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離潦到白頭年(난리료도백두년) 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희어졌구나 幾合捐生却未然(기합연생각미연) 몇 번이나 목숨을 버리려 하였건만 그러지 못하였네 今日眞成無可柰(금일진성무가내) 하지만 오늘만은 진정 어쩔 수가 없으니 輝輝風燭照蒼天(휘휘풍촉조창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구나.
妖氣晻翳帝星移(요기엄예제성이) 요사한 기운 뒤덮어 천제성(天帝星)도 자리를 옮기니 久闕沈沈晝漏遲(구궐침침주누지) 구중궁궐도 침침하고 낮 누수(漏水)소리만 길구나 詔勅從今無復有(조칙종금무부유) 조서(詔書)와 칙서(勅書)도 이제부턴 다시 없을 것이니 琳琅一紙淚千絲(림랑일지루천사) 아름다운 한 장 글에 눈물만 하염없구나.
鳥獸哀鳴海嶽嚬(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도 슬피 울고 산과 바다도 찌푸리네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삼천리가 이제는 망했구나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밤 등불아래 책을 덮고서 옛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인간 세상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
曾無支廈半椽功(증무지하반연공) 일찍이 조정을 버틸만한 하찮은 공도 없었으니 只是成仁不是忠(지시성인불시충) 그저 내 마음 차마 말 수 없어 죽을 뿐 충성하려는 건 아니라 止竟僅能追尹穀(지경근능추윤곡) 기껏 겨우 윤곡(尹穀)을 뒤따름에 그칠 뿐 當時愧不躡陳東(당시괴불섭진동) 당시 진동(陳東)의 뒤를 밟지 못함이 부끄러워라.
3수가 가장 슬픈시인 이 시는 황현 선생님의 절명시입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친일과 독재에서 독립하지 못한 현실이 지금의 심정과 같아 올립니다.
세상에 환멸나지만..저 시를 쓴 선생님의 마음 죽음을 앞둔 자세의 우국충정을 보면..더 가슴이 아파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