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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언론 체험기(내용 김/중요내용은 뒤쪽에)
게시물ID : sisa_1183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젠장할
추천 : 8/2
조회수 : 939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21/11/14 00:30:18

 

 존경해 마지 않는 뉴라이트격멸님의 댓글 덕에 오늘도 기레기들이 기레기한 글을 보게 됐는데요. 댓글로 달려다가 이런 웃기는 얘기는 새로 글을 파서 우리 수준 높은 오유님들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글을 팝니다.

 

저는 이름을 밝힐수는 없지만 요즘도 가짜뉴스로 악명을 높이고 있는 유력 수구꼴통 일간지(조중동매경한경중 하나) 기자 출신입니다.

 

어릴때부터 삐딱선 정신이 강했던 저로서는 그따위 거지같은 회사는 지원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론고시 3수를 하고, 나이제한(31살)에 걸렸던 그해 가을... 정말 공포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원서를 지원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드라마피디지망생이었기에.. 기자 시험따위는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전에 KBS최종에서 낙방하고, MBC 서류에서 처음으로 광탈한데다... 여자친구마저 런던으로 떠나버려.. 정신이 혼미했었습니다. 물론 변명이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했었고, 또, 우리나라 언론지형상 보수지를 다 걸러버리면 지원할 회사자체가 없었습니다.

 

여튼... 자포자기 심정으로 원서를 내고 필기시험을 보러 갔는데... 문제가 무슨 경제문제였는데... 저는 평소 기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 흔한 신문스크랩이나 상식공부도 안하고 드라마랑 영화만 주구장창 파던 놈이었던지라... 당연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대충... 은유적으로 그냥 보기에만 좋고, 내용은 하나마나한, 그러면서 두루뭉술하게 규제를 반대하는 글을 싸지르고(보수지라 규제 반대라고 적어야할 거 같았어요. 죄송합니다.) 밖에 나와 담배를 쳐 물고 있는데... 기자 지망생들이 나와서 경제정책 토론회를 열고 있더군요. 굉장히 아는 것도 많고 저는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떨어질 줄 알았고, 2주후 정말 먹고 살고 싶다는 심정으로 연예스포츠 전문지 원서를 내고, 그 일을 잊고 있었죠.

 

그런데... 언론고시 카페에 그 회사의 면접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합격을 기대안했기에 합격자 확인도 안했었는데.. 면접이 이틀밖에 안남았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합격자 명단을 봤더니 글쎄.. 그 똑똑한 친구들 다 떨어지고 제가 붙었더군요.(붙고나서 알게 된 건데.. .기자시험은 지식 자랑하는 애들보다 근성있고, 경험 적은 애들이 더 많이 붙었더군요. 그리고 기자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그런 애들이 기자생활 자체만 놓고 보면 훨씬 일을 잘합니다. 기레기가 돼서 그렇지.)

 

어쨌든 부랴부랴 면접스터디 신청하고 실무면접이랑 임원 면접 준비했는데... 기사를 써본적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시험전날 조중동 기사의 형식을 통으로 외워서 갔습니다.(사실 기술적으로는 조선일보가 글을 가장 잘 씁니다. 이건 논조랑 무관하게 그냥 기술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주는 논제를 가지고 악바리처럼 발로 뛰어서 취재해서 전날 외운 포맷에 팩트만 집어넣어서 기사를 완성했죠. 그리고 실무면접에서는 그냥 서글서글한 인상만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같이 시험 본 애들이 지독한 압박면접이라고 다들 힘들어하던데.. 솔직히 저는 윤석열 모드였기 때문에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그것도 붙고 그다음에 영어면접하던데... 영어를 제가 또 못합니다. ㅠ.ㅠ 영어 면접에 들어가보니까 다들 다른 사람들은 단문으로 물어서 아.. 그냥 대충 준비한 대로 대답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유독 저한테만 if로 시작하는 복문으로 묻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what is your hobby였는데... 젠장.

 

저는 유일하게 pardon?을 외치고 체면을 구겼구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에게 다시 또박또박 말을 해주던 외국인 여자의 파란눈동자와 그녀의 미끈한 다리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ㅠ.ㅠ

 

여튼 두번 들어도 뭔소린지 모르겠기에 대충 내가 짐작하는 대로 생각하고,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답을 했고요. 면접관을 향한 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전달됐는지 또 붙어서 사장단 면접(최종면접)까지 들어갔고, 역시 배째라 윤석열 모드로 합격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부장한테 들으니... 다른 놈들은 다 모범생 스타일인데 저만 특이해서.. 이런 놈도 필요하다고 우겨서 뽑은 거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붙고 보니 다른 동기들은 모두 모범생 스타일이었어요.

