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알바 노동자들의 일상 중 몇 가지의 사례이다.
#1 알바하다 쉬는 시간. 매장 친한 동료가 다음 달에 퇴사한다고 했다. 갑자기 퇴사한다는 말에 왜 그러냐고 하니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한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제때 풀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더 그런 거 같다고 하니, 맞다며 공감을 했다. #2 매장 동료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기 오늘 마감 근무로 밤 11시까지 일하는데 또 내일 아침 6시 출근이라고 한다. 아니 왜 그렇게 근무시간이 가혹하냐고 했더니, 그냥 웃었다. #3 매장 내 CCTV는 범죄예방, 시설 안전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CCTV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를 감시,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 오픈 카톡방에 점장이 CCTV로 자신을 감시했다며 기분이 상해 그만두고 싶다고, 노동청에 신고할 수 없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
알바 노동이 노동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정규직이 사라진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더니, 이제는 초단기 알바들로 일터를 채우고 있다.
알바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5인 미만, 15시간 미만의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고된 노동강도와 감정노동을 감내하며 보내고 있다.
힘들고 부당한 처우는 각자 감당해야 할 몫.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고충을 말할 곳도 없다.
친한 동료가 있으면 같이 대화하며 쌓였던 감정들을 쏟아내며 푸는게 해결책인 곳. 바로 아르바이트 노동 현장이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지쳐 힘들어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엔 또 다른 알바노동자들이 채워져 쳇바퀴처럼 돌고 돌다가 사람만 바뀌는 일이 반복된다. 열악한 환경은 그대로인 채.
노동조합이 있을수록 노동자의 권리는 더욱 두텁게 보호된다.
사측과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을 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노동환경개선 등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교섭안으로 제기하여 협상하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2016년,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의 ‘45초 햄버거 제조’가 노동자들의 산재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이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며 단체교섭을 추진했으며 교섭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회적 여론을 형성했다. 노동자들이 겪는 일터의 현실을 알바노조가 확성기가 되어 고발하고 여론화를 이뤄낸 것이다. 지금 맥도날드는 45초 햄버거 제조가 폐지되었다.
알바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노조가 필요한 이유이고, 그래서 사용자는 헌법에도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처우 및 노동환경 개선은 자신의 이윤을 더 늘리는 데 걸림돌이며 노동자를 개별로 다뤄야 더 쉽게 부릴 수 있는데 노조로 뭉쳐있으면 쉽게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의 현실은 열악하다. 현재 노조 가입률은 14.2%이다.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는 헌법에도 명시된 당연한 권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조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가입하기는 더욱 어렵다. 노조를 가입했다고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해고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이다.
알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활동을 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노동시간도 다르고, 혼자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일하는 동료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며 현실을 바꿔나가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이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혼자 참거나 그만두는 등 개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이유는 일터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고,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을 할 수 있는 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알바노조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스타벅스 파트너 노동자들이 계속되는 본사 이벤트에 노동강도가 극심해져 트럭 시위를 하고 급기야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움직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일터에서 일하다 보면 노동자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는게 보인다. ‘매장 이익이 중요한 것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도 중요한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최소로 쓸 수 있느냐’, ‘일하다 실수했다고 급여에서 제외하는게 말이 되냐’ 등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혼자 참지 말고, 뭉쳐서 바꾸자. 우리의 일터가 즐겁고, 보람찬 노동으로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자. 내 곁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알바도 이제 노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