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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한 편 어때요?
게시물ID : panic_135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remantlic
추천 : 1
조회수 : 15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3/30 02:24:02

오래된 건물에서 역시 오래된 팸플릿을 주어들었다.
팸플릿에는 60억 인구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라는 자선 연주회에 관련한 팸플릿이었다.
세계 인구가 60억이라니.... 아니, 60억 이었다니...

2030년 지구의 인구는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상 거의 대부분의 정부가 붕괴되었고 인간은 척박한 환경속에서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가련한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난 나는 쭈욱 서울에서 자라났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가끔 그 때를 생각할 때면 너무 아련해서 마치 중학교적 첫사랑을 떠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옷가게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각자 수십만원을 들인 옷들을 위에 걸치며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도로에는 자동차도 많아서 옥탑방이던 내 방에서 불을끄고 잠을 청할 무렵이면 이른바 도시의 소음이라 하는 자동차의 엔진소리, 경적소리.. 거기에 길거리의 사람들 소리, 어느 상점의 음악소리가 묘하게 섞여 파스텔톤의 소리를 내곤 했엇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가 한 학기를 시작할 무렵, 세계는 뒤죽박죽이 되버렸다. 여기저기서 재난이 일어나고,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했던 일들이 인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신념에 따라 움직였고, 어떤 사람들은 탐욕에 따라 움직였다. 

지금 당장 길거리라고 불리웠던 아스팔트위를 거닐다보면 인류가 그토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던 종이쪼가리가 널려있다. 파란것들.. 노란것들... 사람들은 그것들로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을 원하기보다는 그 종이쪼가리 자체를 원하곤 했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아름다운 비율과 상징적인 그림들로 이루어진 그 종이는, 그 자체로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의 정수는 종이조각 위에 적혀있는 아라비아숫자였다. 

 똑딱똑딱....

나의 오래된 옥탑방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곧 서울에 몰아닥칠 모래폭풍을 예견햇다. 낮이되면 서울은 모래폭풍에 휩싸이곤 한다. 나는 창문을 굳게 닫고 방안의 틈들을 휴짓조각이나 종이조각따위를 이용해 꾹 꾹 틀어막다가 책상위에 놓인 나뭇조각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대한민국, 1종 보통 남, 2006년생

몇 년 전인가 공무원이라는 사람에게 받은 명패같은 것이다. 당시에 굉장히 바빠보였던 그는, 부랴부랴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보더니 나뭇조각위에 종이를 놓고 "1종 보통 남, 2006년생" 이라고 휘갈긴 후에 스티커따위를 덮어주었다.

단연코 그는 내가 본 마지막 공무원이었다. 총소리가 시끄럽게 나뎐 몇일 후에 그 공무원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흡사 운전면허증과같은 그 명패의 내용은 내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대한민국 남아라는 것을 증명한다. 나는 다시 시선을 창틀로 돌려 꼼꼼히 빈틈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창문 밖 그러니까 한 때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던 아스팔트포장 위로 어떤 뭔가가 빠르게 지나간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갑자기 나조차도 모를 혼잣말을 하며 방안 이곳 저곳을 멤돌다. 방바닥 어딘가에 있던, 건전지로 작동하는 컴포넌트의 재생버튼을 누르고 볼륨을 최대한 높인다.

나는 근 5년만에 사람같아 보이는 것을 처음보았다.

'사람일까?'
'여잘까? 남자일까?'
'내가 건물 이곳저곳에 낙서해논 글자드를 그것이 발견했을까?'
'위험한 뭔가는 아닐까?'

온갖 추측들과 망상이 머릿속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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