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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넋두리] 제발 이혼해줘
게시물ID : gomin_1531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RjY
추천 : 12
조회수 : 929회
댓글수 : 230개
등록시간 : 2015/10/09 05:00:41
엄마는 조선족이고, 22살에 날 낳으셨다.

아빠는 엄마보다 10살이 많다.

할아버지께 맞고 자란 탓인지

내가 갓난아기 때, 아빠가 단단한 오뚜기로 엄마의 머리를 내리쳐 머리가 터지셨다.

엄마가 혼자 걸어 병원에 가는 걸 아빠는 어린 날 안고 지켜만 보셨다고 한다. 

항상 술에 취해 들어와서 내가 첫째라는 이유로 잡아 끌어 때리는 걸,

외할아버지도 3살 어린 남동생을 들이밀며 애도 때리라고 소리쳤다.

폭력에 이유는 없었다.

그냥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부부싸움때문에 동생을 안아줬다.

서로 겁에 질러 울었다.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간식을 사주시고 아빠에게 비밀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난 사실대로 털어놔버려서 아빠가 내쫓아,

외할아버지는 놀이터 벤치에서 주무셨다.

내가 8살 때, 엄마가 나를 데려가 어떤 아저씨를 만났다. 

밥을 먹고 길거리에서 엄마가 '같이 자면 빚 100만 원 깎아준다며!' 하고 가방을 던진 채 주저 앉아 울었다.

어린 나는 '같이 자는 게 어떻다고 우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가방을 주워 엄마에게 드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엄마가 그 아저씨랑 잔 건진 모르겠다. 

그냥 아저씨의 발언에 상처 입어 울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윽박지르는 아빠가 나에게 남자랑 있었냐고 물었다.

어린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때 엄마가 날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엄마는 안방에서 밤새 맞았다.

동생과 내가 우니까,

외할아버지가 식칼을 들고 방에 찾아가 '애들 자게 조용해라'라고 하셨다.

장인어른이 옆방에 있는데도 폭력을 휘두른 아빠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당신 딸이 맞고 있는 걸 방치한 외할아버지도 어이가 없었다.



아빠는 집안 물건을 던져서 부시고, 휴대폰도 여러 개 망가졌다.

그래놓고 왜 쓸모도 없는 최신폰만 사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끔은 식칼을 들고 다 죽여버린다고 난리를 피운다.

다 처죽인다고 해서 내가 울면서'너나 죽어! 시X, 너나 죽으라고!'라고 했다.

방문이 안 잠겨서 몸으로 막았다.

차라리 날 죽이든지 아빠가 죽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가끔 몇 천 원씩 받은 걸,

며칠이 지나면 아빠가 술 마시러 간다고 도로 뺏어갔다. 

내가 이미 썻다고 하면 또 때렸다.

그럴 거면 돈을 왜 줬는지 모르겠다.

13살 때 사춘기가 왔는지, 발라드를 들으며 울었다.

자살하려고 여러 번 생각했지만, '엄마랑 동생이 슬퍼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가족을 다 죽이고 나서 나도 죽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중학생 때까지 학교에서 한 마디도 안 했다.

사람 많은 게 무서웠고, 위축됐다.

남 눈치를 보게 됐다.

어릴 때부터 활발했었던 나는 그렇게 이중적인 성격이 됐다.



내가 고등학생 때, 아빠가 화장실에 들어가다 어지러웠는지 화장실 옆에 있던 큰 화분을 안고 쓰러졌다.

컴퓨터를 하고 있던 난 그 광경을 보고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가,

나중에 또 꼬투리 잡을까봐 할 수 없이 아빠를 들어 올렸다.



중학생 때 아빠가 '동생은 애교가 많은데 넌 왜 애교가 없냐'고 하며 뺨을 때렸다.

화장에 관심이 없어서 비비크림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입술이 왜 그렇게 빨갛냐며 뭐 발랐냐고 해서 안 발랐다고 하니까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또 때렸다.

동생이 누나 화장 안 한다고 내 편을 들었지만,

네가 뭘 아냐고 하면서 묵살했다.

영어 단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아빠가 옆에서 나를 자꾸 무시하며 한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밀었다.

아빠가 나보다 영어를 모르면서.

너무 화가 나서, 의자에서 일어나 펜을 거실에 던지며 '아 씨!'라고 했다.

아빠는 파리채를 거꾸로 들고 나를 때렸다.

나는 그저 '죄송해요'를 연달아 말하며 맞았다.

그때 종아리에 손바닥만 하게 든 멍은 2년이 지난 후에야 사라졌다.

타이밍 좋게 다 맞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그저 훌쩍거리고 있으니, 걱정이 된 엄마는 식당에서 집으로 뛰어왔다.

