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장관 1심 재판이 3년 만에 겨우 마무리됐다. 비슷한 시기에 기소된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와 친동생 조권 씨,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모두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던 것과 비교하면 더디게 나온 결과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정 전 교수도 사모펀드 관련해서는 거의 무죄를 받았다’며 억울해했다. 그동안 지지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고작 표창장 하나 때문’이라고 비약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9년 8월 19일, 조 전 장관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5촌 조카는 ‘코링크
PE’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었을 뿐 투자 대상 선정을 포함해 펀드 운용에는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는 중졸 학력에 신용불량자였다. 그런데도 코스닥 상장사를 대출받아 인수하고 주가 조작을 하거나 회삿돈 72억원을 빼돌리는 기업사냥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투자 내용도 모른다던 정 전 교수는 종잣돈을 대고 자문료 명목의 돈도 매월 받아 챙겼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얻었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단골 미용실 원장 이름으로 차명 거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정 전 교수의 친동생은 조 전 장관의 5촌과 기업사냥 대상인 회사의 주가정보를 긴밀히 주고받고 실물 주권을 숨겼다가 발각됐다.
그런가 하면 웅동학원 이사장이었던 조 전 장관의 부친은 둘째아들에게 가짜 공사대금 채권을 만들어줬다. 조 전 장관의 친동생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사대금 16억원을 소송을 통해 100억원대로 불렸고, 웅동학원은 결국 거액의 빚을 떠안았다. 동생의 부인은 항공승무원이었는데도 서류상 회사를 세워 채권을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위장 이혼까지 마다치 않았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은 웅동학원 사무처장을 맡으면서는 억대 금품을 수수하고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방식으로 교사를 부정 채용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외국어고 문과생이었지만 고교 재학 중 정식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대신 거기에 이름을 올려준 교수의 아들은 조 전 장관이 재직하던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를 발급받았다. 물론 허위였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변호사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줬고,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됐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도 않았고 낙제점을 받던 조 전 장관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이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조 전 장관의 가족이 아니다. 기업사냥을 당한 상장사, 미공개 정보 이용과 주가 조작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 조 전 장관 자녀가 위조된 허위 스펙으로 진학하는 동안 불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 웅동학원 시험지가 유출된 줄도 모르고 교사 채용에서 떨어진 지원자가 피해자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는 6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말했다.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기소조차 되지 않는 혜택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