이 코 앞인지라...
월 250만원 생산직을 구하고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배달일을 하면 지금보다 더 벌 수 있겠는데? 배달일은 주말에도 해도 되잖아! 등등등
(특정 직업을 비하하거나 그런 의도는 없음을 분명 밝힙니다. 그냥 실제로 제가 가끔씩 잠들기 전에 핸드폰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서 하는 상상을 적은 것입니다.)
전에 한 번 이런 이야기 꺼냈다가 비난의 눈초리를 받은 적 있음.
그건 너니까. 그 때는 그랬으니까. 요즘은 안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어. 참 순진한 생각한다. 넌 세상을 아직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음. 그런 말들이 나오면 어떤 말을 해도 모든 것이 그런 말들로 덮혀버림.
그럼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음. 혼자서 생각함. 나는 외계인인가? 나는 지금 2023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도둑 맞은 가난? 오유 글을 일가보니 이러한 제목의 글을 읽게 되었고, 생각이 깊어져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음....
도둑 맞은적 없음. 애초에 그들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수 있으니... 가난 체험? 그것도 애초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할 수 있는 옵션이었음.
난 그들이 가난을 도둑질 해 가든 말든 나는 내 삶을 살 것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이지 않음.
(물론 내가 말한대로 하지 않는게 아니라, 할 수가 없는, 못 하는 처지의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제발 바라건데 못 할 핑계를 제발 찾지 마시길...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정신이 혼미함.
적다가 생각에 빠지다가 적다가 하다보니 3시간 이상 적은거 같음.
현재 새벽 3시 23분...
예전에 대학원 다닐 때 새벽 동녘하늘이 밝아 올때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출근 못할까봐 침대에 눕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자던 때가 생각나는군...
건강한 몸 주시고 성실함을 보여주셨음에 부모님께 감사하며 글 마칩니다.
(혹여라도 글에 잘 못이 있으면 알려주시고 용서바라겠습니다.)
출처 | My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