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2021년 6월 2일 저녁 9시경, 서산 해미공군부대 근처 ***** 부근 편도 2차로 갓길을 동료와 자전거로 주행 중에(안전장비 착용)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습니다.
함께였던 동료는 그 자리에서 중증 뇌손상으로 숨지고, 제 남편은 의료원에서 응급 치료 중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가해자는 규정 속도 70km인 도로에서 시속 103km로 과속운전이었고, 무면허에 혈중 알콜 농도 0.166%의 만취상태였습니다. 두 명을 자동차로 들이받고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 하였으며, 2차 사고를 낸 후에야 경찰에 잡혔습니다.
가해자는 사고 당시 본인의 인적사항조차 말하지 못 할 정도로 만취상태로 ‘자전거 사고를 낸 적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횡설수설했지만 사고 현장에서 증거품 대조 등으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그 전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등으로 구속되는 등 같은 사고로 범죄전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고 당일인 6월 2일, 그날따라 남편은 이른 아침 부모님을 찾아뵙고, 오랜만에 단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으며 지나온 과거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현재, 그리고 앞으로 그려갈 미래를 그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일찍 퇴근한 남편이 자전거 라이딩을 간다는 말에 부랴부랴 김밥 한 줄 말아 먹여 보낸 것이 영영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밤 9시면 돌아오겠다는 남편은 10시, 11시를 지나 12가 다 되도록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지역 맘카페에 걱정 되는 상황을 남기니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병원에 연락해보아라, 남편 휴대폰이 망가져 연락이 불가해서 남편이 가입한 자전거 동호회 카페에서 보호자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잠든 아이들을 두고 정신없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제 남편은 이미 응급실 병상이 아닌 차디찬 영안실에 누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불시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빠의 죽음을 장례식장에서 확인한 아이들의 충격과 슬픔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날따라 “조심해서 잘 다녀와”라는 인사를 왜 하지 않았을까요. 다녀오라고 김밥을 싸 먹이는 대신, 자전거를 다른 날 타라고 말기리라도 했을 것을. 그랬다면 아이들이 찌그러진 아빠의 자전거와 물병을 뉴스에서 보는 일은 겪지 않았을 텐데. 남편의 허망한 죽음 앞에서 저는 그날의 모든 일들이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남편 장례 후 그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유품을 찾고, 혹시 남편의 물건이 있을까 싶어 찾아간 사고 현장에서 처참한 흔적에 무너져 울었습니다. 사고 당시 남편의 의복들을 태우며 많이 무섭고 아팠을 남편을 생각하며 또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자식들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6살 막내가 가끔 “그때 아빠 얼굴에 왜 상처가 있었어?” “아빠는 이제 없지?” “아빠는 하늘나라에 갔지?” 라고 물어봅니다. 저는 아빠는 좋은 곳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항상 우리 옆에 있다고 말해 줍니다.
듣고 있던 8살 둘째는 “왜 자꾸 아빠 애길 해. 슬퍼지잖아.” 라고 합니다. 10살 큰아이는 무섭다며 더 이상 어른 없이는 집에 있지도 못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나요.
이젠 엄마밖에 없다는 생각에 3남매가 돈 걱정을 하고, 엄마 없이는 집에 있는 걸 불안해 해요. 어째서 저희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가요. 아빠 없는 아이들을 저는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10살, 8살, 6살인 제 아이들과 9살, 7살인 또 다른 피해자의 아이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빠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평생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곳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무면허인 가해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면, 대리기사라도 불렀다면, 사고 후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했더라면, 39세의 젊은 가장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함께 웃으며 매일을 함께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두 집안의 가장이 사망했는데, 가해자는 10년형을 받았습니다.
우리 앞에서는 잘못했다, 죄송하다, 죽어서라도 용서를 빌고 싶다더니, 죗값을 치르기에도 부족한 10년형을 선고 받고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이것은 명백한 살인입니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쏴야 살인인가요? 가해자는 자동차를 무기로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것도 한창 나이의 40살도 되지 않은 두 가정의 가장을 죽게 했는데, 무기징역이나 최소 20.30년형은 받아야 하는데 10년이라니요. 그런데 항소를 진행한다니요.
가해자가 온전히 10년형을 살고 출소해도 저의 막내아들은 16살 한참 사춘기로 아빠가 필요한 나이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60대 초반으로 같은 사고를 또다시 낼지 모릅니다. 저희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제 아이들이 성장해 아빠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슬픔과 분노를 엄마인 제가 어떻게 설명할지 자신이 없습니다. 허망하고 억울한 죽음이 있는데, 온전히 죗값을 치르는 죄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억울하고 기막힌 이 심정을 알리고자 글을 씁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죗값을 치러야 하는데,
음주로 죄를 지은 사람의 죗값은,
무면허 음주 뺑소니까지 해도 10년이라니요
죗값이 온전하지 않은 이 사회에서 저는 아이 셋에게 정의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통탄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음주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두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가해자가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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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딴지일보사이트 여러분 저는 피해자 측 중 한 명의 가장의 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