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도둑은 소도둑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심하여 바늘조차 훔칠 배짱도 없거나
이미 바늘조차 훔치려다 들켜서 곤장을 맞은 놈들입니다.
그래서 바늘 도둑은 소도둑이 임금이 된 세상을 원합니다.
그리되면 자신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물론 예전에 임금이 되었던 소도둑들이
바늘 도둑을 버리고 배신했다는 과거는 애써 모른 척합니다.
그러한 명백한 과거 사례들보다는
지금 당장 자기 수중에 공짜 바늘이 없는 게 더 화가 나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 화풀이만 할 수 있다면 역사적 진실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늘 도둑은 돈 주고 바늘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요.
바늘 도둑은 세상에 소도둑이 넘쳐나고 그들 모두 잘 먹고 잘살고 있는걸 봤습니다.
그걸 본 순간 뭔가 세상을 사는 비법을 알아낸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바늘을 사려 했던 자신의 인생이 너무 후회됩니다.
그래서 아직도 바늘조차 훔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들은 바늘을 돈 주고 사는 건 위선이라고 욕합니다.
쉽게 훔칠 수 있는데도 그냥 착한 척하려는 사기꾼들이라 합니다.
그래서 만약 열심히 일해서 소를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임금이 된 세상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입니다.
물론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전혀 없지만 그런 임금은 너무 싫습니다.
오히려 도둑이 줄어든 세상이 더 평화롭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만 그래도 너무 싫습니다.
그런 위선적인 임금은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도둑들이 임금을 모함하는 말을 그대로 믿습니다.
너무 허술하여 뭔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굳이 확인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것이 사실이었으면 좋겠으니까요.
진짜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 손에 공짜 바늘이 없는 게 더 화가 나니까요.
그래서 바늘 도둑들은 소도둑들이 만든 도적 떼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들에게 평생을 바쳐 헌신하며 그들을 돕습니다.
물론 그 도적 떼가 나라를 뒤엎는 데 성공하더라도 바늘 도둑들은 또 버려집니다.
여전히 바늘 도둑들은 바늘조차 훔치지 못합니다.
나라를 엎은 소도둑들이 다 훔치고 없기 때문이죠.
이제 바늘 도둑은 소도둑을 욕하지만
그들은 이제 다른 소도둑에게 투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