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가을...

최전방 모 부대에 근무하던 그때 행정보급관이 내무반에 들어옵니다.

"은행 털러 가자!"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막내는 총기함 열쇠를 가지러 가다가 한대 터졌습니다.

 

모두 60 트럭에 탑승했고 통일로로 향합니다.

도착 후 뭔가 쎄한 느낌이 드는 것이 반대쪽 차선으로 경찰측 전경 놈들이 차량을 세웁니다.

어김없이 그들의 손에도 마대자루가 보였고 그때부터 암묵적인, 그리고 상대에 대한 경쟁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통일로 양쪽으로 심어진 은행나무를 따라 한쪽은 육군 병사들이, 한쪽은 경찰 전경들이 은행을 줍고, 은행 나무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야~! 한자루 다 채웠다~!"

평소 거친 전방에서 야전 생활을 많이 했던 육군측에서 먼저 한자루를 채우고 표효합니다.

'그래. 기껏해야 데모 진압하러 다니는 것들이 우리를 이길수 있겠어?'

병사들은 전경들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바라봅니다.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전경측 선임이 일갈합니다.

"오후에 방패술 훈련 하고 싶지 않으면 속도 낸다. 군바리들에게 밀리면 말이다!"

 

이때부터 양쪽 은행나무 아래 두 집단은 미친속도로 은행열매를 마대 자루에 담기 시작합니다.

육군의 명예와 경찰의 명예를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집니다.

 

약 2시간뒤 양쪽 모두 두서너 마대의 은행을 수확(?) 하고서 서로의 마대 크기를 가늠하고 있을때.....

경찰측 간부와 육군측 행정보급관이 만나 악수를 나눕니다.

"올해 수확도 좋군요."

"상사님 덕분에 올해도 꽉 채웠심니더."

 

병사들과 전경들이 그 모습을 보며....

당했다라는 것을 눈치챘을때 육군과 경찰의 두 간부는 웃으며 다음해 일정을 조율 중이었습니다.