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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살아 온 걸까
게시물ID : menbung_59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년백수연합
추천 : 3
조회수 : 412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3/01/19 0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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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또 다른 누군가도 가지고 있는 돈에 관한 신념이 있다.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 것.
20대 한창 때 통장에 단돈 만원도 없어서 걸어서 5km 알바를 가야하는 상황에도 그 누구에게 버스비 한번 꿔 보지 않았다. 그 버스비 없을 때 까지 일을 구해보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상황에 몰릴 때 까지 내가 돈을 구하지 못 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싶었기 때문에. 벌 받는 심정으로.. 1달 동안 열심히 일 해 알바비를 받은 후에야 버스를 타고 다녔다. 친구가 감기약 살 돈이 없어 오천원만 빌려달라 그래도 난 야박하게도 빌려 주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평소 그 놈의 방탕한 생활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빌려주기가 싫었다. 내가 10만원 어치 술은 사 줄 수 있어도 돈은 빌려주지 못 한다. 그것이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다.
요즘 들어 내 주변에는 온통 돈 빌려 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난 노이로제에 걸렸다. 
"오빠, 나 급하게 이사를 가야 하는데 생각치도 못 한 지출이 생겨서 이번 달 생활비가 부족한데 20만원만 보내 줄 수 있어?"
"형, 나 지금 통영에 놀러왔는데 기계에서 돈이 안 뽑혀서 그런데 돈 좀 보내줘~, 집에 도착하면 갚을게."
"OO야, 나 코로나 걸린 거 같은데 당장 돈이 없어가 약을 못 사는데 돈 좀 보내주면 안되냐?"
며칠 전에는 일하고 있는 가게 전화로 새벽 4시경에 벨이 울렸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던 그는 내게 "사장님예, 제가 가게 정말 단골인데예." 하고는 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위중하다는 전화를 받고 내려가봐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얼마간 빌려주십사. 올라와서 바로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요 한달간 돈 꿔 달라는 말만 다섯번 이상 들었던 지라 너무 화가 나 그냥 죄송하다고 안 된다 했더니 한숨을 푹푹쉬며 시간을 끌더니 알겠습니다. 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혹시 내가 빌려주지 않은 그 작은 돈 때문에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너무 매몰차게 사람을 내찬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온다.
자신은 번듯한 직장인이라며 나를 알바라 놀리는 당신들은 남한테 아무렇지 않게 돈 꿔달라 말하지만 내게는 10원 하나 꿔 줄 돈이 없다.
하지만 얼굴도 뭐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가게에 전화를 했을 때는 '얼마나 급했으면... , 혹시 나때문에?' 하는 생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 시간이 내게 다시 돌아온다 해도 빌려주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왜인지 불편한 감정과 복잡한 심경때문에 자꾸만 괴롭다.
왜 내 주변엔 온통 돈만 빌려달라는 사람들 뿐인지..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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