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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의 삶 – 응급실 난동꾼들
게시물ID : freeboard_1991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M
추천 : 13
조회수 : 8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06/27 2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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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응급실에서 몇 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환자분류소로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골치가 아픈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술에 취한 사람들인데 그 중 최악은 팔다리까지 문신을 빽빽하게 하고선 반바지에 나시 차림으로 오는 젊은 남자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술을 마시다가 옆자리와 시비가 붙어서 주먹다짐을 했다거나,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이유에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오곤 했는데 꼭 하나같이 전신 정밀검사를 받고 싶어했고 입원을 하고 싶어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이기에 요청을 거절하게 되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니, 내가 맞았다구요! 내가 피해자인데 왜 검사를 안해주겠다는 거에요!”

내 돈 내고 내가 검사 받겠다는데 왜 거부하는 겁니까!”

아파서 몇 주 정도 입원을 해야겠으니깐 입원 시켜주세요!”

 

당연히 필요한 검사는 하고 검사 결과에서 입원이 필요하면 입원도 시켜준다. 그러나 지금껏 저런 말 하는 사람 중에 실제로 검사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응급실은 원하는 검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검사를 하는 곳이고 검사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 입원은 안된다는 설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데 보통 이런 환자들은 혼자 오지 않고 비슷한 외형을 가진 일행 2~3명이 같이 오기 때문에 설명을 듣고 나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런 일은 응급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정도가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하지만 일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이거나 물리적인 위협을 하려고 하면 응급실에 설치되어 있는 폴리스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 버튼을 누르면 근처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하는데 대개는 경찰관을 보면 분노조절이 되면서 얌전하게 변하지만 간혹 경찰을 보고는 더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다가 지구대로 연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으로 응급실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사람과는 달리 정당한 이유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아픈 사람들이나 아픈 사람의 보호자가 진료에 불만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다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정중히 사과를 하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면 대부분 수긍을 하고 조용해지곤 한다. 가끔 환자를 대하는 스킬이 부족한 저년차 전공의가 정당한 항의를 하는 사람을 진상 취급하면서 날 선 태도로 대응하다가 일이 커질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내가 대신해서 나서기도 했었다.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충분히 불만을 가질 만 하다고 여겨지면 진상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70대 노인이 응급실 의사를 낫으로 공격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단순히 배우자를 잃은 슬픔에 의한 행동이라고 여기기에는 그 행태가 너무나도 고약하기에 꼭 엄벌에 처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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