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월세 보증금 빼서 내일은 없다 식으로 유럽3개국 배낭여행 갔던적이 있었는데, 영국에서 동선이 겹친 일본인이랑 독일 홈스테이에서 또 만남. 이름이 세이치인가 그랬음. 근데 이놈시키가 ㅇㅇ대 어학당을 다녀서 한국말을 좀 할줄 아는거임. 그래서 대화도 하고 좀 친해짐. 둘째날 홈스테이 운영하시는 한국분께서 뭔가 좋은일이 있었는데(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맥주를 사주셨다. 아니 정확하게는 공용 식당에 맥주를 풀어주셨다. 근데 나랑 그 일본놈만 술을 못마셔서 사과맛 나는 음료수만 줄창 마셨는데 호주에서 온 원주민이 한일 역사를 아는지 자꾸 이 일본놈이랑 시비를 붙이는거임. (나는 어느정도 영어를 할줄 알았고, 이 일본놈도 다개국어 능력자였음.) 근데 이 일본놈이 갑자기 급발진을 한것. 일본이 일제시대에 토목기술로 이것저것 지어주고 깔아주고 해서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나쁜일이 있었다는건 아는데 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 것이냐는 뭐 대강 친일파 기본 논리 같은 말들을 하는거임. 근데 사과주스가 알콜이 들었나 나도 좀 욱해서 한마디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건 좀 내가 잘한것 같음.
"내가 너희집에 쳐들어가서 너희 아빠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너희 엄마 유방을 도려내고 니 여동생을 강간하고 자재는 내가 공수하는 대신 너와 니 형제를 시켜서 니 집앞에 아스팔트 도로를 새로 깔아주면 너는 몇년뒤쯤 나를 용서할 생각이냐."
사실 영어를 엄청 잘하는건 아닌데 순가 아이큐가 상승한것 마냥 미드대사처럼 술술 나옴. 근데 이새끼가 좀 당황했는지 갑자기 하지도 않던 일본말로 뭐라고 막 쏴붙이기에 내가 갑자기 말끊으며(지금 생각해도 이건 좀 미친 짓인것 같음) '고노 방구미와 고란노 스폰사노 데쿄데 오쿠리시마스!!!!' 라고 존나 소리지름. 이 얘기를 듣고 벙찐건 이 일본놈 보다는 시비붙인 호주놈이랑 그밖의 몇몇나라 사람이었음. 나는 그렇게 열받은채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와서 담배 3개비 뻑뻑피고 내방 들어가서 잠. 당연히 술자리는 싸해지고, 이 일본놈은 다음날 방 빼서 나감. 뭐 일정상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난 내가 쫓아낸거라고 아직도 정신승리 하고 있음.
40살인 지금도 내가 뿌듯해하는 일중 하나임. (세이치가 다니던 대학교 이름은 숨기는게 좋을것 같아 수정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