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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아트를 하지 않게 된 이유 #3
게시물ID : humordata_1949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컁킁컁
추천 : 4
조회수 : 28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05/05 21:44:49

여러분 덕분에 2편이 베스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692645&s_no=1692645&kind=humorbest_sort&page=37&o_table=humor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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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독, 평화' , 고독에서 오는 평화로움. 나는 그런 편안함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인관계가 나쁜것도 아니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며 연애경험이 없던 것도 아니다.

다만 대인관계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게 대부분이고 친구들은 지금이 딱 좋으며 연애는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외모, 성격, 목소리, 키, 능력 기타 등등 모든 것이 평균은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 그 사이 애매한 그 존재.

그런 애매한 존재인 내가 이 복잡한 세상에서 고독한 평화를 유지하는건 의외로 쉽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게 전부다.

칭찬은 없을 수 있지만 미움 받을 확률은 극도로 줄어든다.

그렇기에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이 카페가 좋았는데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


내일을 기대하라는 사장님의 말을 들어서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물론 느긋하게 오픈하는 것이 좋아서 30분 일찍 도착하기에 평소보단 늦었지만 지각은 아니었다.

가게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쯤 시계를 확인하니 오픈 10분 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입구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검은 모자, 가볍게 묶은 생머리, 몸에 비해 커서 약간 헐렁한 검은 반팔티와 바지에 대비되는

핑크색 핸드폰 케이스, 그리고 다른 손엔 앞치마를 들고 불이 꺼진 가게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천천히 내가 다가서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곧장 나를 보고 배꼽인사를 한다.


"점장님 안녕하세요!"

"아?"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된 '이@@'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아 이런 젠장, 나의 고독한 평화의 공간이여 안녕

그나저나 면도를 못해서 얼굴도 지저분 한데 환장할 노릇이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네!"


간단하지만 서둘러 오픈 준비를 마치고 형식적인 면접을 진행했다.

이곳으로 오게된 경위는 다른 지점에서 1년 넘게 일하다 집에서 가까운 이곳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 이외에 기타 인적사항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게 된 사이에선 일에 관련된게 아니면 관심을 끄는게 좋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친절, 관심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상대방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저 같이 일한다는 건 말 그대로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상처 줄 일도 상처 받을 일도 없는 사무적인 관계가 제일이다.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러려고 노력해야한다.

나도 모르게 쓸데없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언젠간 서로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단지 인간관계에 치이고 치여 지쳐버린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감정을 지우면 다칠 일이 없다.


자잘한 인수인계를 한창 하고 있을 때 손님이 하나 둘 몰려든다.

아주 잠깐의 점심 피크를 지나니 시간은 2시.

서있느라 지쳐 의자에 앉자 마자 질문 공격이 들어온다.

업무에 관한 걸 물어보며 중간중간 나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

나에 대한 질문이래봐야 좋아하는 색이나 음식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질문은 집요했고 나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상황을 무마하려 화장실에 다녀 온다 하고 뒷문으로 나가 쪼그려 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여 숨을 길게 내뱉으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담배를 피며 잡생각을 비운다는데 되려 나는 반대다.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 억지로 나에게 질문을 한걸까 싶기도 하고

그저 성격이 그런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복잡한 마음이 뒤섞인다.


재를 털어 담배를 끄고 서둘러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니 전화가 울린다.

사장님이다.


"여보세요?"

"아유~ 점장님, 새 직원은 어뗘??"

"출근해서 당황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점장도 아닌데 무슨..."

"가게 대신 운영해주는데 점장이지 그럼 뭐라 그래 이사람아, 그나저나 어떠냐고"

"예?"

"아니 새로운 직원 어떠냐고"

"일을 저보다 더 잘하던데요"

"아이 그거 말고 사람이 마음에 드냐는것이지"

"예, 뭐... 일 잘 합니다"

"그걸 물어보는게 아닌디 거 참, 암튼 둘이 잘 지내"


대충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지는 안다.

알면서도 애써 말을 회피하는게 사건의 여지를 주지 않기에 피곤해지지 않는다.

그저 아저씨들의 흔한 농담이라 생각하면 신경쓸건 없다.

카운터를 돌아보니 새 직원이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 하고 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미소 너머로 파란 케이스의 스마트폰을 들고 주문하는 손님이 보인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음료가 나오자마자 받아 들고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점장님"


카운터로 들어서자 작게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에요?"

"저 손님 조금 이상해요. 혼자 일하냐고 물어보고 그리고..."

"그리고요?"

"누굴 찾는 것 같았어요. 키 큰 여자분 못봤냐고 그러시던데"


뭘까, 의문이 강하게 남는다.

내가 아는 손님 중 키 큰 여자라면 한 명 뿐이다.


"그래서 그냥 여기서 일한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일단 잘 했어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하지만 나는 신경 쓰인다 서늘한 감각이 등을 타고 흐른다.

그 손님과 눈을 마주치자 그는 갑자기 서둘러 가게를 떠났다.

더욱이 신경이 쓰이지만 명분이 없기에 나설 수는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인생은 쓰고 죽음은 달콤한 법.

날 괴롭히고 싶어 안달난 운명이 어떤 사건을 몰고 올지 미처 알 수도 없었다.

둘이서 하는 마감이라 금방 끝내고 퇴근 하는게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때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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