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야....
너를 생각하면 많은 일이 떠오른다.....
2014년 10월쯤인가 아는 캣맘 언니가 며칠 여행을 가면서 나한테 길냥이들 밥을 부탁한일이 있었단다...솔직히 그때는 그런 심부름이 귀찮은것도 있었지만, 밥 먹겠다는 길냥이들은 무슨 죄가 있나...싶어 밥을 챙겨주는데 나한테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와 부비적거리며 아는척을 하는거야....
나는 그 고양이를 처음 보는데말이지..
그런 너를 뒤로한체 갈길이 바빠 나는 또 다른 구역에 밥을 주러 다녔어...
시간이 흘러 작년 5월초 그 언니한테 어떤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단다...
이쁘고 불쌍하다고 근처에 어떤 아줌마가 데려가 '세미'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운다고...그런데 잘 키우는줄 알았더니 그 주인은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배울 생각도 안하고, 밥그릇, 물그릇도없이 "고양이가 물도 먹어요? 물 먹으면 죽는거 아니에요?" 라는 무식한 소리를 해대며 사료를 안먹이고 먹다남은 사람 음식만 주며 키운다고....
게다가 잘곳도 없이 어렸을때는 빨간끈으로 묶어놓고, 보고싶으면 줄을 잡아당기고, 도망가면 또 줄을 잡아당겨 고양이 구경을 한다고... 마당 한구석 폐자재 밑에 살게하더니 이제는 신경도 안쓰고 아예 방치를 해서 다시 길냥이가 되어 동네를 떠돌고있는 어떤 고양이가 있다고....
문 열어달라고 현관 문앞에 앉아 닫혀있는 문만 바라보며 주인만 기다리고 있는 어떤 고양이가 있다고......
그말을 듣고 너무 화가났었어. 아무것도 모르고, 배울 생각도 없으면서 왜 데려다 손타게 만들었는지말이야... 솔직히 내가 밥주는 구역도 아니고, 할일도 많았지만 너라도 빨리 중성화 수술 해주려고 그 언니랑 포획 계획을 짰었단다... 그게 작년 5월 첫째주의 일이구나... 근데 게으르고, 느리고, 귀찮은일 하기싫고, 힘든일 안하는 그 언니의 이기심으로 1차 포획이 무산된 일이 있었어......
그때 나도 화가나서 될대로되란식으로 포기해버렸고, 그 언니랑은 지금까지 얼굴도 안보는 사이가 되버렸어... 그냥 그때 나 혼자라도 했으면 됐을것을.....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자꾸 네가 마음에 걸렸단다...
그리고 몇주후에 나는 혼자서 너를 너무 쉽게 잡아버렸어....
병원에서 연락이 왔더라...
임신을 했는데 자궁이 많이 안좋아 출산 타이밍을 놓친체로 뱃속에 새끼를 넣고 다녔다고... 자궁에 염증이 생기고, 꼬이고, 터지고 그래서 진통을 겪고서도 새끼가 차마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조금이라도 늦게 데려왔으면 어미도, 새끼도 다 죽었을거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취도 안깬 너를 병원에 두고 퇴근할수없으니 지금 데려가달라고....
원장님도 많이 불안하셨을거야...
임보자분이 병원에 가서 마취도 안깬 너와 새끼들 셋 데리고 케이지에 넣어놓았어.
저녁쯤 너는 마취에 깨서 품에 안겨있는 새끼들조차 네 새끼인지 못알아보고 젖도 안물리고, 밥도 안먹고, 사람만 보면 경계하고 새끼들 밟고 올라서고... 며칠을 그랬었어...
그때 우리끼리 했던말이 있었단다...
"새끼들 사는거 안바래요...새끼는 그냥 포기합시다.. 당장 세미 하나만이라도 거둡시다...."
당시엔 인공수유도 힘들고, 네가 앙상한체로 힘겹게 숨쉬고있는걸보니 새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네가 밥도 안먹는다길래 좋아할까싶어 거의 매일같이 한우 다진거랑 닭가슴살, 북어국 끓여가니 그건 잘 먹더라 ㅎㅎ
그때 의사도, 사람들도 그랬어.
그렇게 힘들게 태어나고 살은 고양이는 반드시 살 팔자라고, 오래 살거라고..
시간이 흐르고, 너도 안정을 찾아가고, 새끼도 커가고.... 근데 진짜 문제가 생겼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원래 자리에 방사를 하면되는데 사람손을 타고, 임보자집에 오래 있었고, 젖도 안뗀 새끼를 방사할수도 없고, 뗐어도 방사할수도 없는 결과가 생겼지....다들 고민끝에 네마리 다 입양 보내기로 결정을 했어... 의도치않게 그게 내 몫이 되버린거야...하지만 이미 벌어진일 어쩌겠니...
세미야, 언니는 임보, 입양 이런게 처음이야.
