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수의사에 대한 글을 보면 참 많은 분들이 수의사에 대해서 호의적이시고 무개념자들에 대해서 충고해주시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 수의사는 할 만 하구나 싶긴 합니다.
항상 그런 것 같아요.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고..
수의사들, 동물병원 욕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드물게 욕나올 정도의 사례를 전부인양 뉘앙스로 포장하시는 분들..
그런 글을 보면 화가 납니다만...다만 저 역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에게 짜증을 일으키는 글들이, 그 글들에서 저를 더욱 자극시키는 부분이 마치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듯이 강조되어 보인다는 것..
다들 화가나고 짜증나고 감정이 격해지면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대부분의 수의사들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우린 사회의 마이너다..' 일 듯합니다.
약자라는 의미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외로 소수이고 드문 직종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을 다루는 직종으로서 자신의 가치가 참 여러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 흔들리는 경험을 많이하게 되죠..
그 부분에 상당히 예민해집니다..
사람은 참 일반화가 되기 쉬워요..
동물 보호자들이 일부 나쁜 수의사들의 행태 때문에 대부분의 무미무취의 수의사들을 포함해서 정말 좋은 수의사까지 안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지듯이 수의사들도 일하다보면 일부 소수의 정말 다양하고 어이없는 보호자들 때문에 그냥 무미무취의 보호자들을 포함해서 정말 좋으신 보호자까지도 색안경을 쓰고 보게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것도 다 본인의 멘탈에 기인한 것이겠지요..
저는 좋은 수의사는 아닙니다.
저의 목표는 좋은 수의사가 아닌 무미무취한 그저 그런 수의사입니다.
그냥 아픈 동물이 오면 얘가 어디가 아프구나..알아내고, 치료하고, 돈받고, 그걸로 먹고자고살고..
감동의 드라마로 동물이 살아나고, 보호자가 눈물콧물 감사합니다.. 이런거 싫어요. 부담스럽고.. 내가 뭐라도 된양 뿌듯하고..그런거 싫어요.
그냥 나나 보호자가 애가 살으면 살았네, 얼마죠?, 얼마입니다. 여기있어요, 안녕히계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이러면 좋겠어요. 그나마 욕심을 부리자면, 동물을 데리고 나가는 보호자의 기분좋아하는 뒷모습을 보면 더 좋지만...
수의사의 동물사랑..
있으면 좋지요..
근데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나도 간단히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수의사는 누구보다고 동물의 극단적인 상황, 동물과 사람 사이의 극단적인 상황을 많이 볼겁니다.
그런 수의사에게 동물에 대한 사랑 운운하면 오히려 수의사에게 색안경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동물을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저의 수의사로서의 이상향은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수의사입니다. 그냥 아픈 애가 있으면 적절한 치료하고, 돈 받고...
솔직히 말하면... 수의사에게 사랑을 운운하는 사람 중에서 제가 겪어본 대다수는 그 의미가 할인, 무료, 재능기부가 그 바닥에 깔려있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또는 그 이상을 수의사가 보여줘야한다는 그것이죠..
저는 수의사로서 일할 때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말은 돌팔이, 사기꾼도 아닌 수의사의 동물에 대한 사랑이라면 믿으실까요..
모르겠어요... 적성에 맞는 직업인지도 모르겠고..
이게 뭐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