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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의 육아일기
게시물ID : baby_252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용★
추천 : 16
조회수 : 2437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22/01/16 13: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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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166일짜리 아들 키우는 카페사장이에요

 

오랜만에 생존신고 해봅니다.

 

100일

 

사실 요즘 100일 잔치 안하는 추세이긴 하나

 

돌잔치, 즉 생일은 매해 돌아오지만

 

인생에서 백일은 한번뿐이다 라는

 

떡집사장님의 현란한 말솜씨에

 

팔랑귀는 그대로 영업당해

 

100일떡을 맞추고 있었다.

 

100일잔치라고 해봤자 사실 별로 하는건 없다.

 

그냥 떡 맞춰서 떡 돌리고

 

사진찍고

 

근데 코시국이라 스튜디오 같은데 가기도 힘들고

 

촬영은 비쌈

 

But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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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있더라

 

사진찍을 수 있게 촬영소품을 빌려주는건데

 

저렴한건 3만원

 

비싸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파티소품 빌려서 파티하는건

 

인싸와 E 들의 특권인 줄 알았는데..

 

둘 다 I 인 우리는

(와이프 INFP 나 INFJ)

 

아들을 위해 하루 인싸가 되기로 했다.

 

동물원 컨셉으로다가 소품을 빌리고

(배달료까지 4만원)

 

떡 맞추고

(백설기, 수수경단 8만)

 

아들의 첫 기념일인 만큼 케익도 직접 만들었다.

 

아 그리고 우리 와이프는

 

포토샵 능력자인데

 

웨딩사진도 스튜디오 안가고

 

동네사진관에서 여러개 찍은 뒤

 

합성으로 꾸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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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식으로

 

그래서 우리 아들 100일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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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꾸몄다ㅋㅋ

 

아들이 기린옷 입었어서

 

기린쨔응이 놀러왔어용 ㅋㅋ

 

저 아래 자질구래한 소품들을 다 빌려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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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람쥐인형에 밀짚모자를 씌우면서

 

아...킹받는데 귀엽고 하잘것없네진짜..ㅋㅋㅋ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댁으로 갔는데

(아들의 증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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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에에에엥 다 집어치워!!!!!

 

아들은 협조적이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30분 내내 쉬지않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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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증손자를 이 날 처음 보셨다.

 

처음 안아보셨고

 

우리 아들은 빵끗빵끗 웃어줬다.

 

결혼하기 1년 전 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약 한달 전쯤 나에게

 

너 여자친구 데려와라 얼굴좀보자 하셨는데

 

결국 못보여드린게 내 인생 가장 큰 후회가 되었다.

 

당신께서 이뻐하신 손자는 어느 덧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증손자는

 

증조할아버지의 눈썹을 그대로 빼 닮았네요.

 

 

 

140일


아직도 혼자 못잔다.

 

통잠도 안잔다.

 

와이프가 밤 새 못자서

 

밤 늦게, 혹은 아침 일찍

 

애 안고 리클라이너에서 자면서

 

와이프 쪽잠을 재운다.

 

몇가지 변화가 있다면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서 울지 않는다.

 

비몽사몽하다가 눈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준다.

 

그리고 본인의 손을 굉장히 빤히 쳐다본다.

 

30분 동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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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는걸까

 

킹받는 도토리옷..

 

애기는 너무 쑥쑥 잘 커서

 

초반에 입혔던 옷들 당근해야하는데

 

다 너무 작고 보잘것없고 소중해서

 

옷장한켠에 전부 보관하고 싶었다.

 

뒤집기를 130일때쯤 처음 성공했는데

 

이제는 내려놓기만 하면

 

끼야야앙!!!! 하면서 뒤집는다.

 

분유 먹이고 잠깐 내려놓으면

 

뒤집어서 배 눌리며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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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러지마...

 

근데 인간의 매카니즘이란게

 

뒤집었으면 다시 뒤집어야하는데

 

애기는 뒤집고 끝이다.

