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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1편)
게시물ID : sisa_12214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쿠오로
추천 : 4
조회수 : 92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3/05/30 08:13:06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1편)
Q: 사회주의는 이미 망했잖아요.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요?
A: 제가 강의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반박 중 하나가 바로 ‘사회주의는 이미 망하지 않았느냐’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냉전 잔재가 여전한 분단사회다 보니 사회주의를 무슨 뿔난 괴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 대한민국에도 이미 사회주의적 요소가 적지 않게 존재하거든요. 정부가 시행하는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이 바로 사회주의적 정책이에요. 미국의 사회주의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이 내세우는 정책도 공공의료보험 확대, 대학교 무상교육, 부자 증세 같은 것들이죠.
Q: 그런 건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많이 시행하는 정책 아닌가요? 그게 어떻게 사회주의적 정책인가요?
A: 좀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원래 복지, 재분배는 자본주의와는 인연이 없는 개념이에요. 알다시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재화나 서비스가 영리 목적의 민간 기업에 의해 상품으로 제공되며, 소비자는 시장에서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서비스 분야가 완전히 자본주의화, 그러니까 민영화된 사회는 어떨까요?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은 시장에 대한 개입이니 사라지겠고, 공공 의료기관은 폐지됩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시장의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자의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하게 되고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펼쳐지겠지요. 국가가 공공재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전염병에 대처하고, 이윤추구 목적의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진료비 책정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폭넓게 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는 것은 자본주의와는 무관한, 지극히 사회주의적 성격의 정책이에요.
공교육 시스템 역시 자본주의가 아니에요. 교육의 완전한 자본주의화가 이뤄지려면 국공립 학교를 폐지하고 모두 사립학교로 전환해 국가가 학교 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등록금이나 교육 과정, 선발 과정 모두 교육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해도 여전히 진정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요. 국공립 어린이집도 없애고 무상급식도 없애고 공공임대주택도 없애야 합니다. 그런 건 자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국가 공동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건 엄밀히 말해 사회주의적 정책이거든요.
Q: 정부가 복지 정책이나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면 극우세력들은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결사반대하는데, 말씀대로라면 그런 주장이 사실관계가 틀린 건 아니군요?
A: 하하. 그런 셈이죠. 남과 북으로 분단된 체제경쟁으로 인해 사회주의라는 단어의 의미가 악마화되었고, 그 낙인 효과를 정치 선동에 이용하는 거죠. 국가의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중앙정부, 지방정부, 주민공동체가 공익 차원에서 경제에 개입하게 됩니다. 무상의료·무상교육이 시행되고 더 많은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학교에서만 급식이 제공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양질의 급식이나 배급이 제공될 수 있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는 우리보다 사회주의적 정책을 더욱 폭넓게 시행해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40~50%를 세금으로 걷어서 공익사업 및 무상의료·무상교육 같은 복지의 재원으로 활용하니 가능한 일이지요. 얼추 나라의 절반은 사회주의식으로 운영된다고나 할까요? 우리 국민은 사회주의 색채가 더 짙은 나라를 부러워한다는 얘기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냉전적 인지 부조화가 존재합니다. 나는 복지국가가 좋은데,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사회주의는 싫다니. 복지국가는 사회주의 정책을 받아들인 결과이고, 그런 정책이 실행되려면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기업을 설립하고 공무원을 늘려야 하잖아요. 공무원 되기를 원하고 복지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다시 말해 사회주의 안전망에서 살고 싶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정작 사회주의는 싫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잖아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 말이어요.
극심한 빈부격차와 유례없는 환경파괴를 낳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나마 좌초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도, 아이로니컬하게도 사회주의적 정책을 적극 도입해 부작용을 완화하고 무분별한 착취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보편적 인권이 확대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하지요. 기본권이 확장될수록 복지로 제공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영역 또한 확대됩니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도시락을 싸 왔지만, 현재는 차별 없이 급식이 제공되잖아요. 과거에 건강보험의 혜택이 제공되지 않던 질병들도 지금은 혜택을 받고 있고요. 공동체의 사회주의적 성격이 커질수록 이렇듯 구성원의 기본권은 확대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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