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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부터의 불알친구인 나의 절친은 강한 남자다.
생긴것도 우락부락하고, 코도 우락부락하며, 키는 쪼끄만데 덩치랑 힘은 어찌나 좋은지...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황소처럼 일 잘한다고 대감마님으로부터 꽤나 이쁨 받았을 터였다.
40이 넘은 지금은 본인의 신체적 특성을 살려서 나쁜놈들 때려잡는 경찰이 되어 국가에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생긴것과 정반대로 마음은 엄청 여리고 착한 면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 정도가 심하여 잘 운다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에 불혹이 된 기념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펜션에 휴가를 갔다.
울보인 녀석은 아직 장가를 안가서 혼자였고, 역시 솔로인 친구 한놈,
겁나 잘생긴 친구 한놈(겁나 잘생긴 친구녀석은 와이프와 두 딸과 함께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와이프에게 특별휴가권을 얻어 혼자 합류, 총 7명이 펜션 두동을 잡았다.
겁나 잘생긴 친구녀석은 외모가 정말 특출나서 고딩때 강둑에서 다같이 축구를 하고 있으면 여학생들이 이녀석
플레이를 보고 (사실 축구는 개코 잘하지도 않는데) 꺅꺅 거리면서 쫓아오기도 하고, 일생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여자들이 먼저 시도 때도 없이 대쉬를 해올 정도로 겁나 부러운 녀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잘생긴 친구녀석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었는데, 이녀석이 생긴 것과 다르게 더러운 구석이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녀석은 방구를 잘 뀌었다. 그냥 잘 뀌는 정도가 아니라,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하루에 약 100~200방 정도는 뀌는
것 같았는데, 이 자식 똥꼬는 아마 40쯤 되면 다 헐어서 괄약근이 사라져 똥이 밖으로 줄줄 세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뀌었다. (다행히 불혹이 된 지금 이녀석의 똥꼬는 엉덩이에 잘 붙어 있는 것 같다.)
두번째는 이녀석은 땀이 많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10분씩 운동을 해도 이녀석은 혼자서 1시간정도 운동한 것 같은 땀을 흘렸고, 문제는 그 땀냄새가 또 말도 못하게 지독하다는 것이었다. 온몸에서 배출된 땀으로 흠뻑 젖은 옷에선 오징어 똥꾸룽내가 나곤 했고, 그래서 학창시절 이녀석 별명은 오징어 똥내, 스컹크 등으로 불렸었다. (아마 잘생긴 외모에 반해서 사귀었다가 오징어 똥내와 방구 2단콤보에 KO되어 헤어진 여자도 많았을 거다)
펜션에서 오랜만에 동창들끼리 술먹고 노래부르고 놀다보니 다들 많이 취하게 되었다. 특히 잘생긴 녀석의 와이프는 내가 살면서 본 여성 중에서 가장 술을 잘 먹었는데(주량이 소주 한짝은 되는 것 같았다), 가장 마지막에는 남자4명이서 차례로 그녀에게 KO되고 모든 남성들을 KO시킨 뒤 그녀는 술이 부족하다며 혼자서 3병을 더 마시고 심심해서 잠들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나누다가 울보친구녀석의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은 영화 '클래식(손예진의 띵작)'을 50번 정도 봤는데, 볼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난다는 것이었다.
남자녀석이 멜로영화를 50번 봤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50번을 볼 동안 매번 울었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던 우리는 술자리가
파한 뒤 남자들 방에 들어가서 '클래식'을 다같이 보게 되었다.
그 날 우리는 클래식을 틀지 말았어야 했다...
조용히 영화를 보던 울보녀석은 손예진과 조승우가 만나서 사랑을 싹 틔우는 시점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울보 : "저렇게 서로 사랑했는데... 왜 그랬어.... 훌쩍"
'이 새끼 연기하나... 벌써 운다고..?'라고 생각했다.
손예진과 조승우가 헤어지는 씬이 나오자, 울보녀석이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울보 : "거기서 헤어지면 안돼! 너희 다시는 못 만난다구! 바보야! 안돼!!"
양념 친게 아니고 진짜다.... 이 울보 또라이는 진심 영화에 몰입해서 화면을 향해 외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몇년만에 만난 조승우와 손예진. 조승우가 실명된것을 손예진이 알아차리는 장면이 나오자...
울보녀석이 술도 먹고 하도 울어서 더웠는지 온몸에 걸쳐진 옷(속옷포함)을 다 벗어던지고 본인이 아담과 이브라도 된양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초의 모습으로 방에 굴러다니던 각티슈를 잡고 바닥을 쾅쾅 때리면서 격하게 울어 재낀다.
"어흑 엉어어어어어어엉.... 그러니까 그때 헤어지지 말았어야...지... 꺽.... 엉어어엉엉....."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울어 재끼는데, 녀석의 피지컬이 워낙 어마어마해서 아무도 울보녀석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시간을 힘차게 울어재낀 울보녀석...다행히 울다가 지쳐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방바닥을 살펴보니 각티슈로 땅을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곳곳에 바닥타일이 깨져 있었다. 각티슈로 바닥타일을 깨부수다니... 사람새끼가 아니다.(사장님 죄송합니다...)
모두들 전날 마신 술로 헤롱대면서 못 일어나고 있는데, 잘생긴 녀석의 와이프님께서는 술에 정통하신 분답게 언제 술마셨나는 듯 아침부터 쌩하니 일어나서 해장국을 끓여 놓고 남정네 4명을 깨우러 남자방으로 들어왔는데.....
울보녀석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큰 대자로 뻗어 방 중앙에서 자고 있었고, 그녀는 한참동안 울보의 똘똘이를 감상한뒤
'훗.... 덩치에 비해 귀엽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날 이후로 울보녀석은 친구들끼리 모일때 그녀가 동석하는 자리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