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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렇게 아름답게 만든다구? "코타로는 1인가구"
게시물ID : mid_21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aka4444
추천 : 10
조회수 : 36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3/11 13: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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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 '코타로는 1인가구'를 보았다. 힐링물인 작품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나 그걸로 끝인가? 이대로 괜찮은 건가?'이다.

이제 이 작품의 불편한 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힐링 일상물이므로 스토리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스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작품을 감상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우선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코타로는 4살이다. (드라마판에선 5살, 연기한 배우는 카와하라 에이토, 2013년생, 2021년 방영 당시 만 8살)

요런 꼬맹이가 카리노 신이 사는 맨션 202호의 옆집인 203호실로 홀로 입주한다.

보호자도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와 그걸 옆에서 지켜보며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주인공, 그 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일단 주인공 코타로가 매력적이다. 연기한 성우(쿠기미야 리에)가 찰떡같이 연기했다.

보고있으면 흐뭇해지고 안아주고 싶고 데려다가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 마을 사람들 모두 조금씩(조금씩이 아닐지도)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들 코타로를 잘 대해준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배려해 주고.

그렇게 그렇게 여러 소소한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화도 일상 힐링물에 어울리게 파스텔톤으로 괜찮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불편함은 뭐지.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이제 정신 차리고 이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나는 일종의 판타지인 작품 속 설정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설정이 나오게 된 배경, 이런 작품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이 현시대 일본의 사회문제인 일명 "니글렉트"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니글렉트 현상이란 복잡하고 각박해진 현 일본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고 내버려두고 포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점점 더, 꽤나 빈번하게 발생해서 일본에선 용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출처:시선뉴스] 아이를 방치한 채 8일간 여행...일본 내 ‘니글렉트’ 현상 문제 [지식용어]

[출처:일요신문] 오사카 아동방치 살해사건

[출처:세계일보] 日서 3세 여아 집에 혼자 방치돼 굶어죽어.. 엄마는 남친과 8일 동안 여행 떠났다

[출처:아시아투데이] 일본, 수상한 마마토모의 실체…5세 남아 아사 사건


이 작품에선 코타로의 주변인들이 코타로와 함께 '우리 계속 잘 해보자' 하며 하하호호하며 마무리된다.

코타로를 어디 기관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를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 누군가가 맡아주는 것도 아니다.

옆집 카리노 신이 있긴 하지만 함께 사는 것과 따로 사는 건 엄청난 차이다. 

(주인공은 4살이라고. 이런 아이가 아무도 보지 않는데 혼자 가스렌인지 켜고 칼질하며 요리하고 그러고 있다고. 일본의 맨션은 보일러도 없이 엄청나게 추운데 겨울에 방열도구도 쓰겠지. 난 4살짜리가 저러고 있다고 한다면 이런 걱정부터 생각나는데 이걸 보는 제작진이나 시청자들은 아무런 불편이 없나.)

주변의 누구도 나서서 '내가 책임지고 돌볼게'라고 말하지 않는다. 카리노 신이 약간 책임감 있는 듯한 발언을 하지만 다른 이에 비해 조금 더 가까운 데서 지켜볼 뿐 그냥 옆집에 자기 할 거 다하며 사는 거다. 

다들 그런 식이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마치 길냥이에게 밥 주는 심정처럼.

즉, 작품이 말하고 싶은 건 "니글렉트 현상의 원인이나 배경 등은 모르겠고 방치된 아이들은 누군가 책임지고 맡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조금씩 분담해서 돌보면 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럴 거면 기관에 입양시키라고)

그렇게 니글렉트의 "결과"인 아이들이 자라서 나중에 니글렉트의 "원인"이 되겠지.

불편한 것들을 똑바로 직시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단 덮어두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부각시키는 일본 사회의 특징이 느껴진달까.


다시 말하지만 작품을 참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것을 보고 다들 힐링 되고 너무 좋았다고 호평한다.

이렇게 불편한 소재를 이렇게나 아름답게 만들어내다니.

아름다운 겉모습만 보고 좋아할 게 아니다. 그것을 뜯어내서 속에 있는 썩어가는 쓰레기를 꺼내봐야 한다.

"니글렉트" 현상이 우리나라에선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없으므로.


출처 https://blog.daum.net/donoo/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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