 

입사 첫날 새벽 4시에 제작과 유통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신문배달일에 투입됐고요. 저는 연에인과 부자들만 산다는 동부이촌동에 투입됐습니다. 부자동네는 80%가 조선일보랑 스포츠신문만 보더군요. 거기서 한국 부자들의 정신세계를 짐작했습니다.

 

첫날에는 빡세게 굴려서 적응시킨다고.. 새벽네시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시키고 퇴근시키더군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기수모임과 각 부서 사장 부서장들과의 술자리가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번씩 이어졌습니다.

 

입사후 14일 연속 필름이 끊어졌구요. 단2주만에 허리가 2인치 늘어서 새로 뽑은 꼬깔옷은 허리가 터져버렸습니다.

런던으로 가버린 여친은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급격히 돼지 아저씨가 되버린 제모습에 충격을 먹었고요. 저는 평생 동안이라며 살아왔던 자부심을 잃어버리는대신 7킬로의 지방을 얻었습니다.

 

원래는 수습기간을 반년정도 하고, 그리고 부서배치를 받는데... 마침 그때가 대통령선거기간이었어요. 바로 명박이 선거였죠. 그래서 우리는 스습임에도 대선 현장에 보조기자로 급히 투입되었고요. 그 이후에는 BBK특검 삼성 특검을 거쳐 남대문 화재. 천안 기름 유출사고 등 굵직한 사건에 투입됐습니다. 우리 동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고.. 재수 없게 제가 사회부로 발령이 나는 것 플러스 마침 한국사회에 굵직한 사고가 터지는 악재등등이 겹쳐서 그렇게 돼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이 쉴드 치려고 온갖 언론과 특검이 짬짜미하는 상황 목격했고요. 기자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홍라희의 특검 출두에 사모님 힘내세요라는 말을 외치는 중앙일보 기레기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더 큰 사건이 벌어졌어요. 일명 광우병 파동이라고 하는 촛불집회가 열려서... 두달 내내 밤새도록 청계과장을 헤맸고... 그 다음해에는 노통이 돌아가셔서 주말에 술에 취해 누워 있다가 갑자기 봉하마을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재수가 없었던 것인지 하필 이 모든 과정에서 담당이 저였고요. 그래서 노짱 장례식장에는 펜기자 한명 카메라기자 한명 들어갈 수 있는데 그게 또 제가 돼 버렸습니다.

 

노짱을 갑자기 보낸 황망함도 잠시.. 편집국에서는 잘 죽었다 라면서 박수를 치는 선배들 속에서 울지도 못한 채 취재를 나가야만 했고, 덕수궁 앞 노제를 취재하고,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는 기자니까 냉정해야해... 이런 식으로 스스로 감정을 억눌렀습니다.

 

유예된 슬픔은 세월이 흘러 불쑥불쑥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점 커져가 오열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짱은 제가 처음으로 사랑한 정치인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발로 뛰면서 투표를 독려한 정치인이었어요. 저는 12월 19일생입니다. 대선은 항상 제 생일이었습니다. 짜증내는 여자친구를 놔두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투표를 부탁하고, 그 전날에는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 기사 투척같은 부정선거 감시를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움직였던 정말 내손으로 만들었던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임기내내 공격하던 것도 모자라서 잘 죽었다면 박수치는 인간들 집단에 속해서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취재하던 시절.. 그건 지옥이었습니다.

 

 

처음 기자가 되었을때. 비록 원해서 됐던 기자는 아니었지만... 오세훈의 실물을 보고, 와 잘생겼다 생각도 해보고, 유명한 사람들과 만나고, 높은 분들이 굽신거리면서 주는 명함도 받고, 기자랍시고 대접도 받고, 초봉치고는 높은 연봉에 내 이름을 달고 나갔던 첫기사.. 그리고 첫 1면.. 첫 특종... 이런 것에 기자실에서 기사를 쓰면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려서 새벽에나 퇴근했던 일들 등... 좋았던 일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강요받고, 군대식 상명하복에 막말과 구타까지 행하는 조직문화, 노짱의 죽음에 박수치며 환호하던 정치적 성향 등 제가 견딜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결국 사표를 내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러 떠났습니다.

