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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키를 사는 노인
게시물ID : panic_102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2
조회수 : 116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2/06/08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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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cm100억에요?”

 

 

 노인은 남자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래, 내가 자네를 데려올 때 약속했지 않았는가?”

 “, 분명 그랬지요.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거래하게 될 줄이야.”

 

 

 남자는 키를 파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턴가 돈 많은 사람들이 기억, 이름, 키 등등 뭐든지 사들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남자와 같은 키 파는 사람이 생겨났다.

 

 

 “저 집에서 살게. 대신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원할 때마다 자네는 키를 팔아야 하네.”

 “, 감사합니다.”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엄청나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키를 팔고 돈을 버는 데다가 집까지 주고 게다가 노인이 계속 비싸게 사줄 테니 손님이 끊길 우려도 없으니까.

 

 

 “10cm, 2000.”

 “, 이천억 받았습니다.”

 “, 이제 집에 가서 쉬게.”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가끔 한 번 노인네가 와서 키를 사고, 키는 조금 줄어들지만, 들어오는 돈은 평생 못 만져본 돈을 받는 일.

 

 

 “이런 노인네를 만나다니 난 운이 좋았어.”

 

 

 남자는 노인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남자는 낯선 곳에서 눈을 뜨고, 처음으로 키를 팔려고 하고 있었다.

 

 

 “자네, 앞으론 나한테만 파는 게 어떤가?”

 

 

 처음으로 키를 팔기 시작한 남자 앞에 한 노인이 걸어왔다.

 

 

 “지금하려는 거래도 하지 말게.”

 

 

 노인은 남자의 첫 거래를 막고는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금액의 2배를 불렀다. 원래 거래하던 사람은 노인을 최아현 회장님이라고 존칭으로 불렀고, 그 사람은 노인의 손짓 한 번에 물러났다.

 

 

 “내 차에 타게.”

 

 

 노인은 곧 남자를 차에 태웠고, 지금 남자가 있는 곳까지 데려왔다.

 

 

 “10cm 4000.”

 “, 지금 확인했습니다.”

 

 

 노인은 한 번 거래할 때 10cm씩 사 갔다. 그것도 항상 전에 거래한 금액보다 크게.

 

 

 “10cm 20000만억.”

 “? 또요?”

 

 

 그 결과, 남자의 키는 40cm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왜 그러나? 지금까지 잘 거래해놓고.”

 “그게. 이러다 키를 전부 팔아버리면 저는.”

 “아아.”

 

 

 노인은 인자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봤다.

 

 

 “그럼 팔지 말게.”

 “? 그럼 집을 가져가실 건가요?”

 “아니, 가져가지 않을 걸세. 대신 자네의 돈으로 내면서 계속 살게나.”

 

 

 남자는 안심했다. 키를 전부 팔아버려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자신이 될까 봐 걱정했지만, 노인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자는 자신의 돈을 쓰는 게 아까웠다. 여태까지 돈을 안 쓰고도 잘 먹고, 잘 살았으니.

 

 

 “그럼 다른 걸 팔아보는 건 어떤가?”

 

 

 노인은 거래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키 말고? 그럼 처음으로 기억을 팔아볼까?”

 

 

 남자는 속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남자는 노인을 찾아갔다.

 

 

 “제 기억을 팔겠습니다.”

 “, 자네 기억은 얼마 안 되지 않나?”

 “?”

 

 

 남자는 당황해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 결과, 남자는 노인을 만나기 직전까지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기억과 함께 너의 성장을 팔도록 해.”

 “? 성장을 팔라고요?”

 “, 이름, 기억도 파는 데 성장이라고 안 될 게 있나? 자네가 성장했다는 걸 팔라는 걸세. 그럼 자네는 성장이 사라졌으니 다시 성장할 수 있겠지.”

 

 

 노인의 제안은 남자에게 솔깃했다. 어차피 돈은 받았으니 다음번엔 오지 않고, 돈만 펑펑 쓰면서 사면 될 일이니까. 게다가 키도 다시 성장하게 된다.

 

 

 “그럼 거래하도록 하죠.”

 “자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게.”

 

 

 노인은 거래를 하며 웃었다. 그 웃음에 남자는 뭔가 섬뜩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거래를 마무리했다.

 

 

 “저는 이제 떠나겠습니다. 곧 기억이 사라지겠네요.”

 “! 작별 선물 까먹을 뻔~. ‘시간이야, 시간. 빨리 떠나라고 주는 내 선물! 우린 다시 볼 일 없을 테니까 말이야.”

 

 

 노인의 말투가 바뀌었다. 마치 시간을 판 사람처럼 정신은 그대로이지만, 육체의 시간은 이미 팔아버린 사람인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말투로. 

 

 

*

*

*

 

 

 “, 여기가 어디지?”

 

 

 남자가 일어났다. 여러 번 본 낯선 천장을 보며 시간이 빠르게 흘러 키가 자란 남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키를 팔려고 한다.

 

 

 “키 팔아요!”

 

 “자네, 나에게 키를 파는 게 어떠한가?”

 

 

 이번에도 한 노인이 남자에게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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