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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영화를 보고나서 극장을 나오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니,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체게바라의 명언이 불현듯 떠 올랐습니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영화는 어쨋든 가상의 공간이고,
감독은 어쨋든 그 속에 현실과 가상을 잘 섞어서 "조화"를 추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랙팬서 이번 신작은 저에게 있어서 조화의 연속이었습니다.
동양철학에서 대극의 합일을 이루는 음양오행사상도 떠올랐고,
불교 화엄종에서 만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화엄사상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을 융합해서 통합심리학을 창시한 켄윌버의 통합사상도 떠올랐습니다.
죽음과 삶
흑인과 백인
주류세상과 비주류 세상
남자와 여자
뚱뚱한 여자와 날씬한 여자
왕과 신하
어둠과 밝음
육지와 바다
인간과 짐승
신화와 과학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내적 욕망과 공적 대의
현 세대와 다음 세대
블랙팬서 1편과 2편
꿈과 현실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과 로봇
죽은자와 산자
영화와 현실
"왜"와 "어떻게"
삶과 죽음.
이런 대립들이 서로 끊임없이 역전되거나, 역동적으로 변해가면서, 균형을 맞춰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주는 빅뱅이래 엔트로피가 커져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가고, 언젠가 우주도 종말이 오겠지만,
그 속에서 엔트로피의 거대한 추동에 아주 잠깐 극지적으로 역행 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존재는 어쩌면 우주전체에서 인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혹은 인간이상의 지적생명체)는 생각도 했습니다.
인간은 유한합니다.
하지만 그 유한함 속에서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추구하면서, 그 다음으로 "어떻게"할지를 고민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결과 인간의 의식은, 원초적포착-자극 감응성-감각-지각-충동-감정-상징-개념-구체적 조작- 형식적 조작- 비전 논리로 발달 되어왔고,
인간의 뇌의 물질적 기반은, 원자-분자-원핵세포-진핵세포-신경세포적 유기체-신경조직-파충류 뇌간-대뇌번연계-신피질-복합적인 신피질-SF1-SF2-SF3....로 발달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은하계-행성계-가이아계-종속영양적 생태계-노동분업사회-집단/가족- 부족- 부족적/촌락-초기 국가/제국- 국가 -지구촌으로 이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현실에 도전하면서 늘 가슴속에 실현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더 나아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진화의 끝은 우주전체에 조화와 합일의식으로 하나가되는 천의 무봉의 空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이 영화를 어떤 의도에서 만들었든, 그것을 어떤식으로 즐기느냐는 관람객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번 블랙팬서는 대립되는 것들의 조화와 삶,
그리고 인간과 우주의 진화에 대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풍요로운 기회였습니다.
저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칸다 포에버"라는 식상한 대사가 유한한 인간이 영원을 추구하면서 진화해 나가는 위대한 슬로건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대사가 나올 때 저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와칸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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