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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계단
게시물ID : panic_1028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4
조회수 : 9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6/22 00: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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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빨리 일어나야지.”

 

차가운 계단에서 한 여중생이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여보세요? 일어나세요.”

 

그 여중생은 바닥에 누워있는 다른 여중생을 깨웠다.

 

여긴 어디야?”

,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지.”

 

그 계단은 한 사람이 살면서 올라가는 길이었다.

 

가야 하는 길? 하필 왜 계단이야. 엘리베이터면 좋을 텐데.”

?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가 가는 거지. 너가 가는 게 아니잖아.”

 

어쨌든 올라가자.”

 

깨어난 여중생은 자신을 깨운 여중생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넌 이름이 뭐야?”

, 나는 너랑 같아.”

? 내 이름은 이혜연인데?”

나도.”

 

깨운 여중생은 자신이 이혜연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는 시간대만 다르고, 같은 사람이다, 라고.

 

내 손 잡아.”

사실 이혜연은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여중생이 자신을 이끌어주고 있었다.

 

너는 미래의 나야? 그래서 도와주는 거야?”

, 아니. 방해하는 건데?”

 

확실히 그 여중생은 미래의 이혜연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의 이혜연과 차이가 없었다.

 

방해라니? 너는 날 도와주고 있잖아. 내가 가야 할 길을 도와주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내가 말했잖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건, 너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고.”

 

이혜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남들이 하는 대로 움직이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나를 도와주는 저 사람은 미래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올라가고 있잖아?”

그런데도 이혜연은 웃었다. 일단은 올라가고 있으니까. 적어도 남들처럼 떨어져 왔던 길을 다시 걷게 되진 않았으니까.

 

내 손 잡아.”

그래.”

 

이혜연은 또 올라갔다.

 

다들 저기 있는 고등학교를 간데, 너도 갈 거지?”

, 나도 하고, 쟤도 하는데 너만 안 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면,

 

너도 이 대학 갈 거지?”

너는 이 정도 성적이니까, 이 대학까지만 원서 넣자.”

너도 우리랑 같이 이 일 하자. 너가 말하는 그런 일은 돈 안 된다니까?”

 

이렇게 모두가 손을 내밀어 준다.

그리고 나 스스로 역시도 나에게 손을 내민다.

 

이건 너가 올라온 길이 아니야.”라고 나 스스로에게 경고도 한다.

 

하지만 또다시 그래도 올라가고 있잖아?”라고 대답한다.

 

, 이제 많이 올라왔다. 조금 여유로워졌지?”

, 덕분에. 그래도 많이 올라왔네.”

그렇지?”

 

자신을 이혜연이라고 하던 여중생은 어느새 커서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혜연은 여전히 여중생인 그대로였다.

 

,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해? 우리가 얼마나 올라왔지?”

모르는 거야? 너가 올라온 길인데? , 너가 올라온 게 아니던가?”

 

그래도 올라왔잖아?”

그래? 그럼 계속 올라가야 해.”

 

하지만 어느 순간, 손을 내미는 사람은 사라진다. 이제 깨워준 사람은 사라졌다.

 

어라, 어디 갔어?”

 

이제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어디로 올라온 거지?”

난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 거지?”

어떻게 올라온 거지?”

어떻게 올라가는 거지?”

 

스스로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그럼 당신은 또다시 이렇게 답하겠지.

 

그래도 올라왔잖아.”

 

여기까지 올라온 당신은 어디를 오르고 있는가요? 원하던 곳으로 오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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