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요즘 나는
가구처럼 움직인다
가구의 삶도 나쁘지 않다
필요할 때 서랍 열듯
밥벌이나 하는 시간
세상엔 나 말고도
가구가 이렇게 많은데
스티커가 안 붙는 게 다행이지
저녁길 지나 밤이 되면
가구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오래된 사무의 무덤에서 나와
세상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빌딩 숲속에
가구가 뿌리 내릴 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