 

그리고 한 5분쯤 후에

 

힘들어서 앙앙 울어댄다.

 

거북이는 뒤집히면 끝인데

 

너는 뒤집어줄사람 있어서

 

안심하고 뒤집는거니

 

뒤집고 버둥대고 힘이 넘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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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찍기가 너무 힘들다.

 

아버지 어딜보시는거죠?

 

그건 제 잔상이랍니다 늙은이

 

 

150일


슬슬 이유식을 시작한다.

 

3.5키로로 태어난 애가

 

9키로가 넘었고

 

한번에 2~30ml 분유를 먹던 아이는

 

이제 엄마아빠와 같은 곡기를 먹게된다니.

 

너는 정말 하루하루 크는구나 싶었다.

 

알라딘에서 중고로 산 이유식책을 보며

 

만드는데

 

불린 쌀 30g, 감자 15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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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좀스러워...

 

윌리웡커 공장에 움파룸파들 배급하는 기분이다.

 

그 좀스러운 감자를 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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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는데

 

...아 이거 인덕션 전기아깝다.

 

한입컷인걸 이렇게까지 해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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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랑 같이 감자 갈아서

 

물 넣고 바글바글 끓여

 

감자미음을 완성했다.

 

아이가 먹는다는 행위에

 

호기심을 갖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밥먹을때마다 앉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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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유튜버가 되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초점맞춰 보여주고

 

ASMR 톤으로 나긋나긋하게

 

갓김치..먹어볼께여..?

 

아작아작

 

다음엔 밥을 한숫갈 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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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앙

 

으으음~~~너무맛있다아아앙~~

 

라는 리액션을 매차례 해줬었다.

 

이전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보면

 

저새끼가 드디어 미쳤구나

 

생각할수도 있겠다 싶었다.

 

왠 커다란 귀이개같은 숫가락으로

 

이유식을 입에 넣으면

 

여태 보고배운게 있기 때문에

 

아들은 너무나도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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뱉는다.

 

반 이상을 뱉고

 

그 중 반 이상을 흘리고

 

그 중에 반을 얼굴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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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빠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샊꺄!!!

 

 

166일

 

1월 16일 글 쓰는 지금

 

우리아들은 166일이다.

 

아들은 아무리 찡찡대도

 

아빠품에서 5분안에 잠든다.

 

오늘 아침에도 품에서 자다가

 

기지개를 쭉 펴고 아빠눈을 마주친 뒤

 

씨익 웃어줬다.

 

아기들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의 지금 이 순간이

 

평화롭고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라는걸

 

확인받고 싶다.

 

얘도 나중에 크면

 

아 됐어!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 

 

라고 하며 문 쾅쾅 닫고 하겠지만

 

이 때의 기억을 애껴놨다가

 

그런 순간마다 조금씩 소비해야겠다.

 

문과 감수성 낭낭한 와이프는

 

아이가 하루하루 크는게

 

지금의 아이와 이별하는것 같아 슬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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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닌데!

 

아빠는 너가 얼른 커서

 

일인분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생기고 와이프도 나도 많이 변했다.

 

세상 여리여리한 이쁘고 작은 외동딸 와이프는

 

아기띠로 애기 안고 설거지하고 청소기도 돌리는

 

슈퍼맘이 되었고

 

애들은 그저 똥이나 싸는 울음기계라고 생각했던 나는

 

하루 피로를 아들 정수리냄새 맡으며 힐링한다.

 

별로 눈물없던 나는

 

와이프랑 밥먹다 티비에서 나오는

 

씨랜드참사편을 보고 눈물 그렁그렁해

 

결국 화장실가서 좀 울었다.

 

아동학대 뉴스보면 화내기 바빴던 내가

 

눈물부터 나더라.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고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아들은 특히 더 그랬으면 한다.

 

 

출처 21년 11월-1월 16일까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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