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제목대로, 현관매트를 떠봤습니다.
전체 크기는 가로 107cm* 세로 53cm.
무늬로 들어간 글은 "Put Your F**king KEYS on the Cutting Board = 니 쉬부럴 열쇠 좀 도마위에 놔라"입니다.
깊은 뜻이 담긴 영어숙어같지만, 아닙니다. 말 그대로 "(쉬발) 열쇠 좀 도마위에 놓자"는 취지로 만든거예요.
제가 평소 제 물건을 어디뒀는지 깜빡깜빡하는데, 특히 외출하기 직전에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 몰라서 당황하는 일이 잦거든요.
열쇠 두는 곳을 정해두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시부모님께서 선물로 주신 도마를 현관 신발장 위에 두고 열쇠두는 곳으로 정했는데
딱히 나아지질 않더라구요.
이렇게 놓으려고 했는데, 집에 들어오는 순간 도마의 존재를 까맣게 잊게 됩니다.
그래서, 집안에 들어설 때 안볼 수가 없는 현관매트에 이 메시지를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트를 만들었어요.
사용한 실은, 일본 백엔샵 다이소에서 구입한 '아무코로'란 실입니다.
사진에는 색상이 좀 어둡게 나오네요. 가장 왼쪽은 노랑/오렌지색, 가운데는 레인보우, 오른쪽은 검정색 실입니다.
원래는 초록색 매트를 뜨고 싶었는데 집 주변 다이소에서는 남은 재고가 없고,
제조사에서도 9월까지는 제조를 안한다고 해서, 그냥 있는 색상으로만 떴습니다.
두께가 상당한 실입니다. 사용하는 바늘은 대바늘/코바늘 둘 다 8mm~10mm입니다.
가로 107cm* 세로 53cm 매트 뜨는데, 바탕색은 8타래, 글자부분은 1.5타래 들어갔습니다.
바늘들도 모두 다이소에서 구입했습니다.
저는 전체적으로는 대바늘(8mm) 메리야스뜨기, 가장자리는 코바늘(10mm) 짧은 뜨기로 떴어요.
색연필보다 두꺼운 바늘 덕에 떠가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뜨개질 할 맛이 나요.
대바늘 뜨기 10cm*10cm 게이지를 내 보니, 7.5코*11단 정도나오더라구요.
원하는 매트크기에 맞춰 계산한 후, 글자 도안을 만들었습니다.
엑셀은 정말 대단하죠. 개발한 목적과는 다르겠지만 정말 쓸모있는 프로그램 같아요. 땡큐, 빌게이츠.
도면에서 보시듯, 세 파트를 나눠서 뜬 후, 연결시켰습니다.
손뜨개 한 매트 뒷면에는 부직포를 붙였고, 매트 아래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두었습니다.
부직포와 미끄럼 방지 매트도 다이소에서 구입했습니다.
다이소, 마이럽.
사진에는 잘 안보이는데, 부직포는 손 바느질로 고정했습니다.
이 매트를 만들기 전에 남편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고 영어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지 물었더니
"이런 표현이 도어매트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라던 남편이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고난 후에는 꽤 흡족해합니다.
매트 뜨고 남은 실로 변기커버도 뜨는 중인데 완성되면 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