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한국 취재진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용수 위원장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 선수단장으로 카타르 도하에 와 있다. 이 위원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화제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으로 향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 면접을 본 후 발탁한 장본인 아닌가.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하신 말씀이 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돈만 받고 떠나는 외국인 감독이 되지 싫다. 한국에 결실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님은 정말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계신다.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19일 도하에 도착한 슈틸리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과 같은 숙소를 쓰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식사도 같이 하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우려해서다. 또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안 된다며 코칭스태프와 잠깐 만난 것 외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 휴가 중이다. A매치는 오는 3월에 다시 열린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도하까지 날아왔다. 이 역시 한국 축구 발전과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다. 명목적으로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었지만 진짜 목표는 미래의 대표팀 발굴을 위한 것이었다.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가 열린 그랜드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젊은 유망주를 보기 위해서는 어디든 가야한다"며 도하 방문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 22세, 23세 선수들은 월드컵 때는 25세, 26세다.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전성기 나이다. 올림픽 대표팀도 당연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권창훈 등 현 대표팀 멤버도 있다. 가장 좋은 선수를 찾을 것"이라고 도하에 온 진짜 이유를 설명했다.
휴가 중에도 한국 미래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이다. 돈만 받고 떠나려는 외국인 감독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뜨거운 결실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