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저랑 은행 갈 일이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갔어요. 마침 날씨도 좋고, 은행은 한산한 편이고. 신나게 번호표 뽑고, 창구 근처 의자로 가려는데, 창구 앞에서 한 아이를 봤어요. 커다란 눈망울에 온통 흰털, 짧고 뭉툭한 코, 납작한 얼굴 ... 휴~ 그 녀석 그리 흔히 볼수 있는 생김은 아닌데, 하필 그렇게 만났네요.
반가운 마음에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고, 제 손 냄새도 맡게 해주고, 이마도 살짝 쓰다듬어 보려는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제 순서는 돌아왔고, 또 마침 업무 볼 창구 바로 앞에 있었는데, 전 눈물만 흘리며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있었어요.
남편은 제가 또 이러니까 어쩔 줄 몰라하다가, 저한테 좀 쉬라고 하고는, 은행 창구 앞으로 갔어요. 근데 통장이며 도장이며 다 제 가방에 있는데 저 없이 뭘 하나 싶어서, 제가 바로 따라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은행언니 앞에 꺼내놓기는 했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말을 한 마디도 못하겠는거예요.
다행히 할 일 목록을 통장 위에 붙여갔는데, 은행언니가 그걸 보고 친절히 도와주시더라구요. 제가 좀 진정되니까 은행언니가 물으시네요.
"키우던 강아지랑 많이 닮았나봐요?" "네. 그러네요." "오래 키우셨나봐요?" "13년요." "어유~ 그럼 완전히 가족이었네요. 힘들겠어요." "그럼요. 가족이죠." "이래서 전 동물 못 들이겠어요. 저도 정들면 이럴거 같아요." "저도 다신 못 키워요. 그 녀석이 마지막이죠. "
그렇게 은행에서 일을 마치고, 남편은 다른 일이 있어서 가고 저 혼자 집에 돌아왔는데 내내 그 녀석의 눈망울이 아른 거려서 함참을 또 울었어요.
정신 차리고 나니 주인 허락도 없이 그 강아지에게 손 댔던 것도 미안하고 부끄럽고, 많이 당황했을텐데 따뜻하게 위로해준 은행언니에겐 고맙고 또 부끄럽고 ... 매번 이런 일을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
새벽까지 이래저래 뒤척이고 잠 못 들다가 오늘 점심 때에야 일어나 거울을 보니 벌에 쏘인 듯한 눈덩이에 놀라고 어제 일이 떠올라 또 콧등이 시큰거리길래 오유에 왔어요.
그동안 오유에서 눈팅만 하다가, 가끔은 저도 한마디 끄적이고 싶은데 막상 쓰고 보면 그 녀석 얘기 뿐이라 지우고 또 지우고 그랬어요.
오늘은 그냥 한번 용기 내서 글 써 봤어요. 진짜 글을 올릴지는 모르겠어요. 글도 엉망이고, 짧게 쓰고 싶은데 혼자서 주절주절 ... 마무리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음...저기요. 글 쓴 김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하며 마무리 할게요. 동게에 털복숭이들 사진들 보며 힘 많이 얻었어요. 항상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