몰라서 여기저기 묻고, 배우고,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더러 입양 문의자에게 싫은 소리도 듣고, 새끼들 셋 입양보내기까지 파양, 입양 취소, 게다가 아픈 녀석도 있었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단다...
돈도 들고, 시간도 들었고, 마음고생까지... 그게 나한텐 쉬운일이 아니었단다.... 그래서 사실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어....
그때 처음 5월초에 나 혼자라도 진행했으면... 그때했으면 세미 너만 수술하고 방사했으면 됐는데 그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은 4마리 입양보낼 귀찮은 일이 생겼구나....하는 나쁜 생각들 말이지...
사람들이 그러더라....
입양이 결코 쉬운게 아니라고... 글을 정말 잘쓰고, 사진을 기가막히게 잘 찍어도 안될때가 있다고...
입양은 어찌보면 '운' 이고, '하늘의 뜻' 이라고....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니들에게 정말 잘해주고싶은 내 부족한 마음은 정말 진심이었단다....운인지 하늘의 뜻이었는지는 몰라도 새끼들 세마리는 다 입양가서 중성화 수술도하고 잘들 지내고있단다....
그때의 그 생각들이 얼마나 나쁜 생각이었는지 너무 미안하기만했어...
정말 그때 수술을 했더라면 인형같은 너의 세마리 새끼들은 세상 구경도 못한체 별이 되버렸을거야...내가 너를 알게되면서 너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조차 나는 혹은 우리는 더이상 볼수없었겠지...
벌써 10개월이 되가는구냐....
그간 임보처를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네....
세미는 역시 통통해야 이뻐~
성묘같지도않게 작고, 여리여리한 세미가 임보자집에서 잘 지내는지 이렇게 (얼굴만) 만둣국용 왕만두가 되버렸네? 개성 왕만두보다 니 얼굴이 더 커 ㅎㅎ
그래도 괜찮아~~ 세미는 이쁘고 영리하니까 만두 할애비라도 세상에서 제일 예쁠거야~~
저 사진은 임보 언니가 자려고 이불 펴놓으려하면 네가 저 멀리서 뛰어와 한달음에 점프해서 침대위로 제일 먼저 올라와 자리를 잡는다고 당황스러워 보낸 사진이란다...ㅎㅎ
세미야....
그러면 안돼.... 주인님이 먼저 올라가고 네가 나중에 올라가는거야...
(언니는 널 그렇게 가르치지않았어 ㅠㅠ)
별스럽지도않은 장난감 몇개, 심지어 그냥 리본만 묶어놔도 네가 달려들어 쫒아다니고, 아주 난리법석, 요절복통, 지랄뽕짝을 하고 논다고 임보 언니가 너 되게 웃긴년이래 ㅎㅎ
세미야...
그러면 안돼.... 얌전히 놀아야해...
그런데 그렇게 잘 놀다가 조용해서 뒤돌아보면...
너는 여지없이 저렇게 혼절을 해버린다고, 임보 언니가 어이없어 해 ㅎㅎ
세미야....
괜찮아... 원래 사람이나 동물이나 저렇게 잘때가 제일 이쁘고 평화로운거야~~
넌 충분히 예뻐~~
게다가 요 며칠전엔 기특한 일도 했다면서?
임보 오빠가 아프다고 드러누웠는데 세미 네가 등뒤에 찰싹 붙어서 애교부리고, 간호해줬다고, 임보 언니가 고마워하더라 ㅎㅎ
잘했어 세미!!
자는 모습이 빙구같아도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쁜게 세미라는걸 세미도 알고있을까~~
하지만 언니는 알아...
저렇게 장난치고, 무릎에 올라가 놀고, 사람한테 기대고싶고, 다가와도 그게 사실은 진짜 너의 가족이 아니고, 너의 집이 아니란걸 언니는 너무도 잘 알아....
그래서 언니가 너한테 제일 미안해.... .
너하고의 연을 이어가려고해도 언니가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여건이 안되서 그저 마음속으로만 안타까운 마음을 삭히고 있다는거....
나의 그런 마음이 혹시 너에게로 전해질까봐 너를 보러가는날이면 차마 네 얼굴을 오래도록 마음편하게 바라볼수없는 내 마음때문에 너한테 많이 미안해.......
그래서 너한테 정말로 진짜 가족을 찾아주고싶어...
넓은 집, 많은걸 갖지않아도좋으니 상처받은 세미를 보듬어 줄수있고, 사랑으로 안아줄수있는 정말 좋은 사람을 세미에게 만나게 해주고싶어...
세미야...
언니가 많이 노력하고, 많이 기도할거야...조금만 기다려줘...
걱정말고 아프지말고, 지금처럼 예쁘게만 잘 있어줘.
건강하게 있어줘서 너무 고맙고, 언니가 좋은 주인 찾아줄께....
전 인천 주안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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