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도 지난 이야기이다.
룸메이트와 나는 졸업작품 과제 때문에 몇 일동안 밤샘 작업에 심신이 피로한 상황이었다.
그 날은 새벽임에도 유독 더웠고 공기는 침침했다.
새벽 4시쯤 피곤한 몸을 드디어 침대에 뉘였다. 룸메는 내 바로 아래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룸메는 바로 잠들어 코를 골아댔다.
룸메와 내가 사는 방은 3평쯤 되는 원룸에 화장실이 하나 딸린 방이었는데
방 귀퉁이에 침대가 하나 있고 침대와 평행하게 긴 책상이 있고, 그 위에는 컴퓨터 두 대에 그 사이에 TV가 놓여져 있었다.
침대 머리맡은 베란다와 바짝 붙어 있었는데, 나는 답답함에 베란다 겹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나는 베란다 쪽을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근데 그런 날이 있다. 엄청나게 피곤한대.. 잠은 안 오는..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잠을 자려고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잠에 들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가위에 눌리고 말았다.
가위라고 해서 특별한 껀은 없었다.
무서운 무언가가 나오지도 않았고, 그저 밖에서 시끄러운 말발굽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나는 내 노하우대로 턱 근육을 힘겹게 움직여서 가위를 풀어냈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몸을 덮쳤다.
그러다 문득 책상위에 꺼진 TV쪽에 눈 길이 갔다.
뭔가 이상했다.
내가 바라보는 각도에서 TV에 반사되어 보이는 곳은 베란다쪽 창문이었는데
창문 쪽에서 뿌연 외각에 눈동자가 없는 검은 눈을 한 이상항 형체가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에도 냉정하려고 노력했다.
무서운 생각을 떨쳐내려고 '내가 진짜 피곤하나부다..' 라는 생각으로 애써 머리를 덧 씌웠다.
그러면서도 심장이 부르르 떨려 침대에서 내려와 룸메를 등지고 누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아니 아침이라기 보다는 한 낮이었다.
주섬주섬 씻고 대충 수업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옆집에 살고 있던 과 동기가 우리방에 들어오더니
"야 x발 귀신 봤어"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동기 녀석의 말로는 야밤에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화장실 창문쪽에서 검은 물체가 자신을 슬쩍 보고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모든 게 그냥 우연이거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룸메와 나는 수업에 나가기 위해 건물 밖을 나섰다.
건물 1층에는 떡볶이 집을 하는 상가가 하나 딸려 있었는데, 오늘은 점심 장사를 안 하는지 문이 닫혀 있었다.
그리고 닫힌 문 앞엔
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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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날 밤에 떡볶이집 주인 아주머니의 아버지가 노환으로 집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이 본 것은 그 아버지의 영혼이었을까.. 아니면 저승사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