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겨울, 한참 찬바람이 불 때 본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 : ......
나 : .......
엄마 : 새끼가...추운데...아파서....
나 : .......
엄마 : .....불쌍해서.....
나 : .......하아......
이리하여 또 새인생을 얻은 그 녀석을 보러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내 계획에 의하면 집에 가서 돈이 남아돌아 자꾸 이런걸 주워오지라고 난리를 치다가
츤데레처럼 '어쩔수 없지~' 이러면서 그 녀석을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한달령에 뼈와 가죽만 남은 몸으로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곰팡이에 뒤덮여
숨 쉬는걸로 살아있는걸 확인해야 하는 꼴을 보니 솔직히 한숨밖에 안나왔습니다.
만약에 내가 먼저 그 녀석을 주웠더라면 아마 병원에 데려가서
안락사를 했을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나 : 살려봐, 병원비는 내 앞으로 달아놓고.
살려만 놓으면 분양을 보내든
내가 키우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집을 나서는데 저 멀리 건물 사이로 블랙 앤 화이트 코트를 입고
털이 아주 떡이 져서 덩어리로 달고 다니는 페르시안을 보곤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 : 야이 기즈모 애미년아!!!!
온 동네 돌아다니면서 애새끼를 일년에 몇번을
싸질ㅏ ㅎ[ㄷㄱ허 ㄴㅇㄹㄴㅇㄹㅇㅀ !!!!!!!!!
기즈모 애미가 누구냐....
기즈모 애미는 동네에서 누가 이사가면서 버린 젖소 무늬의 페르시안인데
성적 취향이 분명해서 노랑둥이랑만 거사(?)를 치릅니다.
그 덕분에 동네에 삼색이 아주 넘쳐나죠.
그 페르시안 녀석을 잡을려고 통발도 몇번 사용해봤는데
사람에 대한 경계가 대단해서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주제에 일년에 두번 세번씩 새끼를 낳고
지가 감당 못할 녀석은 사람집 앞에 던져놓고 가니
기즈모 애미년이란 욕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고로 이번 녀석의 이름은 '기즈모투' 입니다.
엄마가 케어를 제법 잘해서 살아남았지만 만성적인 감기를
아기때부터 달고 있었던지라 세심한 케어는 내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데려온지 딱 보름 되었는데 콧물에 기침 재채기가 너무 심해서
우리집 흰 벽지에는 녹색의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여기저기 그려졌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인테리어가 지겨웠는데...센스 넘치는 년 같으니라구...)
살도 제법 오르고 건강해져서 이제 새 집을 찾고자 합니다.
첨엔 다른 고양이들과도 잘 지냈는데 우리집에
'이 구역 미친년은 나'라는 년이 하나 있어서
기즈모투가 몇번 당하더니 고양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외동으로 보내고자 합니다.
모든 질병은 완치가 되었고 예방 접종도 완료하였습니다.
분양시 책임비가 5만원이 있고 2~3개월 뒤 중성화를 해야 하는데
중성화시 중성화 비용을 10만원 지원해드립니다.
분양 지역은 서울이며 서울 근교까지 제가 집으로 직접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가족이 되어 주실 분
죄송하지만 군미필이신 남자분, 대학생, 미성년자분께는 분양하지 않습니다.
파양시 저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입양계약서 작성 가능하신분 연락 부탁드립니다.
외출냥이는 안됩니다.
묶어서 키우는 분도 사절입니다.
고양이는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일주일까지 적응기간을 두고 지켜봐주실수 있는 분
중성화를 꼭 해주셔야 합니다.
(고양이 교배 출산 계획 있으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사절입니다.)
현재 로얄캐닌 베이비캣 사료 급여 중이며,
펠렛형 화장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응고형, 흡수형 편하신 걸로 쓰시면 될거 같습니다.
저는 우리집에서 태어난 아이든 구조한 아이든
한번 저와 고양이로 인연을 맺은 분들은 끝까지 책임을 집니다.
질병에 관해, 식이에 관해 그 외 기타 등등 궁금한게
생길땐 저에게 언제든지 연락 주셔도 됩니다.
예전에 분양 보냈던 기즈모와 엄마가 같지만 둘의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기즈모는 구미호 백마리 먹은 성격이었습니다.
'나 이쁘지~? 만지고 싶지~? 어때 내 배가 통통하지~~?'
하지만 기즈모투는 아빠쪽 성격인건지 애정을 표현함에 거침이 없습니다.
'으헉!! 사랑한다니깐요!! 내랑 일케 일케 막 비벼요(?)!!!'
(아빠쪽 성격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이 동네 노랑둥이들이 전부 양돌이 자식들이기 때문입니다.
양돌이도 현재는 구조 후 중성화 해서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가만 냅두면 하루종일 옆에 붙어서 끈적끈적..치덕치덕..
인간 손끝부터 마빡까지 그루밍을 해대니 감사하긴 하지만 솔직히 좀 귀찮습니다.
끝도 없이 얼굴을 빨아대니 그럴땐 지 뒷발을 살포시 주면
내 얼굴인줄 알고 정성스럽게 빨아댑니다.
사랑스럽지만 똑똑하진 않아....멋져
이렇게 무한 애교가 넘치는 아이이니
무릎냥이 필요하신 분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 주소는 444yy골뱅이 네이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