 

안정적인 삶은 잃었지만... 사표쓴걸 1초도 후회해 본적이 없어요. 너무 싫었거든요. 할 얘기는 많지만.... 기자생활에 대한 건 이쯤하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1. 기사는 어떻게 작성되는가.

 

아침 9시까지 각 개별기자들은 출입처별로 발생기사(취재하지 않아도 보도자료나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벌어져서 쓰게 되는 기사) 기획기사(기자 개인이 재료와 논지를 기획해서 쓰는 기사) 기자수첩(취재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이지만 기사로 쓰기에는 너무 사소해보이는 것들.. 가령 공무원들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이걸로 스트레이트를 쓸 수는 없으니 기자수첩으로 조지자 뭐 이럴 때 쓰는 기사) 등을 제목, 논지. 재료를 담아서 부서 보고를 올리고, 이걸 부장이나 수석차장이 정리해서 10시 편집국회의(편집국장 각부서장등이 모이는 회의)에 올립니다. 그러면 거기서 결정된 기사를 다시 역순으로 부장, 차장, 일선 기사에게 전달됩니다. 오늘은 이거 써라. 뭐 이런 식으로 그런 얘기 없으면 그 기사들은 유예 또는 kill된 겁니다.

 

그날 나에게 할당된 기사가 없으면 명목상으로는 취재를 하거나 기획을 개발해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사는 기자는 10명에 1명이고요. 대부분은 말그대로 자윱니다. 우리는 회사를 들어가는 직업도 아니라서 밖에서 찜질방에서 잠을 자든... 집에 돌아가든 확인할 길이 없어요. 그래서 땡땡이 솔직히 많이 칩니다. 그거 아니면.. 그냥 약속(이라고 적고 접대라고 부른다) 같은 일정을 소화하죠. 그래서 대낮부터 술취한 기자 많아요. 솔직히 점심때 비싼거 배부르게 먹고 술 퍼먹으면 많이 졸립니다. 그래서 기자실에는 옆에 수면실이 있고, 거기서 자는 기자들 많습니다. 물론 저처럼 따까리가 쳐자고 있으면 타사 기자들이 그런거 다 일러바쳐서 뒷담화를 무지하게 많이 듣게 되지요.

 

할당된 기사가 있으면... 일단 초판 마감 두시간 전까지 기사 작성해서 내부 망에 올려야 합니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기사들은 연합뉴스가 아침에 다 써서 올려놓으니까.. 그거 우라까이(베낀다는 뜻)해서 문장 고치고, 한 10분도 안 걸려서 쓸 수 있어요. 요즘 인터넷에 나오는 기사들의 80%이상이 다 이런 기사들입니다. 물론 조선일보는 달라요. 기술적으로 뛰어나죠. 다른 언론사들 한 10만에 쓸 걸.. 조선일보는 추가 취재지시하고 기자 엄청 괴롭혀서 더 쉽게 풀어쓰고, 더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태도는 본받아야 한다고 봐요. 사실 보도자료 기사를 보면 그 언론사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어요. 역량이 높은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자료 기사라도 훨씬 상세하고, 훨씬 문장이 좋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그래요.

 

취재기사면.. 기존에 취재한 걸 바탕으로 기사 작성을 하거나 아니면 그날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현장에 가서 멘트나 사건 같은 것들을 취재해서 기사에 포함시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류의 기사들은 취재후 야마(주제)를 잡는 게 아니라 이미 기사의 야마와 윤곽을 모두 잡아놓은 상태에서 자기 기사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기사를 작성한다는 거에요.

 

제가 겪었던 일중에 하나는 쌍용자동차 파업 기사였는데.. 회사측 입장은 근본적으로 노조파업을 반대하니까 노조가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고, 참여율도 저조하고, 버스로 노조원 실어날라서 조작선동하는 거다라는 기사를 쓰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현장에 나갔는데... 그런 논조와는 반대로 현장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전화로 선배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런 기사를 쓸 수 없다라고 보고하니까... 니가 뭘 알아? 이런 식으로 닥치고 기사를 쓰라고 하더군요. 이제부터 제 선택은 세가지입니다. 개기다가 짤리든가... 아니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조작 창작해내거나... 아니면 분명 있는 사실이지만 침소봉대 왜곡을 통해 기사에 반영하든가... 저는 마지막을 선택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서른 넘어서 간신히 들어간 회사. 게다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사표를 쓸 생각은 차마 못했어요. 그렇다고 조작이나 창작도 도저히 못하겠고 그래서 침소봉대를 선택했습니다. 자세히 둘러보니 몇몇 노조원들이 앞에서 연설하는 내용은 안듣고 그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 거 집어넣고.. 인원 집계하는 거 경찰청 자료 쓰고, 뭐 그런 식으로요. 이런 식으로 왜곡된 기사가 작성됩니다.

