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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지옥우화] 5. 지옥도 - 준비되었나?
게시물ID : panic_102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헷살따라
추천 : 0
조회수 : 7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8/18 22:26:00

난 그때까지 몰랐어.


너희들이 머리에 항상 짊어지고 다니는 그 잘난 140억개의 세포가 여기저기 얽혀서 만들어진 회색 고깃덩어리에 힘입어 푸른행성의 그 어떠한 종들보다 고도화된 사회를 이룩하면서 너희들이 번성하고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었겠지만, 상반되게도 그 회색 고깃덩어리가 더욱 영리해질수록, 너희의 사회가 더욱 문명화 될 수록, 세상은 점점 더 지옥이 되었다는 것을.


무슨 개소리고, 헛소리냐고?


어허, 이제 다들 악마인 나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자칫하면 씹어먹을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구만. 좋아, 아주 좋아!  모두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잘 되어있어 하하. 내 얘기를 끝까지 듣고 내가 방금 말한게 개소리인지 아닌지는 너희들 스스로 판단해 보라고. 그래야 내가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너희들에게 말해줄 그 재미있는 계획이 푸른행성을 진정한 지옥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도 판단할 수 있을테니 말이야.


그렇게 그 지옥의 장면을 온몸으로 보고 듣고 난 후, 난 바로 발걸음을 옮겨 몇일동안 시장에 있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았어. 물론 시장에서 그 음식들을 인간들에게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지옥 대왕님의 허락을 받고 인간세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각국의 통화를 지옥계의 힘으로 만들어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얼마 안되는 것들을 사는 것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 


햄구이, 스테이크, 양념치킨, 구운 계란, 소세지 핫바, 생선요리 등 그 훌륭한 맛의 향현이 악마의 미각을 사정없이 자극해 입안에서 춤을 추었고, 내 입에서 춤추던 그 맛의 무용수들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 뱃속에 도착하면 얼마되지 않아 어김없이 그 흥미로운 지옥의 광경이 마치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내 눈과 귀를 자극했지. 그와 동시에 매번 새로운 지옥의 현장에 있는 그 존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내가 유명한 화가가 된것과 같은 착각과 함께 푸른행성에 존재하는 진정한 지옥도를 하나하나 그려나가게 되었어.


이뿐만이 아니야.


인간사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직접 경험하고자, 주말만 되면 사람들이 개미떼 처럼 모이는 백화점이라는 곳에도 들어가 먹는 것 뿐만이 아닌 인간들이 하는 다른 것들도 경험해봤지. 


옷가게에 들어가 옷도 입어 보았고, 내가 인간 여자같이 보인다는 이유로 화장품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 점원의 손에 이끌려 다양한 화장품들도 발라 보았고, 백화점에서 파는 여러 물건들을 사고 사용해보면서 인간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것들을 이거저거 경험해 보았어.


매번은 아니었지만 입고, 먹고, 몸에 무언가를 칠하고 나면 빈번히 내 눈앞에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지는거야! 매번 다른 존재가, 다른 방식으로 그 진정한 지옥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장면이었고, 그들은 나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정말 놀라웠어! 


세상에, 너희 인간들이 이렇게 창조적으로 지옥을 건설하고 우리들 보다도 더 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무슨 또 개소리냐고?


말그대로야.


앞으로 너희들은 너희들이 만든 아주 훌륭하고 멋진 지옥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될거야. 


듣는것과 동시에 눈앞에 생생히 그 장면들과 절규가 전해진다면 한폭의 빨갛고 어두운 색깔의 수채화를 보듯 그 지옥도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도 있겠지.


나는 말이야,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기 전에 먼저 너희 인간들에게 존경한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어. 너희들이 그린 지옥도는 우리 지옥계의 악마들이 그린 지루한 그림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예술적이기 까지 하거든.


벌써부터 흥분되지 않은가?


너희들이 만든 그 모든 것들이 한폭 한폭의 멋진 지옥도라는 것을 지금까지 몰랐는데, 그것을 재발견하게 해준 나타샤라는 악마를 만나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다시 감상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앞으로 너희들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지금까지 너희가 듣고 있는 나의 목소리로도 들을 수 있고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 그 존재들의 목소리로도 들을 수 있으니, 미술관에서 다른 화가들이 그린 한폭 한폭의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듯이 들어보라고. 


어떻게 듣던간에 나나 그 존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입담 좋은 유명 미술관 해설자들이 전시된 명화를 그저 재미있게 해설해주는 수준밖에는 안될테니까 말이야. 왜냐하면 그 명화들은 너희 인간들이 그린 것이거든. 


자, 그럼 무슨 이야기부터 들려줄까?


아무래도 내가 시장에서 돼지 다리로 만든 고기 한점을 삼키고 보았던 그 첫 작품부터 시작하는게 좋겠지?


너희들에게 처음으로 들려줄 이야기는 뛰는 것을 좋아했던 한 천방지축 돼지에 대한 이야기야.


이제 모두들 들을 준비되었나?


좋아,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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