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인간은 보수적인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합니다. 진보적인 것은 현재의 상태를 바꾸는 변화를 추구하고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편해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기득권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변함없이 영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진보라는 것은 자연스럽고 편하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사유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평생 컴퓨터에 숫자를 입력하던 사람은 그 일이 편하고 국수를 만드는 사람은 그것이 편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다수의 보수와 소수의 진보임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는 항상 진보 승리의 역사였습니다. 왕정제는 공화제로 바뀌고, 신분제는 몰락하고,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의 인권은 확대되어 왔습니다. 인간은 보수적이지만 역사는 진보적인 것입니다. 그러한 진보는 다수의 민중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다수의 민중이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진보주의자들이 천천히, 느리지만 착실히 썩은 동아줄로 황소를 끌듯이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진보 후보가 어제 비록 선거에서 패했지만 그 패배가 차후에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릅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사회를 다시 과거로 회귀시킬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5년 10년이 아닌 더 긴 역사를 보면 어쨌든 결국 진보는 승리할 것이고, 인류의 역사는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내가 혹은 우리가 선택한 사람은 아니라 이 상황이 힘들고 우울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는 규칙이 있고, 세상에 바뀐 것은 없습니다. 윤 당선자가 내가 원하던 사람은 아닐지라도 일을 잘하면 응원하고, 못하면 호되게 야단치면 될 일입니다. 힘든 마음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선거 결과로 남을 탓하고 저주하는 것은 더 큰 갈등을 만들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