 

특별히 누군가를 조지고 싶으면 몇가지 버전이 있는데... 기자수첩으로 가볍게 엿먹이는 것과... 차장급 기자들 여럿이 달려들어서 아예 조져놓는 방법이 있죠. 둘다 사용하기도 하고, 특히 먼지털이식 전투적 기사 쓰기에 강한 회사가 조선일보도 있지만 머니투데이(김만배가 편집부국장했던)가 유명했습니다.

 

저도 선배들한테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우리는 조폭이다. 조폭처럼 무섭게 해야 된다. 기자가 절대 가오 죽으면 기사 못 쓴다. 기자는 사과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 저보다 선배 세대에서는 신고식처럼 신입기자는 경찰서 문 걷어차면서 서장 나오라 그래 라는 멘트 날리는 게 통과의례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이게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야성이라는 요소. 이상호 기자가 전두환 취재하러 갔을 때처럼... 언론의 사명을 다하려고 하는데 방해를 받거나 물리적인 제지를 받으면 진짜 야수처럼 싸워야하기도 합니다. 이것 자체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다만 이걸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는가가 문제지.

 

또 이런 것도 있는데... 기사에 보면 바이라인이라고 해서 작성 기자의 이름이 떠 있는데... 사실 그 바이라인 사실이 아닐때도 있습니다. 가령 제가 대검출입기자인데... 휴가를 갔다고 한다면.. 그때 마침 총장 관련 사건이 터진다면... 그 기사는 다른 기자가 쓰게 되지만 제 출입처이기 때문에 기사는 제 이름으로 나가게 되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기사만 보고 어떤 기자를 욕하는 게 때로는 좀.. 핀트가 엇나간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물론 몇몇 기자들처럼 반복적으로 그런 기사를 쓴다면 그 기자의 책임이겠지만요.

 

개같은 기사들은 항상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생산되지 않아요. 제가 겪었던 것처럼 어쩌다가 강요받아서 강제로 쓰게 되는 경우도 있고, 휴가 갔는데... 누군가가 대신 써서 올리는 경우도 있고, 기자가 적극적으로 그런 기사를 발굴하고 보고해서 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나오는 기사는 분명... 개별기자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하지만... 애매하게 정치적이고 그다지 자주 반복되지 않은 기사들은 강요된 것일때가 많습니다. 소극적 친일파랄까요.

 

그리고 가장 악질적인 것은 편집국 전체가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건 위에서 오더가 내려온 경우인데... 사장 국장 이런 라인으로.. 그보다 더 위(청와대 등등)에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과정이 많이 달라집니다. 만날 술처먹고 일시키고 놀기만 하는 차장급들... 그중에서도 에이스들... 6,7년 기자들 중에서 에이스들.. 그리고 인력으로 부려먹을 대량의 따까리들이 투입됩니다. 

 

그들이 가진 전투력.. 취재 능력... 빨대들 총동원해서... 아주 탈탈 털고, 다 캐냅니다. 그리고, 위에서 국장과 부장 등 윗분들이 기획한 대로 이렇게 나온 사실들을 취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지면도 앞부분... 전략적인 기사배치... 제목... 모든 게 노골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정말 개같은 경우죠.

 

여기서 두번째 의문... 과연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인간들은 모두 인간말종 기레기라서 이런 일을 하는가....

 

음... 일단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사 지망생의 80% 정도는 진보적입니다. 근데 현존하는 언론사의 80%이상은 보수적이죠. 기본적으로 언발란스한 상태인데.... 일단 언론사에서는 기자를 뽑을 때 극단적 성향을 가진 애들을 잘 뽑지 않습니다. 이바닥에서 시험을 볼때 제일 착각하고 실수하는 게 뭐냐하면.. 한겨례 가서 진보의식 드러내며 열올리는 것과 조선일보 가서 수구꼴통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자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뽑지를 않습니다. 어쨌든 기자는 정파적이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성향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가지고 있긴 합니다. 정파성 이전에 실체규명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부분 기자들은 가령... 누가 어떤 나쁜짓을 했다 이러면 나쁜 놈..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나쁜짓을 했는지... 피해자는 그러면 그냥 정말 아무런 죄도 없는지... 어떤 심리적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 사건이 벌어진 건지... 이런 거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걸 파악하고 나서야 그다음에 정파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정파적이지 않은 사안은 그냥 기자 본연의 자세대로 기사를 쓰게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상업적인 이유로 자극적인 걸 요구하기도 합니다.

