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여기 계실 것 같아요. 올해는 글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니 못 쓸줄 알았어요.
작년 희은양에게 글을 썼을 당시, 전 제게 남은 모든 항암제를 써버렸고 7여년을 함께 달려온 교수님께 호스피스를 권유 받았습니다.
세간에 떠들썩하던 동물 구충제를 씹어먹으며 정말 살고 싶다고 별 짓을 다 해본 것 같아요.
경추에 자리잡은 종양은 이윽고 제 척수신경을 짓눌렀고, 사지마비에 이르게 되어 응급실로 실려가 그대로 무너져버린 5~7번 경추를 재건하고 고정하는 대수술에 들어 갔어요. 응급수술이라 대기한지 하루 이틀만에 수술로 이어졌었네요.
그 당시 제게 기적처럼 찾아온 사람이 있어요. 호스피스를 권유받고 좌절하고 있을 때에 다른 병원들도 내원 해보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거라고 등떠밀어준 그 사람 덕에 올해도 이렇게 희은양에게 제 안부를 남길 수 있게 되었어요.
네, 다른 병원에서 수술과 함께 3세대 항암치료인 면역항암치료를 하게 되었고 이 약 덕에, 그리고 이 치료로 이어질 수 있게 날 당겨준 그 사람 덕에 저는 지금 살아 있습니다.
비록 만성신부전 말기로 일주일에 세 번의 투석을 받아야 하고 사지마비 후유증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한 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남들은 수십년을 내다 보며 미래를 계획 할 때 우리환우들은 그 찰나의 수 년의 차이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생사가 나뉘네요. 희은양이 이따금씩 생각나서 안타까움에 몸서리를 칠 때가 종종 있었네요.
나와 소통하던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본 경험이 없었어요.
희은양이 처음이었습니다.
자주 여기 와서 눈팅 해줘요.
저도 종종 올게요.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길던 짧던 소식 남길게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마 오유에도 아직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실거예요.
오유는 널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