그리고 엄마, 밖에 있던 동생과 팔각정에 갔다.

집에 와서 또 죄송하다고 했다.

아빠는 몇 년간 우리 가족을 때려놓고 왜 나는 한 번 화를 표출한 걸로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걸까?

아빠는 우리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나?

단지 내가 자식이고 아빠가 부모라는 이유 때문이라면 좆까라 하고 싶다.

아빠가 '돈이 그렇게 좋으면 창녀촌 가서 몸이나 팔아'라고 해서 '응'이라고 하니까 또 욕을 퍼부었다.

유치원 때 소풍 장소까지 짝꿍 손을 잡고 걸어간 이후로 남자 손도 안 잡은 모태솔로였는데 창녀촌에 가라니.

그땐 진짜 창녀촌에서 돈 벌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희망 없는 인생이니 20살 때 자살하려고 했다. 

아빠의 막말은 논리도 없고 자기소개같았지만,

사람을 울리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는 건가?



아빠는 내가 13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자발적 백수였다. 
엄마 혼자 20년 가까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셨다.

아빠에겐 가장의 책임감이라는 게 없는 걸까?

술에 취하면 '부모가 돈이 없어서 무시하냐'고 하는데,

저축도 안 하고, 돈을 항상 허튼 데에 쓰고,

빚만 져서 부모님 휴대폰 명의도 내 이름으로 하면서.

스스로 돈을 날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와 외갓집과 나와 동생의 인생을 망쳐서 무시하고 싶은 거다.

엄마가 중국에서 와 고생한다며 잘해주라고 하면서,

왜 정작 본인은 못 괴롭혀 안달일까?

난 엄마가 조선족인 것도, 식당에서 일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다.

부끄러워 해야 할 이유도 몰랐다.

나는 제대로 정해진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

부모님처럼 가난하게 살기 싫어서,

몇 천 원씩 받은 걸 통장에 꾸준히 입금하여 40만 원을 모았다.

아빠가 아무 말 없이 빼가서 학원을 등록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다니고 그만 뒀다.

사실 이것도 거짓말같다.

돈 빌려달라고 화내고, 갚으라 해도 화냈다.



내가 20살 때 아빠가 술에 취해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미처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고소장이 날아와, 80만 원을 내지 않으면 감옥에 간다고 했다.

또 나에게 돈을 빌려 달라 해서, 그냥 감옥에 가라 했다. 

어차피 가정폭력으로 감옥에 가도 마땅한 사람인데 뭐. 

며칠이 지나자 빌려 달라는 말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통장을 보니, 역시 몰래 돈을 빼갔다.

전셋집을 빼주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월세로 들어가게 됐다.

200만 원을 빌려 달란다.

200만 원도 안 모아놓고 뭘 한 걸까? 

'잊을 만 하면 돈을 빌려 달라는데, 나는 이대로 돈이나 빌려 주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도졌다.

하루 종일 공복이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초점도 흐릿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상가 옥상에 올라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예쁘다고 생각했다.

상가에서 아래를 보니 무서웠다.

'술에 취했으면 뛰어 내릴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내려갔다.



엄마에게 몇 년째 이혼을 하라고 하지만,

'너네가 결혼하고 나서 한다', '동생 취직하면 한다'라는 말로 미루셨다.

어른이 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내가 한부모 가정이라고 차별하는 집안과 결혼하기 싫고,

내 남편도 이런 장인어른을 모시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엄마가 이혼이 무섭고, 이혼녀라는 낙인이 찍히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다.

진작 이혼했으면 지금의 나와 동생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엄마도 싫다.



나도 맨정신에 아빠에게 대들어보고,

술 마시고 쌓인 게 터져서 아빠를 때리고 욕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빠가 나이를 먹고 나에게 다정히 대하는 모습을 보니 역겹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봬려고

고2 봄방학 때 엄마, 동생, 나 이렇게 셋이 중국에 갔다. 

정말 편안하고 행복했다.



내가 자살이라도 해야 엄마가 이혼하지 않은 걸 후회하실까?

얼른 돈 벌어서 이 집을 나가고 싶다.




 
약간 어지러울 정도로 술 마시고 22시쯤에 들어왔는데 잠이 안 오네요.

아마 평생 저를 괴롭힐 이 기억들을 기록하려고 적게 됐어요.

저 역시 쌓아둔 게 폭발해서 아빠에게 대들고 욕하고 손까지 나갔죠...

그래도 부모에게 무슨 짓이냐고 콜로세움 세우진 말아주세요.

아빠가 술 먹고 막말할 때마다,

죽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살고 있어요.

너무 길어서 읽으시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네요.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돼요.

모두 행복하세요. 
출처 잊혀지지 않는 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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