 

수구꼴통지 기자라고 이런 기질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감정적이고 투사가은 이미지의 인물은 잘 뽑지 않습니다. 냉정함이라고 하는 기자의 덕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실제로 기자들 개개인은 한겨레든 중앙일보든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실제로 한겨례 경향이 오히려 사이가 더 안좋고요. 한겨레 기자랑 조선일보 기자랑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술먹고 밥먹고 합니다. 이념의 차이보다 밥그릇 경쟁하는 사이가 더 껄끄러워요. 가령 한겨레는 조선일보와 밥그릇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구독자가 다르니까요. 한겨레는 경향과 싸우고, 조선은 중앙 동아랑 싸웁니다. 매경은 한경이랑 싸우고요. 연합은 뉴시스랑 싸웁니다.

 

회사의 라이벌 의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자들은 그냥 무난하게 어울려서 지냅니다. 오히려 학연지연이 더 크게 작용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왜곡 기사는 기자가 원하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만들어 진 것인가.. 또는 편집국에서 지들맘대로 쓰는 것인가...

 

그런 기사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기자도 어느 정도 타협하고 기사를 씁니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참 궁금했던 것들... 도대체 저놈들은 정말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참 많았었는데... 기자가 돼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사람은 자신을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장기간 생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나쁜 기사를 써도 인간은 그걸 합리화 하게 돼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병 걸립니다.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계속 혐오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고 혐오했던 사상을 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내재화하기 시작합니다.

 

두번째... 밖에서 보는 거처럼 세상의 선악이 쉽게 갈리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 쉽지 않아요. 정말 믿어야 하니까요. 근데 다행히 현실에서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많은 근거들이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진보의 이름을 내걸은 위선자와 인간쓰레기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물론 개인적 품성의 부족함과 일탈로 진보가 내세우는 사상적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어요.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죠. 하지만 우리도 현실에서 너무 혐오스러운 인간을 보면 그 인간이 하는 메시지도 부정하게 되듯이 기자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간적으로는 진보계열이 더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많습니다. 또 개별적인 정책에 있어서도 더 실력부족한 사람들도 많았고요. 적어도 제가 기자생활하던 노무현 이명박 정권때는 그랬습니다. 실제로 정권교체 되고 나서 민주당 계열의 연구기관에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아주 두꺼운 책을 쓰기도 했으니까요. 

 

분명 그 당시 분위기로는 민주당은 아마추어적이었고, 부패한 호남 기득권 정치인들과 수박들이 득시글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당내에서 많이 왕따당하고 배척받았던 건지도 몰라요.

 

세번째... 진보도 왜곡을 하고 선동을 합니다.

 

정파적인 행동은 수꼴들만 하는 건 아닙니다. 진보쪽 언론과 정치인들 학자들도 정파적으로 행동하고, 거기에 따라 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선동하는 행위를 합니다.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일반인들보다는 세부적인 팩트들을 더 많이 알게 됩니다. 물론 기사에는 20%도 쓰지 못하지만요. 이 과정에서 보수만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진보도 헛소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러면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돼죠. 왜냐하면 상대도 똑같은 놈들이니까. 그렇다는 건 이건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진영간의 전쟁일 뿐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전쟁은 이기기 위한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니까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자는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점차 기레기로 변모되어 갑니다. 그리고 조직의 성향에 따라 더 극단적이 선동과 왜곡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됩니다. 나쁜 짓도 처음이 어렵지 계속 하다보면 익숙해 집니다.

 

조직문화도 문제가 됩니다. 이런 과정을 못 버티는 사람들은 결국 정파적이지 않은 부서에서 조용히 짱박혀 살아가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나게 되거든요. 그러니 정파적인 부서들에는 속칭 말하는 기레기. 조작 에이스. 선동 에이스 들이 가득하게 되는 겁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이젠 졸려서 그만 써야겠네요. 반응이 좋고, 재미있을만한 것들이 생각나면 다시 올리죠.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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