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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명나라 시절 두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제문
게시물ID : lovestory_942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iper76
추천 : 4
조회수 : 15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5/16 17: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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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발달하지 못한 전통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교육 자체는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성 교훈서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소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친정집에 속하고, 결혼하면 시댁에 합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 였습니다.

 
전통 사회의 부모들은 딸들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설사 과부가 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해도, 딸은 시댁 식구들과 살아야 했기에 결국엔 남이 될 사람입니다.
 

그러나 현대까지 남은 몇몇 묘지명을 보면, 일부 아버지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딸을 귀여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명나라 만력제 시절, 그러니까 400년 전. 
 

명나라의 한 아버지는 천연두로 두 명이나 되는 딸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죽고, 그 다음에는 언니가 되는 아이가 죽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죽은 큰 딸의 묘지명을 직접 쓰며, 딸의 어린 시절을 담담히 추억했습니다. 400년 전 명나라 시절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현대의 눈으로 보기엔 어땠을까 보시면 되겠습니다.


 

부분 번역, 출처 『발레리 한센, 신성곤 번역 열린 제국 : 중국 pp. 460-461』

(중국어 - 영어 번역 - 다시 한국 번역의 중역이라 원문과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사실 나는 기쁘지 않았다. 

 
그야 30세가 넘은 남자는 아들을 원하지 딸을 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채 첫돌이 되기도 전에 너는 나를 사로 잡았지. 

 
내가 너를 쳐다볼 때마다 킥킥대며 응답할 때도……"

 
너는 자주 방문을 두드리곤, 재빨리 안으로 들어아 물었지. 

 
"거기, 누구세요?" 하고 말이다.


너는 가끔 나와 수수께끼를 하여 이긴 사람이 집 주위를 돌며, 진 사람을 따라잡는 놀이를 했지. 

 
네가 마지막으로 나를 따라잡았을 때, 넌 환호하며 박수를 쳐댔었지.


 
그런데, 
 
 
채 반 달도 지나지 않아 네가 죽었다면,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니."



아진(阿震)이라는 이름의 딸은 발랄한 기질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딸이 처음 태어났을 당시, "딸자식 따위가 무슨 소용일까." 하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아버지는, 그러나 이후엔 말괄량이 딸의 교육 방침에 대해서 아내와 논쟁을 벌일 정도로 변하게 됩니다.


 

"너의 어머니는 너무 엄격하단다. 
네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될까봐, 두려워하여 가끔 너를 혼냈었지.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네가 없을 때면 네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곤 했단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잘잘못을 알 수 없지 않소. 좀 더 클 때까지 그대로 둡시다.' "

 
 딸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던 아버지는, 이후엔 딸의 저승 여정을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끝냅니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사이다…… 
 
너보다 열흘 앞서 두 살 어린 동생 아손(阿巽)이 너와 함께 몸져누웠다가, 
 
사흘 뒤 아손이 죽고 너 또한 떠나버렸구나.
이제 더 이상 너와 놀아줄 상대도 없지만, 
적어도 너도 잘 아는 동생과 함께 가는구나.
너는 걸을 수 있겠지만, 네 동생은 이제 겨우 불안하게 발걸음을 떼는 상태란다. 
 
어디를 가건, 손으로 네 동생을 꼭 붙잡고 가렴.
그리고 서로 좋게 지내면서, 다투는 일은 없도록 하렴.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한다.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하는지 안다면, 꿈속에서나마 자주 돌아오거라. 
 
 
그리고 만일 인연이 허락해준다면, 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그런 바람에서 경전과 주술서와 금강경의 사본을 보낸다.
 
또 네가 저승의 염라대왕을 보면,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올려 자비를 구하거라.
 
염라대왕에게 말만 하고 울거나 시끄럽게 굴지는 말거라. 
너는 저승이 집과 다르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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