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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에도 나오지 않은 정도면 난 뭐였을까요?
게시물ID : gomin_1536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Nnb
추천 : 11
조회수 : 80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19 04:13:15
내 나이 11살, 학교 끝나고 다른 라인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딱지를 치고 있는데, 이용이용 거리면서 엠뷸런스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 있는 듯 했고 꽤 시끄러웠지만 우리는 눈 앞의 딱지가 더 소중했죠.
 근데 그 엠뷸런스에는 15살인 누나가 타고 있었죠.
타고 있었다는 말이 꽤 이상하네요, 옮겨지고 있었어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나는 너무 어렸다는 말로 변명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죠. 다만 공기처럼 당연했기 때문에 반박할 가치를 못 느꼈을 뿐.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친할머니에게 예쁨을 받은 만큼 그 빛의 그림자는 누나가 온전히 짊어졌었나봐요.

그래도 아주아주 어렸을 적 나를 자전거에 태웠던 어린 소녀의 기억이 나요.
고사리같은 손으로 나를 쓰다듬어주던 손길이 나요.

이유없이 어느 새 차가워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섭섭했고.
하지만... 내 생각이 너무 어렸다는 게 너무 후회가 되어요.


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내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흔한, 아릿한 상처가 났을 때
그 시간에 친구네 집에서 놀던 누나가
동생을 왜 안 봤냐고 친모에게 뺨을 후려맞을 때.

나는 그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엄마 눈치를 봤었죠.

그 일이 있고 50일 쯤,
그때의 내 흉터는 희미해졌을 때. 누나가 자살했네요

다음 생에 애새끼 낳아서 그때도 나처럼 대하면
니들 귀신이 된 내가 따라다니면서 괴롭힐거야

 꾹꾹 눌러 쓴 볼펜에
부모, 친조부의 이름은 있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적은 구절엔
외할머니와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제 이름은 없었네요.
차라리, 꿀먹은 벙어리였던 나도 같이 증오해주지.. 


그 작은 어깨의
그 작은 손의
그 누나라는 소녀를
안아주지 못 할 만큼 내가 작았다는 게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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