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레오라고 하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1년째 가정임보 중인 강아지에요. 이 녀석은 부천시 오정구에 있는 한 아파트 베란다 밑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챙겨주던 밥을 먹고 지내던 강아지입니다.
그 이전에는 근처의 공사장 부근을 배회하고 돌아다녔는데, 이 작은 녀석을 공사장 인부들이 잡아먹겠다고 몽둥이질, 돌팔매질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보통 강한게 아니었어요. 그러다보니 밥을 챙겨주던 청소하던 아주머니만 의지했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또 다른 유기견이었던 동작대교 다리밑에 살던 럭키와 똑같아요. 버림을 받은 후 많은 학대와 위험 속에서 오직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 분만을 믿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레오였습니다.
구조 당시 털이 떡진 상태의 누더기견이었던 레오
청소 용역 아주머니와 늘 함께 다니던 레오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지난 8개월간 밥을 챙겨주던 청소 용역 아주머니만을 믿고 따랐던 레오.
레오는 공사장 부근을 배회하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아파트 베란다 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파트로 오게된 레오를 청소 용역 아주머니가 8개월간이나 밥을 챙겨주며 돌봐주게 된 거였어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동네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실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동네에 누더기 유기견이 돌아다니니 보기가 싫으니까 잡아서 보호소로 보내라는 거였어요.
럭키도 그렇지만 레오 같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믹스견들은 보호소로 가면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런 사실을 알게된 청소 용역 아주머니는 경비실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시간 말미를 얻어서 따님을 통해서 인터넷에 레오의 구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하게 되었고 제가 그 소식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레오도 목줄을 한 번도 안해봤던 강아지라 잡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그래도 밥을 챙겨주던 청소 용역 아주머니께서 어떻게든지 잡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동장에 넣어서 동물병원으로 가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답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이동장에 넣은 채 제 차를 타고 동물병원으로 이동하는 레오.
레오는 동물병원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곁을 주지 않았고, 밥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동물병원 간호사들도 보통 애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었어요. 검진 결과는 정말 다행히도 별다른 몸에 이상이 없이 건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너무도 경계심이 강하고 성격이 사나운 레오는 누가 손을 대지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청소 용역하는 아주머니까 집에 데리고 갈 형편은 되지 않았어요.
레오는 팅커벨 입양센터에서도 간사들이 케어하기가 힘들어서 데리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레오를 입양 가정으로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레오를 순화시키기 위해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오는 길에 오줌싸고 똥싸고 난리가 났었어요. 그렇게 집에 도착한 레오는 식탁 구석에 들어가서 심한 경계심과 함께 제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뚱아저씨 집에 도착해서 식탁 밑에 들어가 경게심으로 눈치를 살피는 레오.
처음에 집에 온 레오는 제가 주는 손길을 거부했습니다. 제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눈치를 보는거였어요. 하지만 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레오 녀석은 사람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사람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사람을 구분했던 거였어요. 저 사람이 자신을 해칠 사람인지, 아닌지...
집에 온지 이틀 째 되던날 레오가 제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제 무릎에 안겨서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했어요.
뚱아저씨에게 먼저 다가와 쓰담쓰담을 해달라고 하는 레오.
맞습니다. 레오는 사랑이 고픈 강아지였어요. 언젠가 전 주인으로부터 길에서 버림받은 후 자신에게 늘 위협적인 환경에서만 살았던 레오였기에 단지 경계심이 강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 레오는 지금은 매일 아침이면 제 곁으로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귀여운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배를 보이며 쓰담쓰담을 즐기는 레오.
이제 레오는 점점 순화가 되어 어느 집에라도 입양을 갈 수 있는 귀여운 강아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이 녀석을 가정임보한지가 1년이나 되다보니 좋은 입양자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하게 되네요.
아침 일찍 산책 나가달라고 양말 물고 조르는 레오
저희 집 근처에는 한강시민공원 자양지구가 있답니다.
한강시민공원 산책이 기분좋은 레오.
지금까지 제가 가정임보를 하다가 입양을 보낸 강아지가 10마리가 넘습니다. 한 마리를 입양을 보내야 그 공간에 또 다른 한 강아지가 와서 제 품에 있다가 다시 또 입양을 갑니다.
보통 짧게는 2주일, 길게는 3개월 정도였는데 레오 녀석은 벌써 1년이나 지났네요. 그동안 정도 많이 들어서 어떻게 이 녀석을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보내야, 다른 사람이 돌보기 어려운 강아지들을 데리고 와서 돌볼 수 있기에 정이 들었어도 레오를 평생 잘돌봐줄 수 있는 더 좋은 분에게 입양을 보내야 합니다.
유기견 가정 임보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입양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픈게 입양갈 때까지 데리고 있어주는 가정임보랍니다. 정이 들데로 들은 강아지를 다른 집으로 보내는 것은 참 마음아픈 일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그 마음아픔을 견뎌내야만 한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혹시 강아지를 새로 분양받으실 생각이 있다면 이왕이면 유기견으로 입양해주세요.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그 한 생명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생명을 살리고 남은 그 공간에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유기견 한 마리의 입양은 두 마리의 생명을 구하는 셈이지요.
부디 레오와 같이 주인에게 버림받아 경계심이 강한 강아지라고 해서 외면하지 마세요. 그 개들에게도 믿음을 주면 얼마든지 사람을 잘 따르는 의리있는 매력적인 강아지가 된답니다.
레오도 그렇고,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한 럭키도 그렇고.. 길거리에서 험한 생활을 1년 이상 했던 개들일수록 더욱 사람의 정을 그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